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인생은 고비마다 통과할 졸업(Graduate)의 순간들이 있다!
< 프롤로그>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청춘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취업, 결혼, 성공의 냉정한 길목에서 좌절하고 힘겨워하고 있다. 그래서 공무원시험을 통한 보다 안정적인 직장, 비혼을 통한 복잡한 인생에 엮이지 않기 위해 생활의 방식을 바꿔나가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이 세상을 먼저 살아간 부모님 세대나 주변의 선배들을 보면서 많은 희생과 인내로 살아내는 그런 힘든 세상은 막연하게 두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지금으로 부터 40년 전인 1967년 개봉한 영화 <졸업/ The Graduate>에서는 불안한 미래를 앞둔 주인공 벤자민의 방황을 통해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동시에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뇌하는 미국 젊은이들의 삶과 방황을 느낄 수 있다. 인생의 긴 여정에서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의 고비마다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졸업의 순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인생은 고비마다 통과할 졸업(Graduate)의 순간들이 있다!
< 영화 줄거리 요약>
1960년대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 중산계급 출신의 전형적인 모범생인 ‘벤자민(더스틴 호프만 분)’이 동부의 대학을 갓 졸업하고 집으로 돌아오며 부모와 친구들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는다. 생각이 많고 수줍음을 타는 성격에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 차 있던 벤자민은 순간의 향락을 좋아하는 미국 중산층을 대변하는 ‘미세스 로빈슨(앤 반크로프트 분)’의 유혹에 빠져든다. 때마침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던 로빈슨 부인의 딸 ‘엘레인(캐서린 로스 분)’이 돌아오고, 로빈슨 부인의 남편은 두 사람의 관계를 알지 못한 채 벤자민에게 엘레인과 사귀어 보라고 권한다. 그렇게 벤자민과 엘레인이 점차 가까워지자 로빈슨 부인은 질투에 눈이 멀어 딸에게 자신과 벤자민의 관계를 폭로하며 이 모두가 벤자민의 강요 때문이었다고 거짓 고백을 한다.

엄마의 말을 믿은 엘레인은 절망과 분노를 안고 학교로 돌아가 버린다. 벤자민은 엘레인의 학교까지 쫓아가 보지만 로빈슨 부인의 끝없는 방해 공작으로 엘레인은 냉담한 반응을 보일 뿐이고, 급기야 엘레인은 다른 남자와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다. 엘레인의 결혼 소식을 접한 벤자민은 자신에게도 절실한 목적이 생겼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고 난생처음으로 자신을 위한 행동에 나서게 된다. 벤자민은 장거리를 달려 결혼식장에 들어가 사랑하는 여인을 낚아채 도망친다.

달콤한 청춘 영화처럼 포장된 이 영화는 현대를 사는 미국 젊은이들의 고뇌가 깃들어 있는 작품이다. 불안한 미래를 앞둔 주인공 벤자민의 방황을 통해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아메리칸 뉴 시네마(American new cinema:1960년대에서 70년대 사이 할리우드의 기존 관행을 거부한 젊은 감독들이 만든 영화)”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하고 있다. ‘마이크 니콜스’는 권위에 대한 적대감, 반사회적 경향, 할리우드 영화의 전통적인 세계관에 대한 공격 등을 앞세우며 젊은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는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인생은 고비마다 통과할 졸업(Graduate)의 순간들이 있다!
< 관전 포인트>
A. 영화에서 벤에게 아버지가 선물한 것은?
아버지는 벤에게 잠수복 장비를 선물한다. 벤은 산소마스크까지 쓰고 폐쇄된 실내풀에 입수하게 되는데,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Sound of Silence)에서 물은 벤에게 주위 사람들의 기대와 미래에 대한 책임감에 둘러싸여 숨 막히는 사회적 중압감의 상징으로 표현된다. 벤은 대학을 졸업했지만, 아직 현실적인 사회에 들어가 치열하게 살 준비가 되지 않는 자신의 불안감을 보여준다.

