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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위
강성위
The Life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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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한시로 만나다
자는 백안(伯安), 호는 태헌(太獻)이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희대학교 연구박사, 서울대학교 중국어문학연구소 책임연구원, 안동대학교 퇴계학연구소 책임연구원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조그마한 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저술 활동을 하며 한시(漢詩) 창작과 번역을 지도하는 한편 모교인 서울대학교에 출강하여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30여 권의 저서와 역서가 있으며, 창작 한시집으로 ≪술다리[酒橋]≫ 등이 있다.
  • 봄, 이인철

    봄 이인철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잡으려 해도 기다리지 않는 봄 그 누구에게나 봄은 머물고 그 누구에게나 봄은 스친다 [태헌의 漢譯(한역)] 春(춘) 不待及時來(부대급시래) 欲挽期必蹉(욕만기필차) 於人春停留(어인춘정류) 於人春掠過(어인춘략과) [주석] * 春(춘) : 봄. 不待(부대) : 기다리지 않다. / 及時(급시) : 때가 되다. / 來(래) : 오다 欲挽(욕만) : 당기려고 하다, 만류하려고 하다. / 期必(기필...

    2020-03-17 10:03
  • 어떤 그림, 김부조

    어떤 그림   김부조   꽃을 그리자 나비가 왔다   나무를 그리자 새들이 왔다   너를 그리자 그리움이 왔다   너를 그리자 사랑이 왔다   [태헌의 한역(漢譯)] 某畵(모화)   畵花蝴蝶來(화화호접래) 畵樹禽鳥來(화수금조래) 畵汝思念來(화여사념래) 懷汝戀情來(회여연정래)   [직역] 어떤 그림   꽃을 그리자 나비가 왔다 나무를 그리자 새들이 왔다 너를 그리자 그리움이 왔다 너를 그리자 사랑이 왔다   [주석] * 某畵(모화) : 어떤 그림. 畵(화) : (동사적으로 사용하여) ~을 그리다. / 花(화) : 꽃. / 蝴蝶(호접) : 나비. / 來(래) : 오다. 樹(수) : 나무. / 禽鳥(금조) : 새, 새들. 汝(여) : 너, 그대. / 思念(사념) : 그리움. 懷(회) : ~을 그리워하다, ~을 그리다. / 戀情(연정) : 사랑.   [한역 노트] 짧고 간단하여도 참으로 예쁜 시이다. 이런 시가 우리에게 주는 위안은, 물질이 주는 그것과는 애초에 지평(地平)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한 때 중국을 ‘시의 나라[詩國]’라고 하였지만, 전철역에만 가면 언제든지 시를 만날 수 있는 우리나라야 말로 바로 이 시대 ‘시의 나라’가 아닐까 싶다. 역자는 이 시를, 어느 전철역에서 환승하기 위하여 멍하니 서서 전철을 기다리다가 우연히 만났다. 아, 그 순간 어찌나 반갑고 기쁘던지! 전철이 도착하기 까지는 다소 남겨진 시간이 있어 사진으로 찍어 저장하는 대신에 바로 메모를 하였는데, 행선지를 향하던 전철 객실 안에서 역자는 선 채로 이 시의 한역(漢譯)을 완료하였다. 그게 벌써 작년 가을의 일이다. 그런데 이 봄에 다시 꺼내 감상할 수 있게 되었으니, 역자에게는 꼬깃꼬깃 접어 아껴두었다가 꺼내 쓰

    2020-03-10 11:34
  • 저무는 우시장, 고두현

    저무는 우시장   고두현   판 저무는데   저 송아지는 왜 안 팔아요?   아, 어미하고 같이 사야만 혀.   [태헌의 한역(漢譯)] 薄暮牛市(박모우시)   牛市將欲罷(우시장욕파) 彼犢何不賣(피독하불매) 乃曰彼黃犢(내왈피황독) 應與母牛買(응여모우매)   [주석] * 薄暮(박모) : 저물 무렵, 땅거미가 질 무렵. / 牛市(우시) : 우시장. 將欲罷(장욕파) : 장차 파하려고 하다, 막 끝나려고 하다. 彼犢(피독) : 저 송아지. / 何不賣(하불매) : 어째서 팔지 않는가, 왜 팔지 않는가? 乃曰(내왈) : 이에 말하다. / 彼黃犢(피황독) : 저 누런 송아지, 저 송아지. 應(응) : 응당 ~해야 한다. / 與母牛買(여모우매) : 어미 소와 함께 사다.   [직역] 저무는 우시장   우시장이 막 파하려는데 “저 송아지는 왜 안 팔아요?” 말하기를, “저 송아지는 어미 소와 함께 사야 해.”   [한역 노트] 젊거나 어린 세대들은 소를 사고파는 우시장(牛市場)을 직접 본 적이 거의 없겠지만, 농사를 짓는 집이라면 너나없이 소가 거의 재산 목록 1호였던 시절에는 우시장이 없어서는 안 되는 시장이었다. 시(詩)에서는 이 우시장에 송아지밖에 살 수 없는 농부와 그 아이만을 등장시키고 있지만, 어미 소에 더해 송아지까지 팔아야 하는 농부도 저만치 보인다. 가슴에 사연을 묻어두고 우시장에서 눈길이 마주치기도 했을 두 농부의 마음은, 해질녘에 날리는 저녁노을처럼 타들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결국 둘 다 다음 장이나 다른 장을 기약하며 왔던 길을 되밟아 돌아갔음 직하다. 새 식구, 송아지를 만날 기대감에 한껏 들떠있었을 아이는 이미 어두워진 길을, 아버지 뒤를 따라 고개 숙이고 타

