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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위
강성위
The Life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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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한시로 만나다
자는 백안(伯安), 호는 태헌(太獻)이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희대학교 연구박사, 서울대학교 중국어문학연구소 책임연구원, 안동대학교 퇴계학연구소 책임연구원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조그마한 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저술 활동을 하며 한시(漢詩) 창작과 번역을 지도하는 한편 모교인 서울대학교에 출강하여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30여 권의 저서와 역서가 있으며, 창작 한시집으로 ≪술다리[酒橋]≫ 등이 있다.
  • 늦가을, 고증식

    늦가을 고증식 된서리 때려야 얼음골사과제 맛이 돌듯  폭풍우 건너야마침내 단풍잎 불붙듯 울음 없이타오른 사랑이 사랑이랴 [태헌의 한역]晩秋(만추) 嚴霜飛墮(엄상비타)蘋果味鮮(빈과미선)經風歷雨(경풍력우)楓葉欲燃(풍엽욕연)無啼有熱(무제유열)愛戀何全(애련하전) [주석]* 晩秋(만추) : 늦가을.嚴霜(엄상) : 된서리. / 飛墮(비타) : 날아 떨어지다. “때려야”를 문맥에 맞게 한역한 표현이다.蘋果(빈과) : 사과. ※ 원시의 ‘얼음골’은 시화(詩化)시키지 못하였다. 얼음골은 밀양 얼음골을 가리킨다. / 味鮮(미선) : 맛이 좋다. 원시의 “제 맛이 돌듯”을 간략히 한역한 표현이다.經風歷雨(경풍력우) : 바람을 겪고 비를 겪다, 풍우를 겪다. ※ 이 구절은 원시의 “폭풍우 건너야”를 다소 의역한 표현이다.楓葉(풍엽) : 단풍잎. / 欲燃(욕연) : 불이 붙으려고 하다.無啼(무제) : 울음이 없다. / 有熱(유열) : 뜨거움이 있다. 역자가 “타오른 사랑”의 ‘타오른’을 다소 의역한 표현이다.愛戀(애련) : 사랑. / 何全(하전) : 어찌 온전하랴!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역자가 “사랑이 / 사랑이랴”를 다소 의역한 표현이다. [한역의 직역]늦가을 된서리 날아 떨어져야사과 맛이 좋아지고바람 겪고 비 겪어야단풍잎 불붙으려 하듯울음 없이 뜨거움만 있다면사랑이 어찌 온전하랴! [한역노트]이 시의 소개가 살짝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역자와 비슷하게 지금을 아직도 늦가을로 여기는 사람이 많겠지만, 초겨울로 간주하는 사람 역시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을과 겨울이 갈마드는 이런 환절기가 되면 우리의 신체뿐만 아니

    2021-11-16 10:00
  • 낙엽, 공재동

    <사진 제공 : 송태영님>낙엽 공재동 가을나무들엽서를 쓴다 나뭇가지하늘에 푹 담갔다가파란 물감을찍어 내어 나무들우수수엽서를 날린다 아무도 없는빈 뜨락에 나무들이보내는가을의 엽서 [태헌의 한역]落葉(낙엽) 秋日樹木修葉書(추일수목수엽서)深浸樹枝天空中(심침수지천공중)靑墨點來錄居諸(청묵점래록거저) 樹木淅瀝飛葉書(수목석력비엽서)無人蕭條空庭上(무인소조공정상)見送秋日葉書儲(견송추일엽서저) [주석]* 落葉(낙엽) : 낙엽.秋日(추일) : 가을, 가을날. / 樹木(수목) : 나무, 나무들. / 修葉書(수엽서) : 엽서를 쓰다. ‘修’는 편지를 쓴다는 의미이다. ‘葉書’는 잎사귀에 쓴 글이라는 뜻으로 전통 시기에는 주로 불경(佛經)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는데, 근·현대에는 전하는 내용과 보내는 이·받는 이의 주소를 적을 수 있도록 만든 한 장으로 된 우편물을 주로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深浸(심침) : ~을 깊이 담그다, ~을 푹 담그다. / 樹枝(수지) : 나뭇가지. / 天空中(천공중) : 하늘 가운데에, 하늘에.靑墨(청묵) : 파란 먹물. 역자가 파란 물감이라는 뜻으로 사용한 말이다. / 點來(점래) : (물감 따위를) 찍어오다. / 錄居諸(녹거저) : 세월을 기록하다. ‘居諸’는 해와 달, 또는 시간이나 세월을 가리킨다. 이 대목은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淅瀝(석력) : 눈·비·바람·낙엽 등의 소리. 쏴아, 우수수. / 飛葉書(비엽서) : 엽서를 날리다, 엽서를 보내다.無人(무인) : 사람이 없다. / 蕭條(소조) : 쓸쓸하다. / 空庭上(공정상) : 빈

