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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위
강성위
The Life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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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공방(漢詩工房)
자는 백안(伯安), 호는 태헌(太獻)이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희대학교 연구박사, 서울대학교 중국어문학연구소 책임연구원, 안동대학교 퇴계학연구소 책임연구원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조그마한 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저술 활동을 하며 한시(漢詩) 창작과 번역을 지도하는 한편 모교인 서울대학교에 출강하여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30여 권의 저서와 역서가 있으며, 창작 한시집으로 ≪술다리[酒橋]≫ 등이 있다.
  • <특집 : 현대인의 호시(號詩)> 詠靜巖(영정암), 姜聲尉(강성위)

     詠靜巖(영정암) 姜聲尉(강성위) 巖也千古本無言(암야천고본무언)以靜加上意何若(이정가상의하약)不變不動能做箴(불변부동능주잠)心靜如巖可爲藥(심정여암가위약) [주석]詠靜巖(영정암) : 정암을 노래하다. 정암은 김위학(金位學) 약사의 아호(雅號)이다.巖也(암야) : 바위는. ‘也’는 주어 뒤에 놓여 주어를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 千古(천고) : 천고에, 천고토록. / 本(본) : 본래, 애초에. / 無言(무언) : 말이 없다.以靜加上(이정가상) : ‘靜’을 위에 더하다, ‘고요함’을 위에 더하다. 앞 구절에 나온 ‘巖’자 위에 고요함을 뜻하는 ‘靜’자를 더한다는 의미이다. / 意何若(의하약) : 뜻은 어떠한가? 뜻은 무엇과 같은가?不變(불변) : 변하지 않다, 변하지 않음. 바위의 속성 가운데 하나로 거론한 것이다. / 不動(부동) : 움직이지 않다, 움직이지 않음. 이 역시 바위의 속성 가운데 하나로 거론한 것이다. / 能做箴(능주잠) : 침으로 삼을 수 있다, 침으로 삼을 만하다.心靜(심정) : 마음이 고요하다, 마음의 고요함. / 如巖(여암) : 바위와 같다. / 可爲藥(가위약) : 약으로 삼을 수 있다, 약으로 삼을 만하다. [번역]정암을 노래하다 바위는 천고토록 애초에 말이 없는데고요함을 위에다 더한 뜻은 어떠한가불변과 부동이 침으로 삼을 만하다면바위처럼 맘 고요함은 약 될 수 있지 [시작노트]‘정암’은 필자의 첫 사회 제자인 김위학(金位學) 약사의 아호(雅號)인데, 2019년 여름에 필자가 직접 지어 선물한 것이다. 그리고 이 호시(號詩)는 그해 초겨울에 지어둔 초고를 최근에 몇 글자 고쳐 마무리한 것이다. 호에 더해 호시까지 지었을 정도로 필자와 김

    2022-06-21 10:19
  • 방울새, 정주희

     방울새 작사 : 정주희작곡 : 정주희노래 : 이수미 새야 새야 방울새야 꽃나무에 앉지 마라우리 님이 오시면 보여드린단다꽃향기 맡고서 우리 님이 오시면너랑 나랑 둘이서 마중 나가자 새야 새야 방울새야 꽃가지에 앉지 마라우리 님이 오시면 보여드린단다꽃소식 듣고서 우리 님이 오시면너랑 나랑 둘이서 마중 나가자 [태헌의 한역]黃雀(황작) 鳥兮鳥兮黃雀兮(조혜조혜황작혜)勸汝須莫坐花樹(권여수막좌화수)情人若來(정인약래)欲示花舞(욕시화무)情人或聞花香來(정인혹문화향래)吾願與汝共迎候(오원여여공영후) 鳥兮鳥兮黃雀兮(조혜조혜황작혜)勸汝須莫坐花枝(권여수막좌화지)情人若來(정인약래)欲示花姿(욕시화자)情人或聞花信來(정인혹문화신래)吾願與汝共出籬(오원여여공출리) [주석]黃雀(황작) : 보통은 꾀꼬리나 참새의 뜻으로 쓰이지만, 방울새가 참새목이고 그 날개가 노란 빛이어서 ‘黃雀’으로 표기해도 무방할 것이다. 참고로 오늘날 중국에서는 방울새를 ‘금시작(金翅雀)’으로 표기하는데, 이는 금빛 날개를 가진 참새라는 뜻이다. 또 검은머리방울새는 달리 ‘黃雀’으로 칭하고 있기도 하다.鳥兮(조혜) : 새야! ‘兮’는 호격(呼格) 어기사이다.勸汝(권여) : 너에게 ~을 권하다. / 須莫(수막) : 모름지기 ~을 하지 마라. / 坐花樹(좌화수) : 꽃나무에 앉다.情人(정인) : 애인, 사랑하는 사람. 서로 사랑하는 남녀 가운데 한쪽을 지칭한다. 원시의 “우리 님”을 한역한 표현이다. / 若(약) : 만약. / 來(래) : 오다.欲示(욕시) : ~을 보여주고 싶다, ~을 보여주련다. / 花舞(화무) : 꽃의 춤.或(혹) : 혹시, 어쩌면. / 聞花香(문화향) : 꽃향기

    2022-06-07 10:44
  • 贈汪倫(증왕륜), 李白(이백)