    2020-03-03 09:17
  • 봄날, 김용택

    봄날 김용택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매화 꽃 보러 간 줄 알아라 [태헌의 한역(漢譯)] 春日(춘일) 君訪吾廬尋吾迹(군방오려심오적) 場圃唯有帶泥鋤(장포유유대니서) 應爲吾伴一美女(응위오반일미녀) 携手暫看梅花去(휴수잠간매화거) [주석] * 春日(춘일) : 봄, 봄날. 君訪吾廬(군방오려) : 그대가 나의 집을 방문하다. / 尋吾迹(심오적) : 나의 자취를 찾다. 場圃(장포) : 텃밭,...

    2020-02-25 13:24
  • <특집 - 생활 속의 시> 석 줄의 잠언, 오수록

    <사진제공 : 오수록님> 석 줄의 잠언   오수록   빗방울에도 젖지 않는 연잎처럼 살라   사물을 비추되 흔적을 남기지 않는 거울처럼 살라   세상에 있으면서 세상을 벗어난 은자처럼 살라   [태헌의 漢譯] 三行箴言(삼행잠언)   願君生如蓮(원군생여련) 雨滴終不潤(우적종불윤) 願君生如鏡(원군생여경) 照物不留痕(조물불류흔) 願君生如隱(원군생여은) 在世猶出塵(재세유출진)   [주석] * 三行(삼행) : 석 줄. / 箴言(잠언) : 잠언. 願君(원군) : 그대에게 원하노니. / 生如蓮(생여련) : 연꽃[연잎]처럼 살다. 雨滴(우적) : 보통은 빗방울이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여기서는 ‘비가 방울지다.’는 의미로 쓰였다. / 終不潤(종불윤) : 끝내 젖지 않다. 生如鏡(생여경) : 거울처럼 살다. 照物(조물) : 사물을 비추다. / 不留痕(불류흔) : 흔적 남기지 않다. 生如隱(생여은) : 은자처럼 살다. ‘隱’은 단독으로 쓰여도 ‘隱者(은자)’의 뜻이 되기도 한다. 在世(재세) : 세상에 있다. / 猶出塵(유출진) : 세속을 벗어난 것과 같다.   [직역] 석 줄의 잠언   원하노니 그대, 비가 방울져도 끝내 젖지 않는 연잎처럼 살라   원하노니 그대, 사물 비추되 흔적 남기지 않는 거울처럼 살라   원하노니 그대, 세상에 있어도 세속을 벗어난 은자처럼 살라   [한역(漢譯) 노트] 이 시는 야은(野隱) 오수록(吳壽祿) 시인이 개불(介弗) 김동철(金東哲) 선생의 정년퇴임[서울 문일고]을 축하하기 위하여 지은 시이다. 두 분은 현재 역자가 좌장(座長)으로 있는 시회(詩會)의 멤버이다. 작년 연말 어느 날, 개불 선생에게 정년퇴임 축시를 지어드리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