    2021-11-09 10:00
  • 단풍, 이상국

    단풍 이상국 나무는 할 말이 많은 것이다그래서 잎잎이 마음을 담아내는 것이다 봄에 겨우 만났는데가을에 헤어져야 하다니슬픔으로 몸이 뜨거운 것이다 그래서 물감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계곡에 몸을 던지는 것이다. [태헌의 한역]丹楓(단풍) 樹木多有所欲言(수목다유소욕언)是故葉葉藏心魂(시고엽엽장심혼)春日?逢秋日別(춘일재봉추일별)傷悲滿滿身自熱(상비만만신자열)恰如顔料淚滴瀝(흡여안료루적력)今向溪谷身自擲(금향계곡신자척) [주석]* 丹楓(단풍) : 단풍.樹木(수목) : 수목, 나무. / 多有(다유) : ~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 많이 있다. / 所欲言(소욕언) : 하고 싶은 말.是故(시고) : 이 때문에, 그래서. / 葉葉(엽엽) : 잎마다, 모든 잎. / 藏(장) : ~을 감추다, ~을 간직하다. / 心魂(심혼) : 마음.春日(춘일) : 봄날, 봄. / ?逢(재봉) : 겨우 만나다, 간신히 만나다. / 秋日(추일) : 가을날, 가을. / 別(별) : 헤어지다.傷悲(상비) : 슬픔. / 滿滿(만만) : 가득하다. / 身(신) : 몸. / 自(자) : 저절로.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熱(열) : 뜨겁다.恰如(흡여) : 마치 ~와 같다. / 顔料(안료) : 물감. / 淚(누) : 눈물. / 滴瀝(적력) : (물방울 등이) 뚝뚝 떨어지다. 또는 그 소리.今(금) : 지금, 이제.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向溪谷(향계곡) : 계곡을 향하여, 계곡으로, 계곡에. / 自(자) : 스스로.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擲(척) : ~을 던지다. 이 구절에서 ‘擲’의 목적어는 ‘身’이다. [한역의 직역]단풍 나무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그래서 나뭇잎

    2021-11-02 10:00
  • 동창이 밝았느냐, 남구만, 이형상, 강성위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재 너머 사래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1. 남구만(南九萬) 선생의 한역 : ≪약천집(藥泉集)≫東方明否鸕鴣已鳴(동방명부로고이명)飯牛兒胡爲眠在房(반우아호위면재방)山外有田壟畝闊(산외유전롱무활)今猶不起何時耕(금유불기하시경) [주석]東方(동방) : 동방, 동쪽. / 明否(명부) : 밝았느냐? / 鸕鴣(노고) : 노고지리라는 뜻으로 쓴 한자어인 듯한데 이 말의 출처나 용례(用例)가 확인되지 않는다. 보통 鸕는 가마우지를 가리키고, 鴣는 자고새를 가리킨다. / 已(이) : 이미, 벌써. / 鳴(명) : 울다.飯牛兒(반우아) : 소를 먹이는 아이, 소치는 아이. / 胡爲(호위) : 어째서, 무엇 때문에. / 眠在房(면재방) : 방에서 잠을 자다.山外(산외) : 산 밖, 산 너머. / 有田(유전) : 밭이 있다, 있는 밭. / 壟畝(농무) : 밭이랑. / 闊(활) : 넓다.今(금) : 지금. / 猶不起(유불기) : 아직 일어나지 않다. / 何時(하시) : 어느 때, 언제. / 耕(경) : 밭을 갈다. [한역의 직역]동방이 밝았느냐? 노고지리가 이미 운다소 먹이는 아이는 어찌 방에서 잠만 자냐?산 너머에 있는 밭은 이랑이 넓고 넓은데지금도 아직 일어나지 않으니 언제 갈꼬? 2. 이형상(李衡祥) 선생의 한역 : ≪병와집(甁窩集)≫東方欲曙未(동방욕서미)鶬庚已先鳴(창경이선명)可憎牧竪輩(가증목수배)尙耽短長更(상탐단장경)上平田畝長(상평전무장)恐未趁日耕(공미진일경) [주석]欲曙未(욕서미) : 밝아지려는가?鶬庚(창경) : 꾀꼬리. 이 한자어가 노고지리라는 의미로 쓰인 예를 역자는 찾지 못하였다. / 已先(이선) : 이미 먼저, 이미 앞서.可憎(가증) : 밉살스럽다, 얄밉다. / 牧竪輩(목수배) : 소를 치

    2021-10-26 10:00
  • 풍경 달다, 정호승

    풍경 달다 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돌아오는 길에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풍경을 달고 돌아왔다먼데서 바람 불어와풍경소리 들리면보고 싶은 내 마음이찾아간 줄 알아라 [태헌의 한역]掛風磬(괘풍경) 雲住有臥佛(운주유와불)往謁將歸來(왕알장귀래)君胸簷牙端(군흉첨아단)吾掛風磬回(오괘풍경회)風自遠處到(풍자원처도)假使磬聲聞(가사경성문)須知吾心子(수지오심자)懷君自訪君(회군자방군) [주석]* 掛風磬(괘풍경) : 풍경을 달다.雲住(운주) : 운주사(雲住寺). 전남 화순(和順)에 있는 사찰 이름. / 有(유) : ~이 있다. / 臥佛(와불) : 와불. 운주사 경내에 있는, 누워 있는 불상을 가리킨다.往謁(왕알) : 가서 뵙다, 가서 찾아뵙다. / 將(장) : 장차, ~을 하려고 하다. / 歸來(귀래) : 돌아오다.君胸(군흉) : 그대 가슴, 그대 마음. / 簷牙端(첨아단) : 처마 끝.吾(오) : 나.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서 생략된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回(회) : 돌아오다.風(풍) : 바람. / 自遠處(자원처) : 먼 곳으로부터. / 到(도) : 이르다, 도착하다. ※ 이 한역시 구절을 직역하면 ‘바람이 먼 곳으로부터 <불어>오다’가 된다.假使(가사) : 만약. / 磬聲(경성) : 풍경소리. ‘風磬聲(풍경성)’을 줄인 말이다. / 聞(문) : 듣다, 들리다.須知(수지) : 마땅히 알아야 한다. 원시의 “알아라”를 한역한 표현이다. / 心子(심자) : 내심, 마음. 아래 구에서 이어지는 내용을 고려하여 역자가 선택한 한역어(漢譯語)이다.懷君(회군) : 그대를 그리워하다. / 自(자) : 스스로, 저절로.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訪君(방군) : 그대를 방문하다. ※ 이 구절은 &ldquo

