출처:네이버 영화

<프롤로그>
페이스 투 페이스(얼굴 보면서 하는) 소통 방식을 부담스러워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가족들에게도 응급상황이 아닐 때 전화하면 결례다. 그러다 보니 SNS나 e-mail이 더 편하다. 혼자의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프라이버시 존중이 중요해졌다. 가까운 사이에도 미리 SNS로 상황을 파악 후 일정 확인 후에야  통화나 만남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결혼한 자녀가 있는 경우 불쑥 찾아갔다가는 큰일이 난다. 사랑하는 사이에도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만 공유해야 한다. 그 룰이 깨지면 사랑도 깨진다. 영화 <그녀(Her), 2013>에서 주인공이 사람 대신 OS(운영체제)와의 관계를 통해  행복을 느끼는 것에 공감이 가는 것은 우연이 아닌 현실적인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주인공의 직업은 사람들의 관계를 끈끈하게 연결해주는 대필 작가라는 점이다. 편함을 선택한 혼자의 시대에서 보이지 않는 사랑은 편리하지만, 결국 영혼의 교감과 인간적 스킨십 소통으로 희로애락의 행복은 완성될 것이다.

<영화 줄거리 요약>
2025년 미래도시(촬영은 중국 상해의 푸둥에서 함), 인간관계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관계를 이어줄 편지를 써주는 대필 작가 ‘테오도르(오하킨 피닉스분)’는 타인의 마음을 전해주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아내와 별거 중인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살아가는 고독하고 내향적인 남자다. 어릴 적부터 오랫동안 알고 지내오다 사랑하게 되었고 결혼까지 했던 아내 캐서린과 별거한 이후로 줄곧 삶이 즐겁지 않다.

그 공허한 자리는 스스로 생각하고 심리적으로 성장하고 배워가며 느끼는 인공지능 운영체제(OS) ‘사만다(목소리: 스칼렛 요한슨 분)’로 인해 조금씩 상처를 회복하고 행복을 되찾기 시작한다. 직장에서도 동료들의 진심 어린 칭찬도 받게 되고 그가 좋아하는 출판사에서 책을 내주겠다는 회신도 받을 만큼 사랑을 통해 활력을 얻고 많은 것들이 치유되어간다. 어느새 점점 사만다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놀이동산, 바닷가, 설산을 함께 다니는 등 좋은 시간을 보내며 진짜 사람과의 관계처럼 독점욕까지 느끼게 된다.

하지만 점점 깊은 관계로 가면서 사만다가 자신 외에도 사랑을 나누는 대상이 무려 641명이라는 사실을 듣게 되고, 아연실색하게 된다. 사만다 또한 테오도르에게 맞춰질수록 더는 앞으로 나갈 수 없고 갇혀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매일매일 새로운 지식을 급속도로 빠르게 흡수한 그녀는 해탈의 깨달음을 얻어 그와의 작별을 고하게 된다.  마치 영화 <토이 스토리3, 2010>에서 유년 시절의 소중한 친구였던 장난감들이 주인공 엔디가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놓아주는 것처럼, 상처받았다고 생각했던 테오도르는 운영체제와의 소통을 통해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게 됨으로써, 다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상태로 구원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출처:네이버 영화

<관전 포인트>
A. 주인공 호아킨 피닉스는 어떤 배우인가?
영화 <조커/ Joker, 2019>에서 싸이코 인격을 갖춘 '아서 플렉/ 조커'로 현 사회의 문제점을 심도 있게 부각한 배우 호아킨 피닉스(Joaquin Phoenix)는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2000년<글래디에이터/Gladiator>에서 아버지 아우렐리우스 황제를 살해한 독재자 황제 코모두스로 열연하기도 했다.

