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심경으로 글을 쓰면 아무래도 불편한 일이 생기거나 오래 살지 못할 것 같다. 몇 가지 주제를 정해서 타이핑을 하다가 중단하고,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했다가 지워버리고, 다 써놓은 글을 찢어 버리고 접어둔 지 한 달이 지났다.



칼을 좋아하는 사람은 칼에 꽂히고, 총을 좋아하는 사람은 총에 맞는다고 했던가? 말 잘하는 사람은 말로 피해를 당할 것이며 글 잘 쓰는 사람은 글로써 보복을 당하리라고 누군가 겁을 준다.



잘 쓰지도 못하는 글을 제멋대로 올리고 날리다가 제대로 된 임자 한 번 만나면 큰 곤혹을 치를 것 같은 예감도 든다.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까지 되었는가?



오죽하면 방송과 신문에 보도되는 언론 내용을 분야별 주제별로 분석하여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하고 평가하여 대책까지 세운다고 하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짓거리들인가? 그렇게도 할 일이 없단 말인가?



요즘 인문학과 문사철(文學歷史 哲學)이 죽어가고 있다고 한탄하는 분들이 많다. 인문사회학을 전공한 학생의 진로가 막연하고 취업이 어렵다고 한다. 인문학을 경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국가를 통치하고 국정을 책임지는 지도자들의 언어에 철학이 없고 국민을 대변한다는 사람들의 행동과 양식에는 역사의식이 없다.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공부하지 않는 지도자들이 하나라도 배워 익혀서 발전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더욱 더 천박해지고 가벼워지는 말장난에 국민의 속병은 깊어지고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이공계 기피현상이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고 염려하고 있다. 공대생들은 스스로 외면당하거나 무시당하고 살 거라는 불안감에 쌓여 있다. 어쩌면 인문학이나 이공계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어렵고 따분한 공부를 하기 싫은 사람들의 핑계인지도 모른다.



보고 듣는 디지털과 영상매체의 위력이, 읽고 쓰고 생각하는 기본을 빼앗아 가버린 채, 쉽고 재미있고 편안하게 빨리빨리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의 게으름이 단체행동이나 자살로 이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주말에만 공부를 해도 장학금을 탈 수 있다는 우리 나라 대학교육에 대한, 한 젊은이의 비판에 정부당국은 귀 기울이지 않으며, 주관식 논술고사로 학생의 실력을 가늠하겠다는 학교방침을 관련부처에서 “일관성 있는 정책”이라고 반대하며 어기는 자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밥그릇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모습이 딱하다. 안정적이고 오래가는 공무원 시험에 대학생이 몰려 들고, 행정 입법 사법의 3권 분리 민주주의는 언제부턴가 사라져 버렸다. 무식하고 게으른 권력자들은 불특정 다수의 대중영합주의를 표방하며, 코드만 맞으면 한 자리 차지하고 오래 버티기는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시대를 만끽하고 있다.



학교에서 배우고 학원에서 배우고 인터넷과 사이버상에서 배우고 TV앞에서 배우는 시대다. 캠퍼스에서 배우고 디지털세상에서 대학을 다닌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또 다시 대학을 가고, 또 다른 대학원엘 가고, 여러 가지의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수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배우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부터도 배우고, 닮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닮아서는 안될 것도 배운다. 많은 직장인들과 젊은이들이 다양한 모임과 커뮤니티를 찾아 다니며 인맥을 쌓고 공부를 하며, 지식과 경험을 얻기 위한 갈증을 견디지 못해 미친 듯이 실력과 역량을 키우고 있다.



그런 집단에 유난히 보이지 않는 집단이 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밥 먹고 사는데 별 문제 없는 사람들이다. 선의의 경쟁과 협력을 회피하고, 평가를 통한 Feedback을 두려워하고, 시장원리를 반대하며 그들만의 집단에서 옹기종기 모여 이전투구하며 살려고 한다.



오랫동안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연구한 마이클 겔브는 “당신의 두뇌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좋다”고 말한다 (“How to think like Leonardo da Vinci” written by Michael Gelb).



그 좋은 머리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지 않고 어영부영 살다 가기엔 너무 허무하지 않을까?



기능과 기술을 배우고, 직장을 다니다 해고된 후 사업을 하다 실패를 하고, 또 다시 변화의 소용돌이를 헤쳐 나와 경영학을 배우고, 클래식에 빠져들고 고전에 파묻히며, 역사박물관을 찾는 재미와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이 같을 수는 없다.



다양성(Diversity)과 유연성(Flexibility)을 고루 갖추고,

이들의 조화(Harmony)를 추구할 수 있는 지도자는 이 땅에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