    2021-10-19 10:00
  • 풀꽃, 나태주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예쁘다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태헌의 한역]草花(초화) 細觀卽娟(세관즉연)久觀應憐(구관응련)爾汝亦然(이여역연) [주석]*草花(초화) : 풀꽃.細觀(세관) : 자세히 보다. / 卽(즉) : 즉, ~하면. / 娟(연) : 예쁘다.久觀(구관) : 오래 보다. / 應(응) : 응당. / 憐(연) : 어여삐 여기다, 사랑하다, 사랑스럽다.爾汝(이여) : 너, 그대. / 亦(역) : 또, 또한. / 然(연) : 그러하다, 그렇다. [한역의 직역]풀꽃 자세히 보면 예쁘다오래 보면 사랑스럽다너 또한 그렇다 [한역 노트]이 시는 어쩌면 나태주 시인의 시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지고 가장 사랑받는 시가 아닐까 싶다. 시인의 공로를 기리기 위하여 시인의 고향인 공주에 설립한 문학관 이름이 “풀꽃”이고, 시인을 “풀꽃” 시인으로 칭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이 시를 시인의 출세작(出世作)으로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풀꽃”을 소재로 한 이 시가 대상을 ‘보는 법’에 대하여 얘기한 것이기 때문에, 역자는 최근에 접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라는 책에서 다룬 소로(H. D. Thoreau)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미국의 사상가이자 문학가인 소로는 기존의 이념을 초월하여 ‘보는 법’을 강조했는데 인식의 실재보다 자연의 실재에 더 큰 관심을 가졌고, 지식보다는 ‘보는 힘’을 중시하였다. 소로가 새롭게 보는 법으로 제시한 것이 마음의 렌즈를 닦고 스캔하듯이 지혜를 보는 것이라면, 나태주 시인이 제시한 보는 법은 돋보기를 대고 가만히 응시하듯 지혜를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세히, 그리고 오랫동안 보면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것

    2021-10-12 10:00
  • 가을, 강준모

    가을 강준모 형제들이 소리를 모아엄니 보청기 하나 해드렸다놀이터 낙엽지는 소리도 듣고창가에 달빛 돋는 소리도 담고돌아온 소리는 반가운데덩달아 엄니 잔소리도 돌아오고아버지 욱하는 소리도 따라왔다돌아온 소리에 소음도 따라와엄니 하는 말이내 안에는 귀뚜라미 한 마리사는구나 하신다 [태헌의 한역]秋(추) 母親耳中補聽器(모친이중보청기)子女集音待秋呈(자녀집음대추정)可聞戱場落葉響(가문희장락엽향)又得窓邊月光聲(우득창변월광성)回來聲音固愉悅(회래성음고유열)母誹父嗔亦現形(모비부진역현형)聲音來時帶騷音(성음래시대소음)母云吾內蟋蟀生(모운오내실솔생) [주석]* 秋(추) : 가을.母親(모친) : 모친, 어머니. / 耳中(이중) : 귓속. / 補聽器(보청기) : 보청기. 오늘날 중국인들은 조청기(助聽器)라는 표현을 쓴다.子女(자녀) : 자녀, 자식들. / 集音(집음) : 소리를 모으다. / 待秋(대추) : 가을을 기다리다.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呈(정) : 드리다, 바치다.可聞(가문) : ~을 들을 수 있다. / 戱場(희장) : 노는 마당, 놀이터. / 落葉響(낙엽향) : 낙엽 소리, 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又(우) : 또, 또한. / 得(득) : ~을 얻다, ~을 얻을 수 있다. / 窓邊(창변) : 창가. / 月光聲(월광성) : 달빛 소리. 원시의 “달빛 돋는 소리”를 간략히 표현한 말이다.回來(회래) : 돌아오다. / 聲音(성음) : 소리. / 固(고) : 진실로, 정말로.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愉悅(유열) : 유쾌하고 기쁘다, 반갑다.母誹(모비) : 어머니가 잔소리하다, 어머니의 잔소리. 父嗔(부진) : 아버지가 성을 내다, 아버지의 역정(逆