    2020-02-18 09:36
  • 겨울 허수아비, 박예분

    <사진제공 : 박예분님> 겨울 허수아비   박예분   이곳이 벼가 누렇게 익었던 곳이라고   찾아보면 잘 여문 낟알들이 있을 거라고   먹이 찾는 겨울새들을 위해 찬바람 맞으며   논 한가운데 기꺼이 알림판으로 서 있습니다   [태헌의 한역(漢譯)] 冬日草人(동일초인)   此是水稻黃熟處(차시수도황숙처) 細看或有穀粒藏(세간혹유곡립장) 唯爲打食冬季鳥(유위타식동계조) 水田冒風作標榜(수전모풍작표방)   [주석] * 冬日(동일) : 겨울, 겨울날. / 草人(초인) : 허수아비. 此是(차시) : 여기는 ~이다. / 水稻(수도) : 벼. / 黃熟處(황숙처) : 누렇게 익은(익어가던) 곳. 細看(세간) : 자세히 보다. / 或有(혹유) : 간혹 ~이 있다. / 穀粒藏(곡립장) : 곡식 낟알이 숨다. 唯爲(유위) : 오직 ~을 위하여. / 打食(타식) : (새나 짐승이) 먹이를 찾다. / 冬季鳥(동계조) : 겨울철의 새. 水田(수전) : 논. / 冒風(모풍) : 바람을 무릅쓰다. / 作(작) : ~이 되다. / 標榜(표방) : 알림판.   [직역] 겨울 허수아비   이곳이 벼가 누렇게 익었던 곳이라고 자세히 보면 간혹 곡식 낟알 숨어 있을 거라고 오직 먹이 찾는 겨울새들을 위하여 논에서 바람 무릅쓰며 알림판이 되었습니다   [한역 노트] 역자가 보기에 이 시는 두 가지 점에서 독자들의 시선을 끈다. 첫째는 허수아비란 추수가 끝나면 쓸모없는 물건이 되고 마는 데도 이 시에서는 쓸모 있는 존재로 노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허수아비란 본래 새들을 쫓기 위하여 인류가 고안한 장치인데도 이 시에서는 역으로 새들을 부르는 장치로 노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특이한 점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무엇일까?

    2020-02-11 09:59
  • 저녁, 이정록

    저녁 이정록 곧 어두워지리라 호들갑 떨지 마라 잔 들어라, 낮달은 제 자리에서 밝아진다 [태헌의 한역(漢譯)] 夕(석) 立卽天將暮(입즉천장모) 勸君莫佻輕(권군막조경) 但擧酒滿盞(단거주만잔) 晝月原地明(주월원지명) [주석] * 夕(석) :저녁. * 立卽(입즉) : 곧. / 天將暮(천장모) : 날이 장차 저물 것이다, 날이 장차 어두워질 것이다. 勸君(권군) : 그대에게 권하노니. / 莫(막) : ~을 하지 말라. / 佻...

    2020-02-04 13:41
  • 분재, 이길원

    분재 이길원 애초엔 등이 곧은 선비였다 가슴엔 푸르름을 키우고 높은 하늘로 고개를 든 선비였다 예리한 삽이 뿌리를 자르고 화분에 가두기까지 푸르름을 키우면 키울수록 가위질은 멈추질 않았다 등이라도 곧추세우려면 더욱 조여 오는 철사줄 십 년을, 또 십 년을… 나는 곱추가 되었다 가슴에 키우던 푸르름을 언뜻 꿈에서나 보는 등 굽은 곱추가 되었다 사람들은 멋있다 한다 [태헌의 漢譯] 盆栽(분재) 當初吾爲背...

    2020-01-28 08:51
  • 갈데없이, 정현종

    갈데없이   정현종   사람이 바다로 가서 바닷바람이 되어 불고 있다든지, 아주 추운 데로 가서 눈으로 내리고 있다든지, 사람이 따뜻한 데로 가서 햇빛으로 빛나고 있다든지, 해지는 쪽으로 가서 황혼에 녹아 붉은 빛을 내고 있다든지 그 모양이 다 갈데없이 아름답습니다   [태헌의 한역(漢譯)] 不容置疑(불용치의)   人向大海爲風吹(인향대해위풍취) 人向寒地以雪飛(인향한지이설비) 人向暖處以日輝(인향난처이일휘) 人向咸池以霞緋(인향함지이하비) 模樣皆殊異(모양개수이) 不容置疑美(불용치의미)   [주석] * 不容置疑(불용치의) : 의심할 여지가 없이, 갈데없이. 人向(인향) : 사람이 ~로 향하다, 사람이 ~로 가다. / 大海(대해) : 큰 바다, 바다. / 爲風吹(위풍취) : 바람이 되어 불다. 寒地(한지) : 추운 땅, 추운 데. / 以雪飛(이설비) : 눈으로 날리다. 暖處(난처) : 따뜻한 곳, 따뜻한 데. / 以日輝(이일휘) : 햇빛으로 빛나다. 咸池(함지) : 해가 질 때 그곳으로 들어간다고 하는, 전설상의 서쪽에 있는 큰 못. / 以霞緋(이하비) : 노을로 붉은 빛을 내다. 模樣(모양) : 모양. / 皆(개) : 다, 모두. / 殊異(수이) : (특별하게) 서로 다르다. 美(미) : 아름답다.   [직역] 갈데없이   사람이 바다로 가서 바람이 되어 불거나 사람이 추운 데로 가서 눈으로 날리거나 사람이 따뜻한 데로 가서 햇빛으로 빛나거나 사람이 해 지는 데로 가서 노을로 붉은 빛을 내면 모양은 다 달라도 갈데없이 아름답습니다   [漢譯 노트] ‘갈데없이’를 ‘갈 데 없이’로 파악하여 ‘오갈 데 없이’와 같은 뜻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갈데없이’가 ‘갈 데 없이’와 밀접