    <사진 출처 : Baidu>贈汪倫(증왕륜) 李白(이백) 李白乘舟將欲行(이백승주장욕행)忽聞岸上踏歌聲(홀문안상답가성)桃花潭水深千尺(도화담수심천척)不及汪倫送我情(불급왕륜송아정) [주석]贈汪倫(증왕륜) : 왕륜에게 <시를 지어> 주다. 왕륜은 도화담(桃花潭)에서 가까운 가촌(賈村)에 살았던 호방한 선비로 알려진 인물이다.李白(이백) : 시선(詩仙)으로 일컬어지는 중국 성당(盛唐) 시기의 대시인으로 자(字)는 태백(太白), 호(號)는 청련거사(靑蓮居士)이다.乘舟(승주) : 배를 타다. / 將(장) : 장차, 막. / 欲行(욕행) : 가려고 하다, 떠나려고 하다.忽(홀) : 문득, 불현듯. / 聞(문) : ~이 들리다, ~이 들려오다. / 岸上(안상) : 언덕 위. / 踏歌(답가) : 서로 손을 잡고 발을 구르며 박자를 맞추어 부르는 노래라는 뜻이다. / 聲(성) : 소리.桃花潭水(도화담수) : 도화담의 물. 도화담은 안휘성(安徽省) 경현(涇縣) 서남쪽에 위치한, 장강(長江)의 지류인 청익강(靑弋江)의 한 물굽이인데, 『일통지(一統誌)』에서 “그 깊이를 헤아리기 어렵다.[其深不可測]”고 했을 정도로 물이 깊기로 유명하였다. / 深千尺(심천척) : <물의> 깊이가 천 자이다.不及(불급) : ~에 미치지 못하다. / 送我情(송아정) : 나를 전송(餞送)하는 정(情). [번역]왕륜에게 주다 나 이백이 배를 타고막 떠나려고 하였더니문득 언덕 위에서 들려오는,발 구르며 부르는 노래 소리!도화담의 물이깊이가 천 자라지만왕륜이 나를 전송하는 정에는미치지 못하리라. [번역노트]이 시는, 시를 지어 전해주는 주체인 이백(李白)이 시의 본문 안에다 자신의 이름과 시를 받게 될 상대방의 이름까지 명시한, 그 유례(類例)를 찾기 어려운

    2022-05-24 10:00
  • 친구에게, 정은기

    <사진 제공 : 정은기 님>친구에게 정은기 그 마음 저울로 달아본 적 없고그 생각 자로 재본 적도 없었지 내 서툰 삶에내 사막 같은 가슴에환하게 들어와꽃을 피워주는 너 그 이름 가만히 불러보니세상이 온통 행복이구나 [태헌의 한역]向親舊(향친구) 曾無衡汝心(증무형여심)亦無度汝思(역무도여사)吾生誠拙澀(오생성졸삽)吾胸如沙地(오흉여사지)汝入胸與生(여입흉여생)明朗使開花(명랑사개화)低呼汝姓名(저호여성명)世上滿休嘉(세상만휴가) [주석]向親舊(향친구) : 친구에게.曾(증) : 일찍이.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無(무) : ~이 없다, ~을 한 적이 없다. / 衡汝心(형여심) : 너의 마음을 저울질하다.亦(역) : 또, 또한. / 度汝思(도여사) : 너의 생각을 재보다.吾生(오생) : 내 삶. / 誠(성) : 진실로, 정말.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拙澀(졸삽) : 서툴다, 굼뜨고 서툴다. ※ 이 구절은 원시의 “내 서툰 삶”을 문장으로 고친 것이다.吾胸(오흉) : 내 가슴. / 如沙地(여사지) : 사막과 같다. ※ 이 구절은 원시의 “내 사막 같은 가슴”을 문장으로 고친 것이다.汝入胸與生(여입흉여생) : 네가 <내> 가슴과 <내> 삶에 들어오다.明朗(명랑) : 밝고 환하게. / 使開花(사개화) : <내 가슴과 내 삶으로> 하여금 꽃피게 하다.低(저) : 나직이. 원시의 “가만히”에 대한 역어(譯語)로 역자가 골라본 말이다. / 呼(호) : <이름 따위를> 부르다. / 汝姓名(여성명) : 너의 이름.世上(세상) : 세상. / 滿休嘉(만휴가) : 경사스런 일이 가득하다, 경사스런 일로 가득하다. ‘休嘉’는 기

    2022-05-10 10:00
  • 客至(객지), 杜甫(두보)

    客至(객지) 杜甫(두보) 舍南舍北皆春水(사남사북개춘수)但見群鷗日日來(단견군구일일래)花徑不曾緣客掃(화경부증연객소)蓬門今始爲君開(봉문금시위군개)盤飧市遠無兼味(반손시원무겸미)樽酒家貧只舊醅(준주가빈지구배)肯與隣翁相對飮(긍여인옹상대음)隔籬呼取盡餘杯(격리호취진여배) [주석]客至(객지) : 손님이 오다.杜甫(두보) : 시성(詩聖)으로 일컬어지는 중국 성당(盛唐) 시기의 대시인으로 자(字)는 자미(子美), 호(號)는 소릉(少陵) 또는 두릉로(杜陵老)이다.舍南(사남) : 집 남쪽, 곧 집 앞. / 舍北(사북) : 집 북쪽, 곧 집 뒤. / 皆(개) : 모두, 다. / 春水(춘수) : 봄물.但見(단견) : 다만 ~이 보일 뿐이다. / 群鷗(군구) : 떼를 지은 갈매기, 갈매기 떼. / 日日(일일) : 날마다. / 來(래) : 오다.花徑(화경) : 꽃길. / 不(부) : ~을 하지 않다. 아래의 ‘曾緣客掃(증연객소)’를 부정하는 말이다. / 曾(증) : 일찍이. / 緣客掃(연객소) : 손님으로 인하여 <길을> 쓸다. 손님이 온다고 하여 길을 쓴다는 말이다.蓬門(봉문) : 쑥대로 만든 사립문. 가난한 사람의 집이나 자기 집을 낮추어 이르는 말로도 쓰인다. / 今(금) : 지금, 오늘. / 始(시) : 비로소, 처음으로. / 爲君開(위군개) : 당신을 위하여 열다. 여기서 ‘君’은 손님으로 온 ‘최명부(崔明府)’를 가리키는데, 명부는 현령(縣令)의 이칭이다.盤飧(반손) : 소반(小盤)의 밥. / 市遠(시원) : 시장이 멀다. 이 두 글자는 ‘盤飧無兼味(반손무겸미)’ 사이에 삽입된 말이다. / 無兼味(무겸미) : 맛을 곁들일 것이 없다. 밥을 맛있게 먹을 반찬이 없다는 뜻이다.樽酒(준주) : 술동이에 담긴 술. / 家貧(가빈) : 집이 가난하다. 이 두 글자는 ‘樽