    2021-10-05 10:00
  • 가을 소리, 미상

    가을 소리 미상 한여름 물어물어찾아간 너의 집 앞수줍은 코스모스어설픈 허수아비네 얼굴보이지 않고가을 소리 들리네 [태헌의 한역]秋響(추향) 盛夏問而問(성하문이문)君家吾尋訪(군가오심방)秋英含羞立(추영함수립)草人頗醜狀(초인파추상)四顧君不見(사고군불견)但只聞秋響(단지문추향) [주석]* 秋響(추향) : 가을 소리.盛夏(성하) : 한여름. / 問而問(문이문) : 묻고 또 묻다.君家(군가) : 그대의 집. / 吾(오) : 나. / 尋訪(심방) : 찾아가다, 방문하다.秋英(추영) : 가을꽃, 코스모스. / 含羞(함수) : 부끄러움을 머금다, 부끄럽게. / 立(입) : 서다.草人(초인) : 허수아비. / 頗(파) : 자못, 퍽.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醜狀(추상) : 못난 모습, 어설픈 모습.四顧(사고) : 사방을 돌아보다.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君不見(군불견) : 그대가 보이지 않다. 원시의 “네 얼굴 / 보이지 않고”를 간략히 표현한 말이다.但只(단지) : 단지, 다만.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聞(문) : ~을 듣다, ~이 들리다. [한역의 직역]가을 소리 한여름부터 묻고 물어그대의 집 내가 찾았더니코스모스 수줍게 섰는데허수아비는 퍽 어설픈 모습사방 돌아봐도 그대 보이지 않고그저 가을 소리만 들리네 [한역 노트]역자는 이 시를 소개하기에 앞서 적지 않은 고민을 해야 했다. 작자가 확인되지 않아 게재 허락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익명의 읽을 꺼리를 한역(漢譯)하여 소개하는 것이 과연 합당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역자는 이 코너의 열렬한 독자인

    2021-09-28 10:00
  • 애평선, 양광모

    애평선 양광모 땅과 하늘이 만나지평선을 만들고 물과 하늘이 만나수평선을 만들고 나의 그리움과 너의 그리움이 만나애평선을 만든다 흐린 날,더 멀리 보인다 [태헌의 한역]愛平線(애평선) 地天逢作地平線(지천봉작지평선)水天逢作水平線(수천봉작수평선)爾我思作愛平線(이아사작애평선)陰日遠處分明見(음일원처분명견) [주석]* 愛平線(애평선) : 애평선. 시인의 자가어(自家語:자기 스스로가 만든 말)를 한자어로 적은 것이다.地天(지천) : 땅과 하늘. / 逢(봉) : 만나다. / 作(작) : ~을 만들다. / 地平線(지평선) : 지평선.水天(수천) : <바닷>물과 하늘. / 水平線(수평선) : 수평선.爾我思(이아사) : 역자가 ‘爾我之思(이아지사)’, 곧 ‘너와 나의 그리움’이라는 뜻으로 사용한 말이다.陰日(음일) : 흐린 날. / 遠處(원처) : 먼 곳. / 分明(분명) : 또렷하다, 또렷하게. / 見(견) : ~이 보이다. ※ 이 구절의 “遠處” 이하는 원시의 “더 멀리 보인다”를 살짝 고쳐 한문식으로 옮겨본 것이다. [한역의 직역]애평선 땅과 하늘이 만나 지평선을 만들고물과 하늘이 만나 수평선을 만들고너와 나의 그리움이 애평선을 만든다흐린 날에 먼 곳이 또렷하게 보인다 [한역 노트]누구나 그렇겠지만, 어린 시절에 말은 알아도 뜻은 몰랐던 단어가 제법 있었을 것이다. 역자의 경우는 어른들이 이따금 사용하던 욕설이나 어른들이 부르던 노래에 특히 이런 말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모르는 게 워낙 많아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지만, 어쩌다 무엇인가를 물어보면 혼나기 일쑤였던 터라, 뜻도 모른 채 익혀 따라 쓰고 따라 부르고는 했던 기억이 새삼스럽기만

    2021-09-14 10:00
  • 안경에게, 권오범

    안경에게 권오범 너는 내 마음의 창네가 없다면 나는 청맹과니컴퓨터가 무슨 소용이랴매일 월담하는 싱싱한 언어들마저너 없이는 그림의 떡이라서공연히 씀벅거릴 뿐물안개 헤살 벗어날 수가 없다 남은 생 다정하게어딜 가나 함께 하리니행여 다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야잠자리에 들 땐 반드시 네 방에서다리 포개고 격식 갖춰 누워야 한다한뎃잠은 매우 위험하니까 * 헤살: 짓궂게 방해함. [태헌의 한역]致眼鏡(치안경) 汝卽吾心窓(여즉오심창)無汝吾靑盲(무여오청맹)活語溢電惱(활어일전뇌)無汝畵中餦(무여화중장)刮眼亦徒勞(괄안역도로)難脫水霧妨(난탈수무방) 餘生相傾心(여생상경심)行處恒成雙(행처항성쌍)意外或偶然(의외혹우연)只願無中傷(지원무중상) 夜深吾欲眠(야심오욕면)汝應在汝房(여응재여방)交脚從容臥(교각종용와)外宿甚危慌(외숙심위황) [주석]* 致(치) : ~에게. / 眼鏡(안경) : 안경.汝(여) : 너. / 卽(즉) : 즉, 곧, 바로 ~이다. / 吾(오) : 나. / 心窓(심창) : 마음의 창.無汝(무여) : 네가 없다, 네가 없다면. / 靑盲(청맹) : 청맹과니. 겉으로 보기에는 눈이 멀쩡하나 앞을 보지 못하는 눈. 또는 그런 사람.活語(활어) : 살아있는 말. 원시의 “싱싱한 언어”를 한역한 말이다. / 溢(일) : 넘치다. / 電惱(전뇌) : 컴퓨터.畵中餦(화중장) : 그림 속의 떡. 화중지병(畵中之餠). 압운 관계로 ‘餠’의 대용어로 ‘餦’을 사용하였다. ‘餦’은 ‘산자’ 외에도 ‘유과’, ‘떡’ 등의 의미가 있는 글자이다.刮眼(괄안) : 눈을 비비다, 눈을 크게 뜨다. / 亦(역) : 또한, 역시. / 徒勞(도로) : 보람 없이 애쓰다, 헛되이 수고하다.難脫(난