    2020-01-21 10:17
  • 겨울나무, 이재무

    겨울나무 이재무 이파리 무성할 때는 서로가 잘 뵈지 않더니 하늘조차 스스로 가려 발밑 어둡더니 서리 내려 잎 지고 바람 매 맞으며 숭숭 구멍 뚫린 한 세월 줄기와 가지로만 견뎌보자니 보이는구나, 저만큼 멀어진 친구 이만큼 가까워진 이웃 외로워서 더욱 단단한 겨울나무 [태헌의 한역(漢譯)] 冬樹(동수) 樹葉盛時相不見(수엽성시상불견) 天亦自蔽足底冥(천역자폐족저명) 霜降葉落風數打(상강엽락풍삭타) 歲月恰如孔穴生(세월흡여...

    2020-01-14 10:34
  • 멈추지 마라, 양광모

    멈추지 마라   양광모   비가 와도 가야할 곳이 있는 새는 하늘을 날고   눈이 쌓여도 가야할 곳이 있는 사슴은 산을 오른다   길이 멀어도 가야할 곳이 있는 달팽이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길이 막혀도 가야할 곳이 있는 연어는 물결을 거슬러 오른다   인생이란 작은 배 그대, 가야할 곳이 있다면 태풍 불어도 거친 바다로 나아가라   [태헌의 한역(漢譯)] 莫停駐(막정주)   下雨有行處(하우유행처) 禽鳥應飛天(금조응비천) 積雪有行處(적설유행처) 麀鹿當上山(우록당상산)   路遠有行處(노원유행처) 蝸牛不休步(와우불휴보) 道阻有行處(도조유행처) 鰱魚必逆水(연어필역수)   人生卽小舟(인생즉소주) 吾君有行方(오군유행방) 設令颱風起(설령태풍기) 前進向怒洋(전진향노양)   [주석] * 莫(막) : ~하지 말라. / 停駐(정주) : 멈추다, 멎다. 下雨(하우) : 비가 내리다. / 有行處(유행처) : 가야할 곳이 있다. 禽鳥(금조) : 새.  / 應(응) : 응당. / 飛天(비천) : 하늘을 날다. 積雪(적설) : 눈이 쌓이다. 麀鹿(우록) : 사슴, 암사슴. / 當(당) : 응당, 마땅히. / 上山(상산) : 산을 오르다, 산에 올라가다. 路遠(노원) : 길이 멀다. 蝸牛(와우) : 달팽이. / 不休步(불휴보) : 걸음을 멈추지 않다. 道阻(도조) : 길이 막히다. 鰱魚(연어) : 연어. / 必(필) : 반드시. / 逆水(역수) : 물결을 거스르다, 물결을 거슬러 오르다. 人生(인생) : 인생. / 卽(즉) : 즉, 곧, 바로 ~이다. / 小舟(소주) : 작은 배. 吾君(오군) : 그대, 당신. / 有行方(유행방) : 가야할 곳이 있다. 設令(설령) : 가령, ~하다 하더라도. / 颱風起(태풍기) : 태풍이 일어나다, 태풍이 불다. 前進(전진) : 전진하다,

    2020-01-07 10:24
  • 겨울 사랑, 문정희

    겨울 사랑   문정희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 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태헌의 한역(漢譯)] 冬節相思(동절상사)   吾欲向君如雪片(오욕향군여설편) 不躊躇亦不彷徨(부주저역불방황) 一絲一毫不隱藏(일사일호불은장)   躍入吾君生涯裏(약입오군생애리) 固欲爲溫暖冬節(고욕위온난동절) 固欲爲千年白雪(고욕위천년백설)   [주석] * 冬節(동절) : 겨울, 겨울철. / 相思(상사) : 사랑, 그리움. 吾欲向君(오욕향군) : 나는 그대에게로 가고 싶다. / 如雪片(여설편) : 눈송이처럼. 不躊躇(부주저) : 주저하지 않다. / 亦(역) : 또, 역시. / 不彷徨(불방황) : 방황하지 않다. 一絲一毫(일사일호) : 한 오라기의 실과 한 오라기의 털. 보통은 지극히 하잘것없고 작은 일을 가리키나 부사적으로는 ‘조금도’, ‘추호도’의 뜻이 된다. 이 말은 역자가 한역 과정에서 임의로 보탠 것이다. / 不隱藏(불은장) : 숨기지 않다.   躍入(약입) : ~에 뛰어들다. / 吾君(오군) : 너, 그대. / 生涯裏(생애리) : 삶 속, 생애 속. 固欲爲(고욕위) : 진정 ~이 되고 싶다. / 溫暖(온난) : 따스하다. 千年白雪(천년백설) : 만년설(萬年雪)과 비슷한 개념의 말로 천년토록, 곧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눈이라는 뜻이다.   [직역] 겨울 사랑   나는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또 서성대지 말고 조금도 숨기지 말고   너의 생애 속으로 뛰어 들어 진정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진정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漢譯 노트] 연 구분 없이 7행으로 이루어진 원시를 역자는