    2022-04-26 10:03
  • <특집> '한시로 만나는 한국 현대시' 강성위, 푸른사상

    ※공방지기 본인이 2019년 6월 26일 이래로 한경닷컴 “The Pen”에서 「한국 현대시, 한시로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칼럼 가운데 일부를 묶어 이번 달에 책으로 간행하였습니다. 이 책의 출간을 자축하는 의미로 이 자리에 책의 간략한 서지사항과 함께 서문 및 목차를 붙여두어 기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미 책이 간행된 뒤인 엊그제 밤에 산보를 하다가 우연히 떠오른 시상을 바탕으로 엮어본 3구시 하나를, 책을 낸 후의 소감으로 삼아 말미에 붙여두도록 하겠습니다. 모쪼록 이 책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환하게 하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부끄럽게 소개합니다. 다들 빛나는 계절이 되시기를 빕니다. 태헌 재배 □ 『한시로 만나는 한국 현대시』 서지사항 한시로 만나는 한국 현대시|강성위 지음|푸른사상 교양총서 16152×224×21mm320쪽|26,000원|ISBN 979-11-308-1905-1 03810 | 2022.4.5□ 『한시로 만나는 한국 현대시』의 서문 : 책머리에나는 산처럼 서서 널 생각한다.吾立如山思吾君(오립여산사오군) 신석정(辛夕汀) 선생의 시 <서정소곡(抒情小曲)>에 보이는 이 시구 하나가 저자에게 우리 현대시를 한시(漢詩)로 옮기도록 하는 동기를 부여해주었다. 사실 그전에도 가끔 한글 카피나 문구 등을 한시 구절로 옮겨 보고, 또 지인이 지은 한글시를 재미삼아 한시로 재구성해보기는 했지만, 현대시를 본격적으로 번역해보려고 마음먹었던 것은 선생의 이 시구를 한시 구절로 만들어 지인들에게 소개한 뒤부터였다. 여기에 서울대학교 중문학과 이정훈 선생의 꼼꼼한 조언과, 한국경제신문사 고두현 논설위원의 따스한 제안과, 푸른사상출판사 맹문

    2022-04-19 10:00
  • 사월, 임보

    사월 임보 도대체 이 환한 날에누가 오시는 걸까 진달래가 저리도고운 치장을 하고 개나리가 저리도노란 종을 울려대고 벚나무가 저리도 높이축포를 터뜨리고 목련이 저리도 환하게등불을 받쳐 들고 섰다니 어느 신랑이 오시기에저리도 야단들일까? [태헌의 한역]四月(사월) 如此燦日何人來(여차찬일하인래)杜鵑如彼治粧妖(두견여피치장요)連翹何鳴黃鐘多(연교하명황종다)櫻樹何放祝砲高(앵수하방축포고)木蓮明朗擧燈立(목련명랑거등립)何郞將到如彼騷(하랑장도여피소) [주석]四月(사월) : 4월.如此(여차) : 이처럼, 이렇게, 이리도. / 燦日(찬일) : 찬란한 날, 빛나는 날, 환한 날. / 何人來(하인래) : 어느 사람이 오는가, 누가 오는가?杜鵑(두견) : 진달래. / 如彼(여피) : 저처럼, 저렇게, 저리도. / 治粧妖(치장요) : 치장이 예쁘다, 예쁘게 치장하다.連翹(연교) : 개나리. / 何鳴黃鐘多(하명황종다) : 어찌나 많이 노란 종을 울리나?櫻樹(앵수) : 벚나무. / 何放祝砲高(하방축포고) : 어찌나 높이 축포를 터뜨리나?木蓮(목련) : 목련. / 明朗(명랑) : 밝고 환하게. / 擧燈立(거등립) : 등불을 들고 서다.何郞(하랑) : 어떤 신랑, 어느 신랑. 역자가 ‘郞’을 젊은이, 신랑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말이다. / 將到(장도) : 장차 오다, 곧 오다. / 騷(소) : 소란스럽다, 야단스럽다. [한역의 직역]사월 이리도 환한 날에 누가 오시는 걸까진달래가 저리도 예쁘게 치장하였네개나리는 어찌나 많이 노란 종 울리고벚나무는 어찌나 높이 축포 터뜨리나목련이 밝고 환하게 등불 들고 섰나니어느 신랑이 장차 오기에 저리도 소란일까? [한역노트]“사월”의 환한 날이라고 하면 &ls

    2022-04-05 10:00
  • 春日(춘일), 姜聲尉(강성위)