    2021-09-07 10:00
  • <특집 : 번역 단상(斷想)> 石竹花(석죽화), 李奎報(이규보)

    ※ 오늘은, 지인의 요청으로 이규보(李奎報) 선생의 시 <石竹花(석죽화)>에 대한 기존의 다양한 번역을 검토하면서 작성한 ‘번역 단상(斷想)’으로 칼럼을 대신합니다.[原詩]石竹花(석죽화) 李奎報(이규보) 節肖此君高(절초차군고)花開兒女艶(화개아녀염)飄零不耐秋(표령불내추)爲竹能無濫(위죽능무람) [태헌의 국역]패랭이꽃 마디는 대나무를 닮아 고상하고꽃은 피면 아녀자처럼 어여뻐도가을 못 견디고 흩날려 떨어지니대나무로 삼기엔 외람되지 않나? [주석]* 石竹花(석죽화) : 패랭이꽃.* 此君(차군) : 대나무의 아칭(雅稱). [번역 단상]※ 이 시를 제대로 이해하자면 우선 패랭이꽃에 얽힌 전설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옛날 중국에 힘이 센 장사가 있었다. 그는 인근 마을에 밤마다 사람들을 괴롭히는 석령(石靈)이 있다는 말을 듣고 산으로 올라갔다. 그가 화살을 겨누어 그 돌을 향해 힘껏 쏘았는데 너무나 세게 쏘아 화살이 바위에 깊숙이 박혀서 빠지지가 않았다. 그 후, 그 돌에서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는 고운 꽃이 피었는데 사람들은 바위에서 핀 대나무를 닮은 꽃이라 하여 ‘석죽(石竹)’이라 부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옛날에 서민들이 쓰던 패랭이 모자를 닮았다고 하여 패랭이꽃으로 불렀다. - 네이버 패랭이꽃 (야생화도감(봄), 2010. 4. 10., 푸른행복)흔히 제1구의 ‘節’을 ‘절조’의 뜻으로 풀이하나 역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일단 ‘節’을 ‘절조’의 뜻으로 보면 제2구와의 대(對)가 매우 어색해지기 때문이다. 제2구의 제1자 ‘花’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물을 지칭하는 말이다. 옛사람들은 아주

    2021-08-31 10:52
  • 엄마야 누나야,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태헌의 한역]母兮姉兮(모혜자혜) 母兮姉兮住江畔(모혜자혜주강반)庭前金沙色璨璨(정전금사색찬찬)門外蘆葉聲漫漫(문외로엽성만만)母兮姉兮住江畔(모혜자혜주강반) [주석]* 母兮(모혜) : 엄마!, 엄마야! ‘兮’는 호격(呼格) 어기사(語氣詞)이다. / 姉(자) : 손윗누이. 누나. /住江畔(주강반) : 강변에 살다. ‘畔’은 ‘邊(변)’과 같은 의미이다.庭前(정전) : 뜰 앞. 원시의 “뜰에는”을 한역하면서 본래적인 의미를 고려하여 ‘前’을 보충하였다. / 金沙(금사) : 금모래, 금빛 모래. / 色(색) : 빛. / 璨璨(찬찬) : 밝게 빛나는 모양. 의태어로는 ‘반짝반짝’의 뜻.門外(문외) : 문 밖. 원시의 “뒷문 밖”을 한역하면서 “뒷”에 해당하는 “後(후)”를 생략한 표현이다. / 蘆葉(노엽) : 갈잎, 갈대 잎. / 聲(성) : 소리, 노래. / 漫漫(만만) : 넘실넘실. ‘漫漫’은 보통 시간이나 공간이 끊임없이 이어져 긴 모양을 나타내는데 역자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도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옛날 사람들은 무엇인가 많은 모양이나 바람이 끝없이 부는 모양도 이 ‘漫漫’으로 표기하였다. 원시의 “반짝이는”을 의태어 ‘반짝반짝’을 뜻하는 ‘璨璨’으로 한역하였기 때문에, “갈잎의 노래”에도 의태어를 써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漫漫’을 택하면서 한글로는 ‘넘실넘실’로 옮겨보았다. [한역의 직역]엄마야 누나야 

    2021-08-24 10:00
  • 또 한여름, 김종길

    또 한여름 김종길 소나기 멎자매미소리젖은 뜰을다시 적신다. 비오다멎고,매미소리그쳤다 다시 일고, 또 한여름이렇게 지나가는가. 소나기 소리매미소리에아직은 성한 귀기울이며 또 한여름이렇게 지나보내는가. [태헌의 한역]又盛夏(우성하) 驟雨息後來蟬鳴(취우식후래선명)重浥已濕小園庭(중읍이습소원정) 驟雨下而停(취우하이정)蟬鳴止復生(선명지부생)又逢一盛夏(우봉일성하)嗚呼如此經(오호여차경) 雨聲與蟬聲(우성여선성)猶側淸耳廳(유측청이청)又逢一盛夏(우봉일성하)如此黙送行(여차묵송행)[주석]* 又(우) : 또, 또한, 역시. / 盛夏(성하) : 한여름.驟雨(취우) : 소나기. / 息(식) : 쉬다, 그치다. / 後(후) : ~한 후에. / 來蟬鳴(내선명) : 매미소리가 오다, 온 매미소리. ‘蟬鳴’은 아래의 ‘蟬聲(선성)’과 마찬가지로 매미소리라는 뜻이며, 압운자의 중복을 피하기 위하여 사용한 표현이다.重(중) ; 거듭, 다시. / 浥(읍) : ~을 적시다. / 已濕(이습) : 이미 젖다. / 小園庭(소원정) : 작은 정원. ‘園庭’은 ‘庭園’과 같은 말로, 압운 때문에 도치시킨 표현을 사용하였다. ※이 구절에서 ‘已’와 ‘小’는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역자가 임의로 추가한 글자이다. “已濕小園庭” 전체가 ‘浥’의 목적어가 된다.下而停(하이정) : (비가) 오다가 멈추다.止(지) : 그치다, 멎다. / 復(부) ; 다시, 또. / 生(생) : 생겨나다, 일다.逢(봉) : ~을 만나다. / 一盛夏(일성하) : 하나의 한여름. ※이 구절은 “또 한여름”을 역자가 임의로 한역한 표현이다.嗚呼(오호) : 아아! 의문 내지 감탄으로 여겨지는 원시의 “이렇게 지나가는가