    2019-12-31 14:44
  • 술타령, 신천희

    <사진제공 – 신천희님> 술타령   신천희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술 사 먹지   [태헌의 한역(漢譯)] 貪杯(탐배)   爾汝天氣兮(이여천기혜) 縱使極寒冷(종사극한랭) 吾何買衣着(오하매의착) 當然沽酒嘗(당연고주상)   [주석] * 貪杯(탐배) : 술을 탐하다, 지나칠 정도로 술을 좋아하다. 역자는 이 말이 우리의 ‘술타령’에 해당하는 말로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爾汝(이여) : 너, 너희들. / 天氣兮(천기혜) : 날씨야! ‘兮’는 호격(呼格) 어기사(語氣詞)이다. 縱使(종사) : 가령, 아무리. / 極寒冷(극한랭) : 추위를 극하다, 몹시 춥다. 吾(오) “ 나. / 何(하) : 어찌. / 買衣着(매의착) : 옷을 사서 입다. 當然(당연) : 당연히. / 沽酒嘗(고주상) : 술을 사서 먹다.   [직역] 술타령   너, 날씨야! 아무리 추워본들 내가 옷 사 입겠나? 당연히 술 사 먹지   [漢譯 노트] 술타령을 술을 마실 때 부르는 노래 정도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술타령은 기실 다른 할 일을 다 제쳐놓고 술만 찾거나 술만 마시는 일을 가리키는 것이 보통이다. 술타령의 타령을 한자로 ‘打令’으로 적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노래와 연관 짓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그러므로 술타령을 한문으로 번역할 경우 ‘주타령(酒打令)’으로 해서는 상당히 곤란하다. ‘술 노래’로 오해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신천희 시인의 이 시는 시쳇말로 하자면 사이다처럼 빵 터지게 하는 시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독자가 술을 즐기는 경우라면 그 ‘시원함’의 정도는 어디 비할 데가 없을 듯하다. 그런데 시인은 왜 두고두고 따스함을 줄 수 있는 ‘

    2019-12-24 11:49
  • 흰 밥, 김용택

    흰 밥   김용택   해는 높고 하늘이 푸르른 날 소와 쟁기와 사람이 논을 고르고 사람들이 맨발로 논에 들어가 하루 종일 모를 낸다 왼손에 쥐어진 파란 못 잎을 보았느냐 캄캄한 흙 속에 들어갔다 나온 아름다운 오른손을 보았느냐 그 모들이 바람을 타고 쓰러질 듯 쓰러질 듯 파랗게 몸을 굽히며 오래오래 자라더니 흰 쌀이 되어 우리 발 아래 쏟아져 길을 비추고 흰 밥이 되어 우리 어둔 눈이 열린다 흰 밥이 어둔 입으로 들어갈 때 생각하라 사람이 이 땅에 할 짓이 무엇이더냐   [태헌의 한역(漢譯)] 白飯(백반)   日高春天碧碧日(일고춘천벽벽일) 人驅耒牛治水田(인구뢰우치수전) 衆人赤足入田裏(중인적족입전리) 盡日揷秧無休眠(진일삽앙무휴면) 君不見左手中靑靑稻苗(군불견좌수중청청도묘) 又不見黑泥裏入出右手(우불견흑니리입출우수) 稻秧因風欲倒下(도앙인풍욕도하) 靑靑屈身生長久(청청굴신생장구) 終竟爲白米(종경위백미) 照耀吾前路(조요오전로) 終竟爲白飯(종경위백반) 開敞吾暗眸(개창오암모) 白飯呑口時(백반탄구시) 吾子思而思(오자사이사) 人生於世間(인생어세간) 做事果是何(주사과시하)   [주석] * 白飯(백반) : 흰 밥, 백반. 日高(일고) : 해가 높다. / 春天(춘천) : 봄 하늘. / 碧碧日(벽벽일) : 푸르른 날, 푸르고 푸른 날. 人驅耒牛(인구뢰우) : 사람이 쟁기와 소를 몰다, 사람이 쟁기를 메운 소를 몰다. / 治水田(치수전) : 논을 고르다. ‘水田’은 논을 가리킨다. 衆人(중인) : 여러 사람들. / 赤足(적족) : 맨발. / 入田裏(입전리) : 전답 안에 들어가다. 여기서 전답은 논을 가리킨다. 盡日(진일) : 진종일, 온종일. / 揷秧(삽앙) : 모를 심다,