B. 영화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벤자민은 엘레인의 결혼식을 알게 되어, 천신만고 끝에 먼 다른 주의 결혼식장에 도착한다. 그러나 이미 결혼식이 시작되고 있었고 이를 본 벤자민은 결혼식장 유리창을 미친 듯이 두드리며 엘레인을 소리쳐 부른다. 엘레인도 자신이 벤자민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달려 나와 교회의 현관을 십자가로 닫아놓고 같이 탈출하여 지나가는 버스에 오르게 된다.

C. 웨딩드레스를 입은 엘레인과 버스에 탄 벤자민의 표정은?
버스 안에 타고 있던 많은 기성세대의 못마땅한 시선 속에서, 잠시 어색한 웃음 뒤에 곧 어두운 표정으로 바뀌는 장면에서, 비록 사랑은 쟁취했지만, 젊은 두 청춘은 앞으로 현실의 길을  헤쳐나갈 자신들의 불확실한 상황에 걱정이 깊어졌으리라 생각된다.

D. 영화에서 주옥같은 음악들은?
시적인 노랫말로 방황하는 청춘 세대의 불투명함을 잘 나타내어 많은 팬의 사랑을 받은 이 영화는 특히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듀엣 ‘사이먼 앤가펑클(Simon & Garfunkel)’의 음악으로 더욱 유명하다. ‘로빈슨 부인(Mrs. Robinson)’, ‘스카브루의 추억(Scarborough fair)’,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The sound of silence)’ 의 주옥같은 노래들이 삽입되어 영화의 철학과 품격을 높여주고 있다.

E. 주인공 ‘더스틴 호프만(Dustin Hoffman)’은 어떤 배우인가?
작은 키에 볼품없는 외모의 무명 배우 ‘더스틴 호프만’의 등장은 미남미녀만이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신체적 조건의 관습을 깨뜨리는 계기가 되었으며, 더스틴 호프만을 일약 할리우드의 스타로 등극시켰다. 감독은 더스틴 호프만의 희극적인 표정과 몸짓을 심리적 상황과 함께 독특한 카메라 기법(망원렌즈 사용, 효과적인 동선, 미장센, 편집기법)으로 잡아내어 60년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더스틴 호프만은 이 영화를 촬영한 이후 <미드나잇 카우보이/Midnight Cowboy, 1969>, <빠삐용 /Papillon ,1973>, <마라톤 맨/Marathon Man ,1976>,<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Kramer vs. Kramer ,1979>, <레인맨/Rain Man, 1988 > 등 수많은 히트작에 출연하게 된다.

F. 젊은 청춘들에게 있어서 결혼이 부담스럽게 다가온 다른 영화는?
영화<토요일 밤의 열기/Saturday Night Fever, 1977>에서 주인공 ‘토니(존 트라볼타 분)’의 친구’바비’는 갑작스런 결혼으로 고민이 많은데 이런 고민을 친구들은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는다. 결국  바비는  다리 난간에서 마지막 자신에게 무심했던 친구들을 원망하며 뛰어내리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결혼은 준비안된 청춘들에게 많은 고민을 주는 인생에서의 큰 변화인 것을 보여준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인생은 고비마다 통과할 졸업(Graduate)의 순간들이 있다!
< 에필로그>
영화 속 주인공은 미래에 대한 중압감과 이를 강요하는 기성세대의 숨 막히는 굴레 속에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자신의 인생과 미래에 대한 절박한 심정이 한데 섞여 혼란을 겪는다. 사랑하는 여인과의 탈출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는 첫 관문을 졸업하게 되지만 그들에게는 시행착오를 거쳐 졸업해야 하는 또 다른 관문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인생의 필연적 여정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영화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 청춘들도, 애벌레와 번데기의 극한 탈바꿈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이상을 펼치는 아름다운 나비로 훨훨 날아가듯이, 고통과 어두운 터널을 뚫고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세계로 비상하기를 기대한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