    2021-08-17 10:05
  • 그해 여름 - 아버지, 김용수

    그해 여름 - 아버지 김용수 대지가 뒤끓는 대낮대청마루 뒤안길은여름 바람이 몰래 지나가는 길 뒷문 열어제치면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솔솔이 바람 반질반질한 대청마루 바닥에목침을 베고 누워딴청을 부리시던 아버지 매미소리 감상하며소르르 여름을 즐기시던 우리 아버지 [태헌의 한역]當年夏日(당년하일)- 父親(부친) 大地沸騰屬夏午(대지비등속하오)廳堂後匿夏風途(청당후닉하풍도)後門任誰一大開(후문임수일대개)如坼湺水風直趨(여탁보수풍직추)當年廳堂裏(당년청당리)油光木廊上(유광목랑상)父親依枕臥(부친의침와)說他世事忘(설타세사망)快賞蟬聲淸(쾌상선성청)慢嗜夏日旺(만기하일왕) [주석]* 當年(당년) : 그해. / 夏日(하일) : 여름, 여름날. / 父親(부친) : 아버지.* 大地(대지) : 대지, 땅. / 沸騰(비등) : 들끓다, 뒤끓다. / 屬夏午(속하오) : 바로 여름 한낮. ‘夏’는 역자가 한역 시구의 의미의 완결성을 위하여 임의로 보탠 글자이다.廳堂(청당) : 대청(大廳). 역자는 이 시에서 대청마루의 의미로 사용하였다. / 後(후) : ~뒤, ~뒤에. 역자가 원시의 “뒤안길”을 대신하여 사용한 말이다. / 匿(익) : 숨다, 숨어 있다. / 夏風途(하풍도) : ‘여름 바람<의> 길’이라는 의미로 역자가 조어(造語)한 한자어이다.後門(후문) : 후문, 뒷문. / 任誰(임수) : 누구든지, 아무든지. 역자가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임의로 보탠 글자이다. / 一大開(일대개) : 한번 활짝 열다. 원시의 “열어제치면”을 역자가 한역한 표현이다.如(여) : ~과 같다. / 坼湺水(탁보수) : 봇물을 터뜨리다. / 風直趨(풍직추) : 바람이 곧바로 내닫다.裏(리) : ~의 안, ~의 속.油光(유광) : 반질

    2021-08-10 10:00
  • 만남, 정채봉

    만남 정채봉 가장 잘못된 만남은생선과 같은 만남입니다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오니까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꽃송이 같은 만남입니다피어있을 때는 환호하다가시들면 버리니까 가장 비참한 만남은건전지와 같은 만남입니다힘이 있을 때는 간수하고힘이 닳아 없어질 때에는 던져 버리니까 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은지우개 같은 만남입니다금방의 만남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니까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손수건과 같은 만남입니다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주고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주니까 [태헌의 한역]相會(상회) 最誤相會如生鮮(최오상회여생선)逢頻魚腥亦多傳(봉빈어성역다전)最戒相會如花房(최계상회여화방)開則歡呼枯則攘(개즉환호고즉양)最慘相會如電池(최참상회여전지)有力帶持無力遺(유력대지무력유)最虛相會如擦子(최허상회여찰자)今方對面瞬息止(금방대면순식지)最美相會與巾比(최미상회여건비)勞時拭汗悲時淚(노시식한비시루) [주석]* 相會(상회) : 서로 만나 봄, 만남.最誤(최오) : 가장 잘못되다, 가장 그릇되다. / 如(여) : ~과 같다. / 生鮮(생선) : 생선.逢頻(봉빈) : 만남이 잦다, 자주 만나다. / 魚腥(어성) : 물고기 비린내, 비린내. / 亦(역) : 또한, 역시. / 多傳(다전) : 많이 전해지다. 원시의 “비린내가 묻어”라는 표현을 역자가 나름대로 한역한 표현이다.最戒(최계) : 가장 경계해야 하다, 가장 조심해야 하다. / 花房(화방) : 꽃송이.開(개) : (꽃이) 피다. / 則(즉) : ~을 하면. / 歡呼(환호) : 환호하다. / 枯(고) : 시들다. / 攘(양) : 물리치다, 던져 버리다.最慘(최참) ; 가장 참혹하다, 가장 비참하다. / 電池(전지) : 건전지, 배터리(Battery).有力(유력) : 힘