    2019-12-17 11:16
  • 학생들이 지은 한글 영물시, 여러 명

    ♣ 좀 특별한 한역시를 준비하며….   이번 가을학기에 역자는 학생들에게 다소 엉뚱한 과제를 하나 부과하게 되었다. 지난 칼럼에서 잠깐 언급했던 바이지만 학생들에게 4행으로 된 한글 영물시(詠物詩)를 지어 제출하라고 하였던 것이다. 아 참, 역자의 칼럼을 오늘 처음으로 대하는 분이 계시다면, 다른 것은 차치하고 지난주의 칼럼 “병든 짐승-도종환” 만큼은 꼭 일독해주시기 바란다. 애초에 역자는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잘 된 작품 몇 편은 한시로 번역해주겠노라는 약속을 하였더랬다. 그런데 막상 과제를 받고 보니 우열을 정한다는 게 참으로 부끄러워졌다. 젊은 청년들의 싱싱한 생각들을, 우와 열로 나누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번 학기 수업 기념으로 학생들의 모든 작품을 한시로 만들어주겠노라는 다소 무모한 약속을 덜컥해버리고 말았다. 언제나 그랬듯 역자의 강의가 다소 빡세었던 관계로 줄줄이 수강 취소를 한 뒤에 마지막까지 남은 학생이 겨우 열다섯 명…… 그리하여 마침내 15수의 학생들 영물시와 한역 영물시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한역시는 몇몇 구절에 대해 제법 큰 폭으로 수정을 가하기도 하였다.[*로 표시] 총명한 청년들을 단지 약간 더 아는 지식을 가지고 선생이라는 자격으로 만날 때, 아! 그 때 느끼게 되는 기쁨은 정말이지 겪어보지 않으면 알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 기쁨이 역자가 앞으로 소개할 영물시의 한역(漢譯)에도 얼마간은 묻어있지 않을까 여겨본다. 맹자(孟子)도 그런 기쁨을 제대로 느껴 저 유명한 ‘군자삼락(君子三樂)’이라는 명제를 완성하여 세상에 남기게 되었을

    2019-12-10 10:18
  • 병든 짐승, 도종환

    병든 짐승   도종환   산짐승은 몸에 병이 들면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다 숲이 내려보내는 바람 소리에 귀를 세우고 제 혀로 상처를 핥으며 아픈 시간이 몸을 지나가길 기다린다   나도 가만히 있자   [태헌의 한역(漢譯)] 病獸(병수)   山獸忽有病(산수홀유병) 靜靜踞而蹲(정정거이준) 植耳林間風(식이임간풍) 己舌舐傷痕(기설지상흔) 忍待痛日過(인대통일과) 吾亦今安存(오역금안존)   [주석] * 病獸(병수) : 병든 짐승. 山獸(산수) : 산짐승. / 忽(홀) : 문득, 갑자기. / 有病(유병) : 병이 있다, 병이 들다. 靜靜(정정) : 고요히, 가만히. / 踞而蹲(거이준) : 웅크리고 있다. ‘踞’나 ‘蹲’ 모두 웅크린다는 뜻이다. 植耳(식이) : 귀를 세우다, 귀를 기울이다. / 林間風(임간풍) : 숲 속의 바람. 己舌(기설) : 자기 혀. / 舐(지) : ~을 핥다. / 傷痕(상흔) : 상흔, 상처. 忍待(인대) : ~을 참고 기다리다. / 痛日過(통일과) : 아픈 날이 지나가다. 吾(오) : 나. / 亦(역) : 또한, 역시. / 今(금) : 이제. / 安存(안존) : 편안히 있다, 가만히 있다.   [직역] 병든 짐승   산짐승은 문득 병이 들면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다 숲 속의 바람에 귀를 세우고 제 혀로 상처를 핥으며 아픈 날이 지나가길 참고 기다리나니 나도 이제 가만히 있자   [漢譯 노트] 역자가 출강하는 대학에서 ‘영물시(詠物詩)’에 대해 강의를 한 후에 학생들에게 4행으로 된 한글 영물시를 지어 제출하라고 한 적이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당(唐)나라 시기에 굳어진 일반적인 영물시의 양식은, 음영(吟詠)의 대상이 되는 구체적인 물상을 나타내는 글자는 물론 그것과 직접적으