    <제자(題字) : 서예가 심산(心山) 강성태(姜聲泰)> □ 코너 제목을 '한시공방(漢詩工房)'으로 개편하며 '한시공방'이라는 말은 대략 20여 년 전에 필자가 만들어둔 명칭이었다. 한시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루는 코너를 운영하려고 하였던 애초의 계획은 준비 부족 등으로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지만, 그 생각만큼은 오래도록 머리맡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더랬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필자가 어느 월간 문학잡지의 한 코너를 맡아 이 '한시공방'이라는 명칭을 간판으로 내걸고 칼럼을 집필하게 되었기에, 한경닷컴 'The Pen'의 '한국 현대시, 한시로 만나다' 이 코너 제목 역시 여기에 맞추어 '한시공방(漢詩工房)'으로 개편하고자 한다. '한시공방'은 간단히 말해 한시는 한글 시로 번역하고, 한글 시는 한시로 번역하여 감상해보는 코너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이 쌍방향의 번역물을 가지고 칼럼을 진행하는 것은, 잘은 몰라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작업이 아닐까 싶다.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될 칼럼 가운데 첫 번째는 국적(國籍)과 시대(時代), 작가(作家)에 제한을 두지 않고 한시로 작성된 원시(原詩)를 한글 시로 번역하고 주석을 단 뒤에 감상하는 칼럼이 될 것이다. 근·현대인의 한시는 물론 필자의 자작 한시까지도 간간이 선보이고자 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자유시든 시조든 동시든 관계없이 한글로 작성된 원시를 한시로 번역하고 주석을 단 뒤에 감상하는 칼럼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좀은 특별하게 산문 가운데 시적인 대목을 시처럼 행을 나누어 한시로 번역하는 일도 곁들여볼 예정이다.한자로 작성된 한시는 그

    2022-03-29 10:00
  • 낚시꾼과 시인, 이생진

    낚시꾼과 시인 이생진 그들은 만재도에 와서 재미를 못 보았다고 한다낚싯대와 얼음통을 지고 배를 타기 직전까지도그 말만 되풀이했다날보고 재미 봤냐고 묻기에나는 낚시꾼이 아니고 시인이라고 했더니시는 어디에서 잘 잡히느냐고 물었다등대 쪽이라고 했더니머리를 끄덕이며 그리로 갔다 [태헌의 한역]釣客與詩人(조객여시인) 衆曰吾等到滿財(중왈오등도만재)而今不得享滋味(이금부득향자미)竟至上船重言復(경지상선중언부)于余忽問滋味未(우여홀문자미미)答曰余非釣客是詩人(답왈여비조객시시인)還問詩者何處可易漁(환문시자하처가이어)伊余對以燈臺邊(이여대이등대변)衆客點頭向彼如(중객점두향피여) [주석]* 釣客(조객) : 낚시하는 사람, 꾼. / 與(여) : ~와, ~과. 명사를 병렬하는 접속사이다. / 詩人(시인) : 시인.衆曰(중왈) : 여러 사람들이 ~라고 말하다. / 吾等(오등) : 우리, 우리들. / 到(도) : ~에 오다, ~에 도착하다. / 滿財(만재) : 만재도(滿財島) : 만재도(晩才島) 혹은 만재도(晩材島)로 표기하기도 하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딸린 작은 섬으로 낚시로 유명하다.而今(이금) : 지금, 지금까지. / 不得(부득) : ~을 하지 못하다. / 享滋味(향자미) : 재미를 보다. ‘滋味’는 맛있는 음식이나 맛이라는 뜻 외에도 흥취, 재미라는 뜻도 있는 한자어이다.竟(경) : 마침내.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至上船(지상선) : 배를 탈 때까지. ‘上船’은 ‘승선(乘船)’과 같은 말이다. / 重言復(중언부) : 같은 말을 다시 (되풀이하다). 간단히 중언부언(重言復言)의 줄임말로 이해해도 된다. ※ 지금까지의 3구는 원시의 첫 3행을 약

    2022-03-15 10:18
  • 인생의 주소, 문무학

    인생의 주소 문무학 젊을 적 식탁에는꽃병이 놓이더니 늙은 날 식탁에는약병만 줄을 선다 아! 인생고작 꽃병과 약병그 사이에 있던 것을 [태헌의 한역]人生住所(인생주소) 盛時食卓花甁設(성시식탁화병설)老日食卓藥甁列(노일식탁약병렬)嗚呼人生如何看(오호인생여하간)只在花甁藥甁間(지재화병약병간) [주석]人生(인생) : 인생. / 住所(주소) : 주소.盛時(성시) : 혈기가 왕성한 시기, 젊을 때. / 食卓(식탁) : 식탁. / 花甁(화병) : 꽃병. / 設(설) : 놓다, 놓이다.老日(노일) : 늙은 날, 늙었을 때. / 藥甁(약병) : 약병. / 列(열) : 줄을 짓다, 줄지어 서다.嗚呼(오호) : 아아! ‘嗚呼’는 감탄사이다. / 如何看(여하간) : ~을 어떻게 볼까? ~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여기서 이 ‘如何看’의 목적어는 앞에 나온 ‘人生’이다. 이 대목은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역자가 의문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只(지) : 다만, 오직, 그저. / 在(재) : ~에 있다. ‘在’의 의미상 주어는 윗 구절에 보이는 ‘人生’이다. / 花甁藥甁間(화병약병간) : 꽃병과 약병 사이. [한역의 직역]인생의 주소 젊을 적 식탁에는 꽃병이 놓이더니늙은 날 식탁에는 약병이 줄을 선다아아! 인생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꽃병과 약병 사이에 있을 뿐인 것을 [한역 노트]SNS상에서 위의 그림을 지인으로부터 받고 역자가 처음으로 보인 반응은 “한시로 될 듯하네요.”였다. 언제부턴가 한글로 된 시나 글귀만 보면 한시로 번역이 가능할까를 가늠해보는 버릇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평범한 네티즌이 가볍게 쓴 글로는 보이지 않아 조심스럽게 검색을 시도해본 결과, 놀랍