    2021-08-03 10:00
  • 지렁이의 일생, 한상순

    지렁이의 일생한상순한평생감자밭에서고추밭에서 좋은 땅 일구느라수고한 지렁이 죽어서도 선뜻선행의 끈 놓지 못합니다. 이제 막 숨을 거둔지렁이 한 마리 밭고랑 너머개미네 집으로 실려 갑니다. [태헌의 한역]地龍一生(지룡일생) 土豆田辣椒園(토두전랄초원)盡平生歸本元(진평생귀본원)身墾美地多辛苦(신간미지다신고)死亦不釋善行絛(사역불석선행조)今方絶氣一地龍(금방절기일지룡)見載越壟向蟻巢(견재월롱향의소) [주석]* 地龍(지룡) : 지렁이. 지렁이를 ‘디룡이’, ‘지룡이’, ‘지릉이’ 등으로 부른 것으로 보아 지렁이라는 말이, 지렁이를 뜻하는 한자어인 이 ‘地龍’에서 왔을 개연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 一生(일생) : 일생, 생애.土豆田(토두전) : 감자밭. / 辣椒園(날초원) : 고추밭.盡平生(진평생) : 평생을 다하다, 일생을 다하다. / 歸本元(귀본원) : 본원으로 돌아가다, 죽다.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身(신) : 몸, 자신. / 墾(간) : ~을 개간하다, ~을 일구다. / 美地(미지) : 아름다운 땅, 좋은 땅. / 多辛苦(다신고) : 많은 수고, 수고가 많다. ‘辛苦’는 본래 ‘맵고 쓰다’는 말인데, 여기서 고생, 수고라는 뜻이 나왔다.사(死) : 죽다. / 亦(역) : 또한, 역시. / 不釋(불석) : ~을 놓지 않다. / 善行絛(선행조) : 선행의 끈.今方(금방) : 금방, 이제. / 絶氣(절기) : 숨이 끊어지다, 숨을 거두다. / 一(일) : 하나, 한 마리.見載(견재) : ~에 실리다. ‘싣다’의 피동형이다. 여기에 쓰인 ‘見’은 피동을 유도하는 일종의 조동사이다. / 越壟(월롱) : 밭고랑을 넘다. / 向(향) : ~로 향하다

    2021-07-27 10:00
  • 산은 책이다, 이생진

    <사진 제공 : 노용복님> 산은 책이다 이생진 산은 뜻 깊은 책이다책장을 넘기지 않아도 읽을 수 있는 수려한 문장구름을 읽다가 바위 곁으로 가고바위를 읽다가 다시 구름 곁으로 간다 [태헌의 한역]山卽篇(산즉편) 山是何(산시하)意深篇(의심편)不借翻書勞(불차번서로)可讀秀文連(가독수문련)閱雲忽堪到巖傍(열운홀감도암방)讀巖復能至雲邊(독암부능지운변) [주석]* 山卽篇(산즉편) : 산은 곧 책이다. ‘篇’은 본래 종이 대신 “글씨를 쓴 대쪽을 끈으로 엮어 맨 책”을 의미하던 글자였기 때문에, 역자가 이 한역시의 압운을 고려하여 ‘書(서)’를 대신해서 사용한 글자이다.山是何(산시하) : 산은 무엇인가? 한역시의 행문(行文)을 고려하여 역자가 임의로 설정한 의문문이다.意深(의심) : 뜻이 깊다.不借(불차) : 빌리지 않다. / 翻書(번서) : 책장을 넘기다. / 勞(노) : 수고하다, 수고. ※ 이 구절은 원시의 “책장을 넘기지 않아도”를 약간 의역하여 표현한 것이다.可讀(가독) : 읽을 수 있다, 읽을 만하다. / 秀文(수문) : 빼어난 문장, 수려한 문장. / 連(연) : 이어지다, 잇닿다. 한역시의 행문(行文)과 한역시의 압운을 고려하여 역자가 임의로 보탠 글자이다.閱雲(열운) : 구름을 읽다. 구름을 본다는 뜻이다. / 忽堪(홀감) : 문득 ~을 할 수 있다. 원시의 명쾌한 의미 전달과 한역시의 행문을 동시에 고려하여 역자가 임의로 보탠 말이다. / 到巖傍(도암방) : 바위 곁에 이르다, 바위 곁으로 가다.讀巖(독암) : 바위를 읽다. 바위를 본다는 뜻이다. / 復能(부능) : 다시 ~을 할 수 있다. 이 역시 원시의 명쾌한 의미 전달과 한역시의 행문을 동시에 고려하여 역자가 임의