    2019-12-03 10:47
  • 첫눈, 목필균

    첫눈   목필균   까아만 밤에 내리는 함박눈   바라만 보아도 순결해지는 가슴 속에 기척 없이 남겨진 발자국 하나   한 겹, 두 겹, 세 겹 덮히고 덮히고 덮혀서 아득히 지워졌던 기억   선명하게 다가오는 얼굴 하나   [태헌의 한역] 初雪(초설)   誠如漆黑夜(성여칠흑야) 鵝毛從天落(아모종천락) 望則爲潔胸臆裏(망즉위결흉억리) 毫無聲息留足跡(호무성식류족적) 一層一層又一層(일층일층우일층) 積後復積埋記憶(적후부적매기억) 倏忽有一顔(숙홀유일안) 鮮然自近迫(선연자근박)   [주석] * 初雪(초설) : 첫눈. 誠如(성여) : 진실로 ~와 같다. / 漆黑夜(칠흑야) : 칠흑같이 어두운 밤. 鵝毛(아모) : 거위 털. 함박눈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한자어이다. / 從天落(종천락) : 하늘로부터 떨어지다. 望則爲潔(망즉위결) : 바라보면 깨끗해지다. / 胸臆裏(흉억리) : 가슴 속. 毫無(호무) : 전혀 ~이 없다. / 聲息(성식) : 소리와 숨, 기척. / 留足跡(유족적) : 발자국을 남기다, 남겨진 발자국. 一層(일층) : 한 층, 한 겹. / 又(우) : 또, 또한. 積後(적후) : 쌓인 후. / 復積(부적) : 다시 쌓이다. / 埋記憶(매기억) : 기억을 묻다. 倏忽(숙홀) : 문득. / 有一顔(유일안) : 얼굴 하나가 있다. 鮮然(선연) : 선연히, 분명히. / 自(자) : 스스로, 절로. / 近迫(근박) : 다가오다.   [직역] 첫눈   정말 칠흑 같은 밤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함박눈   바라보면 순결해지는 가슴 속에 아무 기척 없이 남겨진 발자국   한 겹, 한 겹, 또 한 겹 쌓인 후에 다시 쌓여 기억 묻었는데   문득 얼굴 하나 있어 선연히 절로 다가오네   [漢譯 노트] 그 많고 많은 ‘첫눈’ 시 가운데

    2019-11-26 13:16
  • 공짜, 박호현

    공짜   박호현   선생님께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하셨다 그러나 공짜는 정말 많다 공기 마시는 것 공짜 말 하는 것 공짜 꽃향기 맡는 것 공짜 하늘 보는 것 공짜 나이 드는 것 공짜 바람소리 듣는 것 공짜 미소 짓는 것 공짜 꿈도 공짜 개미 보는 것 공짜   [태헌의 한역(漢譯)] 免費(면비) 師曰天下無免費(사왈천하무면비) 然而免費眞正多(연이면비진정다) 呼氣吸氣免費呀(호기흡기면비아) 出語答語免費呀(출어답어면비아) 鼻聞花香免費呀(비문화향면비아) 目看天空免費呀(목간천공면비아) 身加歲數免費呀(신가세수면비아) 耳聽風聲免費呀(이청풍성면비아) 顔作微笑免費呀(안작미소면비아) 夜入夢鄕免費呀(야입몽향면비아) 晝觀螞蟻免費呀(주관마의면비아)   [주석] * 免費(면비) : 공짜, 무료. 師曰(사왈) : 선생님이 ~라고 말씀하시다. / 天下(천하) : 하늘 아래, 온 세상. / 無(무) : 없다. 然而(연이) : 그러나. / 眞正多(진정다) : 정말로 많다. 呼氣吸氣(호기흡기) : 공기(空氣)를 내보내는 숨을 쉬고 들이키는 숨을 쉬다. / 呀(아) : 어세(語勢)를 돕기 위하여 문장의 끝에 사용하는 감탄 어기(語氣) 조사. 出語答語(출어답어) : 꺼내는 말과 답하는 말. 鼻聞花香(비문화향) : 코로 꽃향기를 맡다. 目看天空(목간천공) : 눈으로 하늘을 보다. 身加歲數(신가세수) : 몸에 나이를 더하다. 耳聽風聲(이청풍성) : 귀로 바람소리를 듣다. 顔作微笑(안작미소) : 얼굴에 미소를 짓다. 夜入夢鄕(야입몽향) : 밤에 꿈나라에 들어가다. 晝觀螞蟻(주관마의) : 낮에 개미를 보다.   [직역] 공짜 선생님께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하셨다. 그러나 공짜는 정말 많다. 공기 내쉬고 들이쉬

