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의 흐름을 보면서 느끼는 게 많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라는 거다.

언제든지 돌아 설 수 있고, 마음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짝사랑이나 오랜 기간 동안의 신뢰라도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 있고, 이해관계를 넘어 감정과 감성의 자극에 따라 경계는 허물어질 수 있다.




정치뿐만이 아니다. 장사도 그렇고 사업도 그렇다. 모든 인간관계는 모래 위의 성(城)일 수 있다. 단단한 성을 쌓으려면 노력을 해야 한다. 말과 글로 성찬을 이룰 수 없다. 행동이 따라야 한다.




상도동 어느 피부과는 평일 아침 9시 반에 문을 연다.

그러나 문을 열지도 않은 8시 반에 이미 정문에는 환자들이 줄을 서 있다. 9시 전에 문을 열고 들어 서면 80여 명 이상이 순번대기표를 받아 들고 빼곡히 들어 차 앉아서 화면에 나오는 자기 순서를 기다린다. 토요일에도 아침 일찍부터 환자는 북적거린다.



어느 병원은 환자가 없어 파리를 날리며 임대료도 내지 못하고, 어느 병원은 순서를 정리하는 사무직원을 별도로 고용하고 있다.




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어느 수강생 한 분(기업경영자)이 작은 쪽지를 건네 주며 집에 가서 읽어 보라고 한다. 얼떨결에 받아 들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집에 도착하기 전에 길거리에 차를 세워 놓고 읽어 보았다.



내 강의를 들으며 느낀 점, 문제점, 개선점들을 13가지나 적어 준 것이었다. 아주 상세하고 진솔한 내용이었다. 가슴을 뜨끔하게 하는 질문도 몇 가지 곁들여 있었다. 강의 방식에 대한 개선 방안까지 제시해 주면서 왜 이 쪽지를 적어 주는지 목적까지 설명해 놓았다. 정말 야속했다.



“강의 내용은 듣지 않고 강의 기법만 분석하고 지적할 사항만 찾고
있었다는 것인가?”



그러나 서운한 감정은 잠시뿐이었다. 두려웠다.



어느 자리 어느 장소에 어떤 사람들이 또 나를 감시하고 지적해 낼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하면서 고마운 마음이 겹쳐졌다. 이렇게 상세하게 나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솔직하게 알려 주다니, 정말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며칠 전, 어느 모임 가서 생전 뵌 적이 없는 중소기업 사장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 분은 5~6년 전, 필자의 책을 읽고 목표를 세워 몇 가지 꿈을 이루었다며 고마움을 전해 주었다. 50대 초반의 건설회사 사장께서, 수영도 할 줄 모르던 분이 철인 3종 경기에 합격하고 기술사 자격증을 3개나 따셨다며, 필자와의 인연을 고마워했다. 지난 주말에 어느 대학 평생교육원에 가서 그 분을 또 만났다.

오늘 아침 사무실 책상 위엔, 그 분이 친필로 써서 봉투에 담아 보낸 편지가 놓여 있었다.

세상에~!

고객은 王이 아니라 두려운 존재이다.



제왕적 위치에서 국가를 경영하는 지도자 분들은 진심으로 국민을 두려워하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