    2021-07-20 10:00
  • 우산 하나, 윤수천

    우산 하나 윤수천 비오는 날에는사랑을 하기 좋다우산 한 개만으로도사랑의 집 한 채 지을 수 있으니까. [태헌의 한역]一雨傘(일우산) 銀竹敲地日(은죽고지일)愛戀固合適(애련고합적)唯以小雨傘(유이소우산)可造一愛宅(가조일애택) [주석]* 一雨傘(일우산) : 하나의 우산, 우산 하나.銀竹(은죽) : 비[雨]의 이칭. 빗발을 ‘은빛 대나무’에 비유하여 생긴 말로 이백(李白)이 <숙하호(宿鰕湖)>라는 제목의 시에서 사용하였다. / 敲地(고지) : 땅을 두드리다. <비가> 내린다는 뜻으로 역자가 만든 말이다. 주어를 ‘銀竹’으로 하였기 때문에 주어에 어울리는 술부(述部)를 만들어 본 것이다. / 日(일) : ~하는 날, ~하는 날에.愛戀(애련) : 사랑, 사랑하다. / 固(고) : 진실로, 정말. / 合適(합적) : 꼭 알맞다, 딱 좋다.唯(유) : 오직, 다만. / 以小雨傘(이소우산) : 작은 우산으로, 작은 우산을 가지고. ‘小’는 원시의 “우산 한 개”라고 한 대목의 “한”을 역자가 바꾸어본 표현이다. 원시의 아래 행에도 하나를 나타내는 “한”이 쓰이고 있어 한역시에서 중복을 피하기 위해 바꾸게 된 것이다.可(가) : ~을 할 수 있다. / 造(조) : ~을 만들다, (집 따위를) 짓다. / 一愛宅(일애택) : 하나의 사랑의 집, 사랑의 집 한 채. [한역의 직역]우산 하나 비오는 날은사랑하기 정말 딱 좋다오직 작은 우산만으로도사랑의 집 한 채 지을 수 있으니까. [한역 노트]우산을 쓰는 것이, 동양에서는 평민의 경우 고마운 비를 내려주는 하늘에 대한 불경(不敬)으로 인식되던 때가 있었고, 서양에서는 신사의 경우 스스로가 나약한 모습을 내보이는 것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

    2021-07-13 10:00
  • 책 시, 송창선

    책 시 송창선 좋은 책은 향기입니다숨이 깃들어손끝에서 피어나고가슴을 적시는삶의 향기입니다 좋은 책은 풀잎입니다바람 맞으며흙에 뿌리 내리고몸을 푸르게 하는삶의 노래입니다 좋은 책은 꽃입니다어둠 속에서별빛 모으고눈을 맑히는삶의 자랑입니다 오늘도그런 책 속에서가꾸고꿈꿉니다 [태헌의 한역]書冊之詩(서책지시) 好書卽香薰(호서즉향훈)氣息久隱伏(기식구은복)開卷手端發(개권수단발)浥胸人生馥(읍흉인생복) 好書卽草葉(호서즉초엽)風來不憚搖(풍래불탄요)土中恒植根(토중항식근)靑身人生謠(청신인생요) 好書卽花朶(호서즉화타)暗中集星光(암중집성광)白日開而示(백일개이시)淸目人生揚(청목인생양) 今日亦書裏(금일역서리)養吾夢優美(양오몽우미) [주석]* 書冊(서책) : 책. / 之(지) : ~의. 앞말을 관형어로 만드는 구조 조사. / 詩(시) : 시.* 好書(호서) : 좋은 책. / 卽(즉) : 즉, 곧, 바로 ~이다. / 香薰(향훈) : 향기.氣息(기식) :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기운, 숨. / 久(구) : 오래, 오래도록.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隱伏(은복) : 숨어 엎드리다. 원시의 “깃들어”를 시의(詩意)와 압운(押韻) 등을 고려하여 역자가 임의로 한역한 표현이다.開卷(개권) : 책을 열다, 책을 펴다. 원시에서 생략된 것으로 여겨지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手端發(수단발) : 손끝에서 피다, 손끝에서 피어나다.浥胸(읍흉) : 가슴을 적시다. / 人生馥(인생복) : 인생의 향기, 삶의 향기.草葉(초엽) : 풀잎.風來(풍래) : 바람이 오다, 바람이 불다. / 不憚搖(불탄요) : 흔들리는 것을 꺼리지 않다. ※ 이 구절은 원시의 “

    2021-07-06 10:00
  • 첫사랑, 민영기

    첫사랑 민영기 별을 보고 싶으냐참아라열다 보면 구겨지느니아픈 기억도세월 속에 묻어두면꽃이 된다는데, 내게너만 한 꽃이 또 있을라고너보다더 붉은 꽃 또 있을라고…… [태헌의 한역]初戀(초련) 願看星辰否(원간성진부)忍矣啓則皺(인의계즉추)若埋傷憶歲月裏(약매상억세월리)聞說爲花心中處(문설위화심중처)於我何有如汝花(어아하유여여화)世上何花紅於汝(세상하화홍어여) [주석]* 初戀(초련) : 첫사랑.願看(원간) : ~을 보기를 원하다, ~을 보고 싶다. / 星辰(성진) : 별. / 否(부) : 시구(詩句) 말미에 쓰이는 부정(否定) 부사 ‘否’, ‘不(불)’, ‘未(미)’, ‘非(비)’ 등은 시구 전체를 의문형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願看星辰否”는 “별이 보고 싶으냐?”의 뜻이 된다.忍矣(인의) : 참아라. ‘矣’는 명령형 문말(文末)에 쓰는 어기사(語氣詞)이다. / 啓則皺(계즉추) : 열면 구겨진다. ‘啓’는 ‘開(개)’와 뜻이 같다. ‘則’은 가정형에 쓰여 앞말이나 앞 문장을 가정의 의미로 만들어주는 일종의 연사(連詞:접속사)이다. ‘皺’는 ‘주름’, ‘주름이 지다’는 뜻인데 ‘구겨진다’는 뜻도 여기에 포함된다.若(약) : 만약. / 埋(매) : ~을 묻다. / 傷憶(상억) : 아픈 기억. / 歲月裏(세월리) : 세월 속, 세월 속에.聞說(문설) : 듣자니 ~라고 한다, ~라고 듣다. / 爲花(위화) : 꽃이 되다. / 心中處(심중처) : 마음속에 처하다, 마음속에 머물다. 한역(漢譯)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於我(어아) : 나에게. / 焉有(언유) : 어찌 ~이 있겠는가? / 如汝花(여

    2021-06-29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