    2019-11-19 10:08
  • 낙엽 한 잎, 홍수희

    낙엽 한 잎   홍수희   나무에게도 쉬운 일은 아닌가봅니다 낙엽 한 잎 떨어질 때마다 여윈 가지 부르르 전율합니다 때가 되면 버려야 할 무수한 것들 비단 나무에게만 있겠는지요 아직 내 안에 팔랑이며 소란스러운 마음가지 끝 빛 바랜 잎새들이 있습니다 저 오래된 집착과 애증과 연민을 두고 이제는 안녕, 이라고 말해볼까요 물론 나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태헌의 한역] 落葉一片(낙엽일편)   於樹亦難事(어수역난사) 葉落瘦枝戰(엽락수지전) 及時棄應多(급시기응다) 何獨在樹邊(하독재수변)   吾內飄飄而騷亂(오내표표이소란) 思葉退色懸心枝(사엽퇴색현심지) 執着愛憎及憐憫(집착애증급연민) 與彼告別何容易(여피고별하용이)   [주석] * 落葉(낙엽) : 낙엽. / 一片(일편) : 한 조각, 한 잎. 於樹(어수) : 나무에게, 나무에게 있어. / 亦(역) : 또, 또한. / 難事(난사) : 어려운 일. 葉落(엽락) : 잎이 떨어지다. / 瘦枝戰(수지전) : 파리한 나뭇가지가 떨다. 及時(급시) : 때가 되다. / 棄應多(기응다) : 버릴 것이 응당 많아지다. 何獨(하독) : 어찌 다만. / 在樹邊(재수변) : 나무 쪽에 있다, 나무 편에 있다. 吾內(오내) : 내 안, 내 안에서. / 飄飄而騷亂(표표이소란) : 나부끼며[팔랑이며] 소란스럽다. 思葉(사엽) : 생각의 잎, 곧 생각. 역자가 원시(原詩)의 뜻을 고려하여 만든 말이다. / 退色(퇴색) : 빛이 바래다. / 懸心枝(현심지) : 마음 가지에 매달리다. ‘心枝’ 역시 역자가 원시의 뜻을 고려하여 만든 말로 마음을 가리킨다. 執着(집착) : 집착. / 愛憎(애증) : 애증. / 及(급) : 그리고. / 憐憫(연민) : 연민. 與彼(여피) : 저들과, 저들과 더불어. 저들은 앞 구절에 나온

    2019-11-12 15:27
  • 귀, 정현정

    귀   정현정   입의 문 닫을 수 있고   눈의 문 닫을 수 있지만   귀는 문 없이 산다   귀와 귀 사이 생각이란 체 하나 걸어놓고 들어오는 말들 걸러내면서 산다.   【태헌의 한역】 耳(이)   口門可閉眼門亦(구문가폐안문역) 兩耳無門過一生(양이무문과일생) 縱掛思篩兩耳間(종괘사사양이간) 隨時入語濾而生(수시입어려이생)   【주석】 * 耳(이) : 귀. 口門(구문) : 입의 문. / 可閉(가폐) : 닫을 수 있다. / 眼門(안문) : 눈의 문. / 亦(역) : 또한, 역시. 여기서는 ‘또한 그렇다’는 의미로 쓰였다. 兩耳(양이) : 두 귀. / 無門(무문) : 문이 없다. / 過一生(과일생) : 일생을 보내다, 평생을 살다. 縱掛(종괘) : 세로로 걸다. / 思篩(사사) : ‘생각이라는 체’의 뜻으로 역자가 만든 말이다. / 兩耳間(양이간) : 두 귀 사이. 隨時(수시) : 때에 따라, 수시로. / 入語(입어) : 들어오는 말. / 濾而生(여이생) : 걸러내며 살다.   【직역】 귀   입의 문 닫을 수 있고 눈의 문도 그렇지만 두 귀는 문 없이 평생을 산다 두 귀 사이에 생각이란 체 세로로 걸어 놓고 수시로 들어오는 말들 거르면서 산다   【漢譯 노트】 사람의 얼굴을 구성하는 4대 요소를 한글로는 “눈코입귀”나 “눈코귀입” 등의 순서로 얘기하고, 한자로는 “이목구비(耳目口鼻)”의 순서로 칭한다. 이 순서를 가지고도 문화적 차이를 얘기할 수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 가운데 눈과 입은 본인의 의지에 따라 열 수도 있고 닫을 수도 있다. 그러나 코와 귀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그리고 귀와 귀 사이에는 생각을 하는 ‘머리’라는 것이 있다. 여기에서

    2019-11-05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