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는 안전 투자상품이 아니다.


이번 컬럼은 지난 8월 가장 뜨거웠던 이슈 중 하나인 독일 금리연계 상품 DLF에 대한 글이다.

[DLF?] Derivative linked fund의 약자로 파생결합펀드라고도 부른다.

금융 감독원이 발표한 보도 자료에 따르면, 19년 8월 기준 210개의 펀드로 7,950억원 이라는  판매실적을 보여주었으며, 9월 25일 중도환매 및 만기에 따른 확정 손실금액은 669억원으로 해당 상품의 손실률은 무려 54.5%로 측정 되었다.

독일 금리는 약 2년간 (2016 ~ 2018) 상승세를 보여주었으며,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외국계 IB의 전망을 근거로 일부 은행에서는 해당 상품출시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독일 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 하였으며, 많은 투자자가 거액의 돈을 하루 아침 잃게 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사태는 왜 미연에 방지하지 못 했을까?
[FinPorts 금융 연구실] 손실확률 0% 의 진실, DLF
위의 자료는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를 나타내는 차트 (DE10Y / 월봉)로, 기술적 분석으로는 1990년년도 부터 현재인 2019년도 말 까지 단 한번도 전고점을 넘겨 본적 없는 강한 하락 채널에 놓인, 그야 말로 죽어가는 투자 상품으로 보여진다.
[FinPorts 금융 연구실] 손실확률 0% 의 진실, DLF
하지만 조금만 더 확대해 해당상품의 만기인 6개월봉으로 바라보면 2016년 6월 부터 2018년 9월 까지 상당히 긴 기간 동안 주가가 약 240%의 상승폭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은행과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느낄수도 있었다고 생각되지만, 조금만 차분히 흐름을 읽었다면 투자에 신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위의 막대 그래프는 독일 10년만기 채권의 6개월동안의 최고점과 최저점의 차이를 나타낸 “6개월 평균 최대 변동폭” 으로, 평균 변동폭이 약 20%~ 최대 400%까지 보여지는 핸들이 고장난 8톤 트럭을 연상케 한다. 과연 [6개월 만기 & 연 4% 이자 & 손실배수 200 ~ 250 구성]이 맞는 상품이었는지 의구심이 강하게 든다.
 400% 이상의 변등폭을 보여주는 투자상품이 과연 안전자산으로 평가 받을 수 있을까?

준비되지 않은 투자자


이번 사태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바로 투자자들의 적은 투자경험이다.

금융 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투자 경험이 없는 개인투자자의 가입금액 비중은 21.8% (830건, 1,431억원)이며, 유사 투자경험이 1~5건인 개인투자자는 41.9% (1,336건, 2,749억원)으로 사실상 제대로 투자해본 경험이 있는 투자자는 불과 39% (50건 이상 1.9%)에 불과했다.
[FinPorts 금융 연구실] 손실확률 0% 의 진실, DLF
독일 채권연동 DLF 상품은 베리어가 -0.25%에 손실배수가 250인 상품으로 내 자산이 원금이나, 손익분기를 넘기는 구간이 최대 -0.25%까지 이며, 이 이하로 하락 했을 때에는 하회폭 0.01% 당 원금이 2.5% 손실되는 구조(0.01% * 250)이며, 레버리지 100의 암호화폐 마진 거래 보다 손익비가 적으며, 리스크 부담이 굉장히 큰 투자 상품으로 투자자들에게 정보가 얼마나 절실히 부족했는지 알 수 있다.

부족한 상품 평가와 설명

[FinPorts 금융 연구실] 손실확률 0% 의 진실, DLF
금융 감독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해당 상품을 판매한 은행에서는 운용사의 백테스트 결과에 대한 내부 실무자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상품을 출시한 경우와, 아예 검증과 리스크 분석조차 하지 않은 경우로 나뉘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투자자들에게 해당 상품을 판매 할 때에는 DLF가 원금손실이 거의 없는 고수익 상품으로 오인될 수 있는 자료를 배포하는 등 “실적 만들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해석된다.

그 이후


현재 해당 DLF 상품과 연동되어 있는 독일 10년 만기 채권은 일부 투자자들이 원금을 회복하는 수준까지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위의 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 장기적인 하락추세가 명확한 채권이 리스크가 적은 투자 상품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지 의문점이 든다. 은행의 미흡한 판매사원 교육도 아쉬움이 큰 부분이다. 손실배수 200~250배 짜리 상품을 ‘안전투자 상품’ 으로 이해 시키고 판매하게 한 처사는 방관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FinPorts 금융 연구실] 손실확률 0% 의 진실, DLF
또한 이 상품을 제안한 시점이 독일 채권이 오를대로 오른 시점에서 진행되었다는것이 매수 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한 수단으로 우리나라 투자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지 않았나 하는 추측 또한 버릴 수 없다.

[포지션 청산 절차] 매수 포지션 청산 = 시장에 매도 (누군가 매수를 통해 매도 물량을 소화해 주어야 포지션을 청산 할 수 있음.)
[FinPorts 금융 연구실] 손실확률 0% 의 진실, DLF
실제로 1990년대 이후 큰 폭으로 상승한 독일의 국가지수 DAX의 움직임에 반해 유로 / 달러의 가격은 2014년 급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과연 해당 상품을 판매한 은행에서는 지속적인 독일 시장의 모니터링이 진행되었는지 의문점을 지울 수 없다.
[FinPorts 금융 연구실] 손실확률 0% 의 진실, DLF
위의 자료는 대한민국, 미국, 중국, 영국의 10년 만기 국채와 가격 변동성을 나타낸 것으로 각 나라 별 국채의 변동폭이 450%이상의 크기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국가별 채권 연동 투자상품이 절대 안전한 투자상품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이러한 상품에 투자하는 이유는 “국가”가 연동된 상품의 경우, “해당 국가가 지도상에 사라지지 않으면, 언젠간 오를꺼야” 라는 확신에서 비롯되는데, 중요한 것은 자신이 투자를 들어간 시점 이후로 원금이 상실되는 시점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듯 모든 투자에는 “안전투자 상품” 이라는 스티커가 붙기 힘들다. 내 자산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은행 또한 상품에 대한 시장조사가 부족했으며, 리스크에 대한 판단이 확실치 않았던 금번 이슈로 비추어보아, 투자자는 부동산, 주식 등 모든 투자시장에서 상품 판매자가 아무리 안전투자 상품이라고 투자를 권유 하더라도 충분한 시장 조사와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글을 마친다.

정순용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