    2022-03-01 11:38
  • 빨랫줄, 유은정

    빨랫줄 유은정 하늘에 고민 하나 널어놨더니바짝 말라 사라져 버렸다 아쉬움도 하나 널어놨더니슬며시 바람이 가져갔다 내 마음도 널어보았더니사랑비가 쏟아지더라 너의 마음도 널어보면뭐가 내릴까? [태헌의 한역]曬衣繩(쇄의승) 一曬苦悶於天中(일쇄고민어천중)乾燥而滅無尋處(건조이멸무심처)又曬一遺憾(우쇄일유감)天風暗帶去(천풍암대거)還曬吾人心(환쇄오인심)愛雨忽沛然(애우홀패연)若曬吾君心(약쇄오군심)何物自此傳(하물자차전) [주석]* 曬衣繩(쇄의승) : 옷을 <햇볕에> 말리는 줄, 빨랫줄. ‘曬’는 햇볕에 쬐어 말린다는 뜻이다.一(일) : 한 번, 한 차례. / 苦悶(고민) : 고민. / 於天中(어천중) : 하늘 가운데에, 하늘에. ‘於’는 처소를 나타내는 개사이다.乾燥而滅(건조이멸) : 말라서 사라지다. ‘乾燥’는 마르다, 말린다는 뜻이다. / 無尋處(무심처) : 찾을 곳이 없다.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뜻이다.又(우) : 또, 또한. / 遺憾(유감) : 유감, 아쉬움.天風(천풍) : 보통은 하늘 높이 부는 바람이라는 뜻으로 쓰이나 그냥 바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 暗(암) : 몰래, 슬며시. / 帶去(대거) : 데리고 가다.還(환) : 다시, 게다가. / 吾人(오인) : 나. / 心(심) : 마음.愛雨(애우) : 사랑 비. 원시에 쓰인 “사랑비”를 한자로 조어(造語)해본 말이다. / 忽(홀) : 문득, 갑자기.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沛然(패연) :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모양.若(약) : 만약. / 吾君(오군) : 당신, 그대, 너.何物(하물) : 무슨 물건, 무엇. / 自此(자차) : 이로부터, 빨랫줄로부터.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

    2022-02-15 10:12
  • <설날 특집 한시> 家弟筆架(가제필가), 姜聲尉(강성위)

    <사진 설명 : 필자의 동생인 서예가 심산 강성태의 붓걸이 사진(위)과 필자의 졸시 <가제필가>를 쓴 묵적(아래).>家弟筆架(가제필가) 姜聲尉(강성위) 祖妣孤墳位土邊(조비고분위토변)山桑一樹老爲仙(산상일수로위선)刈草同生採根後(예초동생채근후)終成筆架立窓前(종성필가립창전) [주석]* 家弟(가제) : 동생. 보통 남에게 자기 아우를 겸손하게 일컫는 말로 쓰인다. / 筆架(필가) : 붓걸이.祖妣(조비) : 돌아가신 할머니를 칭하는 말. / 孤墳(고분) : 외로운 무덤. 보통 외따로 떨어져 있는 무덤을 가리킨다. / 位土(위토) : 집안의 제사나 이와 관련된 일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하여 마련된 토지를 가리킨다. / 邊(변) : ~의 가, ~의 가장자리.山桑(산상) : 산뽕나무. / 一樹(일수) : 한 그루의 나무, 나무 한 그루. / 老爲仙(노위선) : 늙어 신선이 되다. 곧 죽었다는 말이다.刈草(예초) : 풀을 베다. / 同生(동생) : 동생, 아우. / 採根(채근) : 뿌리를 캐다. / 後(후) : ~한 후에.終(종) : 마침내, 결국. / 成(성) : ~을 만들다, ~을 완성하다. / 立窓前(입창전) : 창 앞에 세우다. [번역]동생의 붓걸이 할머니 외로운 무덤위토 가장자리에산뽕나무 한 그루가늙어 신선이 되었는데풀을 베던 동생이그 뿌리 캔 후에마침내 붓걸이 만들어창 앞에 세워두었네 [시작 노트]할머니와 함께 같은 세월을 보낸 적이 있거나 지금도 할머니와 함께 같은 세월을 보내고 있는 중이라면 어느 누군들 할머니와의 인연이 예사롭기만 할까만, 필자만큼 다소 극적인 사연이 있는 경우도 그리 흔하지는 않을 듯하다. 필자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에 필자의 자취방으로 오셔서 몇 달 동안 밥을 해주셨던 할머니는, 1년