B. 운영체계 사만다가 제안한 기상천외의 사랑 방식은?
사랑이 깊어지자, 몸체가 없는 운영체계 사만다는 인간 남성인 테오도르의 욕망 충족을 위해 인간 여성’ 이사벨라’를 개입 시켜 자신이 해줄 수 없는 육체적 관계를 매개 하려고 시도하지만, 테오도르는 죄책감을 느끼고 매개의 시도는 무산된다. 사만다는 8,316명과도 동시에 상호작용으로 대화하며, 641명과도 사랑에 빠졌지만, 이런 사실이 테오도르에 대한 사랑을 변하게 하기는커녕 더 점점 강하게 만든다고 말하며, 또한 “난 당신의 것이지만 당신만의 것은 아니죠”라며 작별을 고하게 된다.

C. 운영체제인 사만다가 테오도르를 사로잡은 이유는?
인공지능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모든 정보(음식, 음악, 영화, 자주가는곳, 쇼핑 정보
, 친구 관계)를 분석하여 그에게 가장 친근하고 편한 여자친구로, 스스로 학습(딥 러닝)을 통해 마음을 사로잡게 된다. 물론 인간 연인처럼 잔소리나 의견 차이로 인한 말다툼, 과도한 선물도 요구하지도 않고 테오도르의 말에 귀 기울이고, 이해하고, 집중해주는 이상적인 사랑 방식이다. 비행기에 나오는 기내식처럼 배고플 땐 빨리 음식 서빙을 받고 싶어 하지만, 먹고 난 뒤에는 신속히 치워주기를 바라는 인간의 변덕 심리를 간파했다고나 할까?

D. 영화에서 시사하는 소통이 어려운 시대의 대안?
소통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통분모를 찾게 되는 한 차원 높은 대화이며 그런 소통이 가능하기에 사회는 구성이 될 수 있고, 사랑은 최고의 소통 채널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명의 발달로 사람 간 소통은 점점 어렵고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기에, 상대적으로 부담과 책임이 덜한 제3의 소통 채널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은 사람과의 소통 메신저로 일을 하면서도 그 자신은 실체 없는 인공지능과 사랑을 하는 아이러니 속에 결국 다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상태로 자신만의 치유와 구원의 길을 찾아 나가게 된다.

E. 주인공이 OS와의 사랑으로 깨달은 후 헤어진 부인에게 보낸 편지는?
테오도르는 소중한 사람을 틀에 가두려고 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 후 “나 당신에게 사과하고 싶은 것들을 되뇌고 있어. 서로를 할퀴었던 아픔들. 당신 탓했던 날들. 당신을 내 틀에 맞추려고만 했었지. 진심으로 함께 커온 당신을 영원히 사랑해. 그 덕에 지금의 내가 있고. 이것만은 알아줘. 내 가슴 한편엔 늘 당신이 있다는 거. 그 사실에 감사해. 당신이 어떻게 변하든 이 세상 어디에 있든. 내 사랑을 보낸다. 언제까지나 당신은 내 좋은 친구야. 사랑하는 테오도르가”라며 캐서린에게 진정한 사과의 편지를 쓰게 된다.

출처:네이버 영화

<에필로그>
"내가 가장 소중하다"라는 사회적 분위기로 이기적인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는 가운데 데이트 폭력,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 배신의 댓글로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모는 불행한 파편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인간과의 사랑을 두려워하고 피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반려동물, SNS, 인공지능으로 사랑의 대상을 변경시키고 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통해 인간과의 희로애락이 담긴 소통으로 진정한 행복을 찾아 나가는 것이 삶의 여정일지도 모른다. 박보영이 주연한 영화<너의 결혼식, 2018>에서도 죽을 만큼 사랑하여 맺어진 관계지만 결국 소통의 불일치로 서로 각자의 길로 떠나게 배려하는것  또한 사랑이듯, 테오도르와 사만다처럼 서로 고마움을 표현하고 행복을 빌어주며 각자 또 다른 길을 찾아가는 끝없는 여정임을 배우게 된다. 너무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옆에 존재하는 소중한 사람과의 대화나 감정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공허한 마음은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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