    2022-02-01 10:00
  • 이 겨울엔, 홍해리

    이 겨울엔 홍해리 이 겨울엔 무작정 집을 나서자흰 눈이 천지 가득 내려 쌓이고수정 맑은 물소리도 들려오는데먼 저녁 등불이 가슴마다 켜지면맞아주지 않을 이 어디 있으랴이 겨울엔 무작정 길 위에 서자. [태헌의 한역]此冬(차동) 此冬不問出宇庭(차동불문출우정)白雪飛下滿地積(백설비하만지적)淸如水晶水聲聽(청여수정수성청) 遠處夕燈心心亮(원처석등심심량)世上何人不迎君(세상하인불영군)此冬不問立途上(차동불문립도상) [주석]* 此冬(차동) : 이 겨울, 이 겨울에.不問(불문) : 묻지 말고, 무작정. / 出宇庭(출우정) : 집을 나서다. ‘宇庭’은 집과 뜰이라는 뜻인데 ‘집’으로 보아도 무방하다.白雪(백설) : 흰 눈. / 飛下(비하) : 날아 내리다. / 滿地積(만지적) : 땅에 가득 쌓이다.淸如水晶(청여수정) : 맑기가 수정과 같다. 원시의 “수정 맑은”을 역자는 ‘수정처럼 맑은’으로 이해하였다. / 水聲聽(수성청) : 물소리가 들리다, 물소리 들려오다.遠處(원처) : 먼 곳, 먼 곳에서. / 夕燈(석등) : 저녁 등불. / 心心亮(심심량) : 마음마다 밝아지다, 가슴마다 켜지다. ‘亮’은 보통 밝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등불 따위가 켜진다는 뜻으로도 사용된다.世上(세상) : 세상. / 何人不迎君(하인불영군) : 어떤 사람이 그대를 맞이하지 않을까? ※ 이 구절은 원시의 “맞아주지 않을 이 어디 있으랴”를 살짝 의역하여 재구성한 것이다.立(입) : 서다, ~에 서다. / 途上(도상) : 길 위. [한역의 직역]이 겨울엔 이 겨울엔 무작정 집을 나서자흰 눈 날아 내려 땅에 가득 쌓이고맑기가 수정 같은 물소리 들려오리니 먼 데서 저녁 등불이 가슴마다 켜지면세상

    2022-01-18 10:00
  • 겨울 아침풍경, 김종길

     겨울 아침풍경 김종길 안개인지 서릿발인지시야는 온통 우윳빛이다먼 숲은가즈런히 세워놓은팽이버섯, 아니면 콩나물그 너머로 방울토마토만한아침 해가 솟는다 겨울 아침 풍경은한 접시 신선한 쌜러드다만 초록빛 푸성귀만이 빠진 [태헌의 한역]冬朝風景(동조풍경) 霧耶霜花耶(무야상화야)眼前色如牛乳汁(안전색여우유즙)遠林又何若(원림우하약)恰似針菇豆芽立(흡사침고두아립)隔林朝日昇(격림조일승)大如小番茄(대여소번가)冬朝風景是沙拉(동조풍경시사랍)只缺靑靑蔬與瓜(지결청청소여과) [주석]* 冬朝(동조) : 겨울 아침. / 風景(풍경) : 풍경. ※ 시의 제목은 “겨울”과 “아침풍경”을 합한 말이지만 역자는 “아침”을 “겨울”과 합한 개념으로 한역하였다.霧耶(무야) : 안개인가? ‘耶’는 의문을 나타내는 어기사이다. / 霜花(상화) : 서리꽃, 서릿발.眼前(안전) : 눈앞. 원시의 “시야”를 달리 표현한 말이다. / 色(색) : 색, 빛깔. / 如(여) : ~과 같다. / 牛乳汁(우유즙) : 소의 젖, 우유. 압운 등을 고려하여 우유를 세 글자의 한자어로 표현한 것이다. ‘乳汁’은 젖이라는 뜻이다.遠林(원림) : 먼 숲. / 又何若(우하약) : 또 무엇과 같은가? 행문(行文)의 편의를 위하여 임의로 보탠 말이다.恰似(흡사) : 마치 ~과 같다. / 針菇(침고) : 팽이버섯을 나타내는 ‘金針菇(금침고)’를 줄여서 칭한 말이다. / 豆芽(두아) : 콩나물을 나타내는 ‘두아채(豆芽菜)’를 줄여서 칭한 말이다. / 立(립) : 서다, 세우다.隔林(격림) : 숲 너머에서. 원시의 “그 너머로”를 지시사 없이 한역한 표현이다. / 朝日(조일) : 아침 해. / 昇(승) : (

    2022-01-04 10:00
  • 겨울 산에서, 정석권

     겨울 산에서 정석권 겨울 산마른 나무들행복하다 버릴 수 있는 것모두 버렸으므로 메마른 나무들의연히 서 있는겨울 산에서 갑자기쏟아지는 눈을만나는 것은행운이다 눈앞에서 세상이바뀌고 있으므로 [태헌의 한역]寒山(한산) 寒山瘦樹應幸福(한산수수응행복)可棄諸物已盡棄(가기제물이진기)踏葉遊寒山(답엽유한산)瘦樹依然位(수수의연위)忽逢下雪當幸運(홀봉하설당행운)眼前世上自新異(안전세상자신이) [주석]* 寒山(한산) : 썰렁한 겨울철 산. 이 말은 또 ‘겨울 산에서’의 뜻으로도 사용된다.瘦樹(수수) : 마른 나무. 잎사귀를 다 떨어뜨린 나무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 應(응) : 응당.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幸福(행복) : 행복.可棄(가기) : 버릴 수 있다. / 諸物(제물) : 여러 물건, 모든 것. / 已(이) : 이미.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盡棄(진기) : 다 버리다.踏葉(답엽) : 낙엽을 밟다.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遊寒山(유한산) : 겨울 산을 노닐다. 원시의 부사구 “겨울 산에서”를 문장으로 변환하면서 취한 표현이다.依然(의연) : 의연히. / 位(위) : 자리하다, 자리하고 있다.忽逢(홀봉) : 갑자기 ~을 만나다, 문득 ~을 만나다. / 下雪(하설) : 내리는 눈. / 當(당) : 당연히. ~에 해당한다는 뜻의 동사로 보아도 무방하다. / 幸運(행운) : 행운. 이 말은 일본에서 만들어져 동양 3국에서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한자어이다.眼前(안전) : 눈앞, 눈앞에서. / 世上(세상) : 세상. / 自(자) : 스스로, 저절로. 한역의 편의를 위하

    2021-12-28 10:00
  • 흰구름, 박종해

    흰구름 박종해 “울지 마라너가 울면 내가 빨리 못간다.” 먼먼 길을 떠나시며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다. 어머니는 어디로 그렇게 서둘러 가신 것일까.동산머리에 흰구름이 피어 오른다.구름은 피어 하늘을 떠돌다가내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없다. [태헌의 한역]白雲(백운) 莫泣汝若泣(막읍여약읍)吾不能速去(오불능속거)將登遠路前(장등원로전)母親向余語(모친향여어)母親悤悤去何處(모친총총거하처)小山頭上白雲浮(소산두상백운부)浮雲遊回天空中(부운유회천공중)余暫顧他跡忽無(여잠고타적홀무) [주석]* 白雲(백운) : 흰 구름.莫泣(막읍) : 울지 마라! / 汝若泣(여약읍) : 네가 만약 울면.吾(오) : 나. / 不能(불능) : ~을 할 수 없다. / 速去(속거) : 빨리 가다.將(장) : 장차. 아직 미발(未發)의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여 역자가 임의로 보탠 시어이다. / 登遠路(등원로) : 먼 길에 오르다, 세상을 떠나다. / 前(전) : ~하기 전에.母親(모친) : 어머니. / 向余(향여) : 나를 향해, 나에게. / 語(어) : 말하다.悤悤(총총) : 다급하게, 바쁘게, 서둘러. / 去何處(거하처) : 어디로 가는가?小山(소산) : 작은 산, 동산. / 頭上(두상) : 머리 위. / 浮(부) : 뜨다, 떠 있다. 원시의 “피어 오른다.”를 역자가 임의로 고쳐 한역한 표현이다.浮雲(부운) : 뜬 구름. / 遊回(유회) : 떠돌아다니다, 떠돌다. / 天空中(천공중) : 하늘 가운데, 하늘에.暫(잠) : 잠시. / 顧他(고타) : 다른 것을 돌아보다, 딴전을 피다, 한눈을 팔다. / 跡(적) : 자취, 종적.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忽(홀) : 문득, 갑자기. 이 역시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

    2021-12-21 10:00
  • 겨울나무, 공광규

    겨울나무  공광규  저녁이 되어도팔을 거두지도 않고눕지도 않는 나무 별을 안아 보려고저렇게 서서겨울밤을 지키는 나무 눈 온 아침천 개의 팔에 반짝반짝별 부스러기를 안고 있는. [태헌의 한역]冬樹(동수) 晩來不收臂(만래불수비)亦不臥而暇(역불와이가)欲抱天中星(욕포천중성)直立守冬夜(직립수동야)雪朝曜不絶(설조요부절)千臂擁星屑(천비옹성설) [주석]* 冬樹(동수) : 겨울나무.晩來(만래) : 저녁이 되어, 저물녘에. / 不收臂(불수비) : 팔을 거두지 않다, 팔을 그대로 두다.亦(역) : 또한, 역시. / 不(불) : ~을 하지 않다. / 臥而暇(와이가) : 누워서 느긋하게 쉬다. ‘暇’는 동사로 느긋하게 지내거나 한가하게 논다는 의미인데,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欲(욕) : ~을 하고자 하다. / 抱(포) : ~을 안다. / 天中星(천중성) : 하늘 가운데의 별. ‘天中’은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直立(직립) : 곧게 서다. 원시의 “저렇게 서서”를 의역한 표현이다. / 守(수) : ~을 지키다. / 冬夜(동야) : 겨울밤.雪朝(설조) : 눈 내리는 아침, 눈 내린 아침. / 曜不絶(요부절) : 반짝임이 끊이지 않다, 끝없이 반짝이다.千臂(천비) : 천 개의 팔. / 擁(옹) : ~을 안다. / 星屑(성설) : 별 부스러기, 별 조각. [한역의 직역]겨울나무 저녁이 되어도 팔 거두지 않고또 누워 느긋이 쉬지도 않으며하늘 가운데의 별 안아 보려고곧게 서서 겨울 밤을 지키는데눈 온 아침에 끝없이 반짝임은천 개의 팔이 별 조각 안은 것 [한역 노트]역자가 칼럼을 집필한 이래로 지금까지 같은 제목의 시로 독자들

    2021-12-14 10:00
  • 우짤란지, 김원준

     우짤란지 김원준 엄마 말씀이자가, 자가저러다가우짤란지 모르겠데이결국엔크게 다칠낀데그래, 보라카이그 높은 이름에 먹칠했지더 어떤 망칠일 있겠노?돈, 그기 머라꼬!? [표준어 버전]어쩌려는지 엄마 말씀이쟤가, 쟤가저러다가어쩌려는지 모르겠다결국엔크게 다칠 건데그래, 보거라그 높은 이름에 먹칠했지더 어떤 망칠일 있겠느냐?돈, 그게 무엇이라고!? [태헌의 한역]將如何(장여하) 母曰彼兒吾彼兒(모왈피아오피아)不知如彼將如何(부지여피장여하)行行至終局(행행지종국)庶幾受傷多(서기수상다)是也請細看(시야청세간)高名遂蒙瑕(고명수몽하)誤事焉有甚於此(오사언유심어차)金錢彼又何物耶(금전피우하물야) [주석]* 將如何(장여하) : 장차 어쩔까, 장차 어찌할까?母曰(모왈) : 어머니가 ~라고 말씀하시다. ‘母曰’ 다음의 모든 내용이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다. / 彼兒(피아) : 저 아이, 쟤. / 吾彼兒(오피아) : 우리 저 아이. ‘吾’는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不知(부지) : 알지 못하다, 모르겠다. / 如彼(여피) : 저와 같이, 저와 같아서. 역자가 “저러다가”의 의미로 사용한 말이다.行行(행행) : 가고 가다. 어떤 상태를 지속한다는 의미로 쓴 말이다. / 至終局(종국) : 종국에 이르러, 결국에는.庶幾(서기) : 거의, 아마. / 受傷多(수상다) : 상처받은 것이 많다, 상처를 많이 입다. ※ 이 구절은 원시의 “크게 다칠낀데”를 다소 의역한 표현이다.是也(시야) : 옳거니, 그래! / 請細看(청세간) : 자세히 보거라. ‘細’는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高名(고명) :

    2021-12-07 10:00
  • 초겨울 편지, 김용택

    초겨울 편지 김용택 앞산에고운 잎다 졌답니다빈 산을 그리며저 강에흰눈내리겠지요 눈 내리기 전에한번 보고 싶습니다 [태헌의 한역]初冬書信(초동서신) 前山佳葉落紛紛(전산가엽락분분)雪懷空山將下江(설회공산장하강)白雪飛前願逢君(백설비전원봉군) [주석]* 初冬(초동) : 초겨울. / 書信(서신) : 편지.前山(전산) : 앞산. / 佳葉(가엽) : 아름다운 잎, 고운 잎. / 落紛紛(낙분분) : 분분하게 떨어지다. 원시의 ‘다 지다’를 다소 의역한 표현이다.雪(설) : 눈. / 懷(회) : ~을 그리워하다. / 空山(공산) : 빈 산. / 將(장) : 장차. / 下江(하강) : 강에 내리다.白雪(백설) : 흰 눈. / 飛前(비전) : 날기 전에, 내리기 전에. / 願(원) : ~을 원하다, ~을 하고 싶다. / 逢君(봉군) : 그대를 만나다. [한역의 직역]초겨울 편지 앞산에 고운 잎 분분히 졌습니다눈이 빈 산 그리며 장차 강에 내리겠죠흰 눈 날리기 전에 그대 보고 싶습니다 [한역 노트]이 시는 한 마디로 말해 시로 쓴 편지이다. 그런데 시로 보기에도 짧지만 편지로 보기에는 더더욱 짧다. 그러나 글이 짧아도 엽서에 적을 내용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하여 제목이 “초겨울 엽서”가 아니라 “초겨울 편지”가 되었을 것이다. 또 편지도 그냥 편지가 아니라 일종의 연애편지이므로, 연애편지 치고는 확실히 “짧은 편지”라고 할 수 있겠다. 역자는 “짧은 편지”라고 하면 언제나 떠오르는 사춘기 시절의 추억이 하나 있다. 정확하게는 역자가 기억하고 있는 한 고향 친구의 에피소드이다. 머리도 좋고 공부도 잘했지만 어려서부터 유난히 장난기가 심했던 그 친구가, 같은 중학교 같은 학년이었지만

    2021-11-30 10:01
  • <특집 : 현대인의 호시(號詩)> 讚先笑先生(찬선소선생), 姜聲尉(강성위)

    讚先笑先生(찬선소선생)姜聲尉(강성위)皆謂笑招福(개위소초복)世稀多笑人(세희다소인)對人吾先笑(대인오선소)誰向吾人顰(수향오인빈) 【自注(자주)】先笑金周植先生之雅號也先生曾學於高大久務於大宇亦專於事業今卽保家奉母伴鶴自適(선소금주식선생지아호야선생증학어고대구무어대우역전어사업금즉보가봉모반학자적) [주석]* 讚(찬) : ~를 기리다. 타인을 위하여 지어주는 시문에 많이 사용되는 말이다. / 先笑先生(선소선생) : 선소 선생님.皆謂(개위) : 모두가 ~라고 하다. / 笑招福(소초복) : 웃음이 복을 부르다.世稀(세희) : 세상에는 ~이 드물다. / 多笑人(다소인) : 많이 웃는 사람.對人(대인) : 남을 대하다, 남을 만나다. / 吾先笑(오선소) : 내가 먼저 웃다.誰(수) : 누가. / 向吾人(향오인) : 나를 향하여, 나에게. ‘吾人’은 ‘나’라는 뜻이다. / 顰(빈) : 얼굴을 찡그리다, 이맛살을 찌푸리다. * 自注(자주) : 자기 작품에 자기가 주석을 붙인 것. / 先笑金周植先生之雅號也(선소김주식선생지아호야) : 선소는 김주식 선생의 아호이다. / 曾學於高大(증학어고대) : 일찍이 고려대에서 공부를 하다. / 久務於大宇(구무어대우) : 오래도록 대우에서 근무하다. / 亦專於事業(역전어사업) : 또한 사업에 전념하다. / 今卽(금즉) : 지금인 즉, 지금은. / 保家(보가) : 가족을 보전하다, 가족을 거느리다. / 奉母(봉모) : 모친을 봉양하다. / 伴鶴(반학) : 학과 짝하다. 은자처럼 지낸다는 말이다. / 自適(자적) : 유유자적이다. [번역]선소 선생을 기리며 다들 웃음이 복 부른다 하면서도세상에는 많이 웃는 사람 드물지남을 대하여 내가 먼저 웃는다면누가 나를 향해 얼굴을 찡그리랴 【자주

    2021-11-23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