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에 안정적인 기업 환경에서는 시스템만으로도 별 사고 없이 잘 돌아가지만, 위기 속에서는 그렇지 않다. 충격파가 큰 유럽발 금융 위기, 저성장의 시대로 위기감에 높아지는 가운데 이럴 때일수록 인재에 대한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더 높아진다. 위기의 시대가 길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 앞에 탄탄한 직장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서로 두려운 마음이 전염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과장하거나 근거 없는 기대감을 버리는 대신 두려움을 지배할 줄 아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 욕심을 부려서도 손을 놓아버려도 안 되는 그 중간의 접점에서 어려운 시대에 대처하는 최선의 자세를 찾아본다.

# ‘지금’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하라
혜성처럼 나타나 러시아 문단을 뒤흔들던 도스토예프스키는 29세에 농민 반란을 선동한 혐의로 체포돼 교수대에 올랐다. 고해성사를 끝으로 그에게 검은 두건이 씌워졌다. 젊은 나이에 허망하게 생을 마감해야 하는 일촉즉발의 순간에 하얗게 질린 머릿속에서 그는 ‘만약’을 떠올렸다.
“지금 내가 만약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인생을 1초도 허비하지 않으리라.”
간절한 결심이 통했을까. 총탄 소리가 들려야 할 바로 그 순간, 황제의 감형 결정이 전해졌다. 황제는 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이 같이 잔인하고도 감쪽같은 연극을 펼쳤던 것이다.
그는 감형은 됐지만 4년간 팔과 다리에 쇠고랑을 찬 채 시베리아에서 강제노동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 도스토예프스키는 하루하루 매 순간을 마지막 날 마지막 순간처럼 소중하게 생각하며 열심히 살았다고 한다. 편안함이나 안락함으로 나태해질 것을 몹시 두려워한 나머지 그는 생을 마칠 때까지 혹독한 환경으로 자신을 내몰았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소설보다 더 드라마틱한 삶을 살면서 생과 사를 가른 ‘1초의 의미’를 후세에 남기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도스토예프스키처럼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귀중함과 소중함을 잊은 채 사는 우리에게 큰 화두를 던진다. 우리는 불안한 미래에 현실이 인질 잡힌 모습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다음에 성공하기 위해’ ‘이 다음에 잘 살기 위해’ 몸과 마음을 콩밭에 보내고 산다. 정신분석학에서 가장 건강한 사람은 ‘지금, 여기’에 충실한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몇 년 동안 한 번도 휴가를 못 가 지칠 대로 지친 사람, 일에만 빠져 소홀하다보니 심각하게 가정에 문제가 생기는 사람, ‘잘 나간다’는 소리를 듣다가 건강을 잃고 오랫동안 병원 신세 지는 사람 등등 이들은 대부분 절박한 상황에 놓여서야 ‘현재의 나’를 너무 돌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다. 시기와 시간을 놓치면 어려운 일이 있다. 어린 자녀가 있고 가정을 잘 돌보는 일과 같이 지금 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많다. 현실을 더 행복하게 살찌울 수 있는 소중한 일들의 목록을 만들어보자. 그것을 이루어나가는 단순하고 단단한 실천으로 하루하루를 채워보자. 점점 내 목적에 맞게 나를 개조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것은 굳건한 현실인식에서 온다. ‘지금 내 삶은 어떤 모습인가?’ 하는 질문을 나지막하게 자신에게 해보자.

# 기본에 충실하고 작은 것에 성실하라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자기 직업에 대한 철학과 기본적인 윤리 의식이다. 세계적인 영웅과 리더의 특징은 힘들수록 강해지고 어려울수록 지혜로워졌다. 대기업의 총수들이나 현장의 근로자들 역시 힘들고 어려울 때 단결하고 협력하며, 더욱 큰 비전을 그리고 투철한 사명감으로 무장했다.

하지만 ‘신은 작은 데 있다’라는 말처럼 위기의 시대일수록 평소 소홀했던 작은 문제를 되짚는 찬찬함이 필요하다. 면도날을 갈아야 하는 불편함처럼 사소한 문제에 집중한 킹 질레트(King Gillette)는 일회용 면도기를 개발했다. 무언가 대단한 것만이 창조적 영감을 자극하고 반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사소함 속에서도 ‘안 되는 일’보다 ‘되는 일’을 찾으려는 열정을 가져야 한다.

모든 큰 일은 작은 일로부터 출발한다. ‘기본’은 곧잘 ‘작은 일’이 되어버린다. ‘뭐 이 정도야’하고 생각했던 일, 늘 하는 일이라 건성건성 했던 일,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일에 대한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 고객을 맞이하는 예의바른 태도와 행동에서 그 사람의 수준이 나타난다. 말과 글에도 인품과 성격이 배어 있다.

사람은 날마다 새로울 수 있다는 게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작은 일, 기초가 되는 일, 곧 기본으로 돌아가 작은 일에 성실하자.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정확한 목표를 세워 차근차근 작은 일부터 찬찬히 하는 마음가짐은 어려움을 이기는 내공이 된다. 또한 단순히 처세가 아닌 프로의 자세로 세팅하는 길이기도 하다.

# 샴쌍둥이는 함께 안아 올려야 한다
운동회 종목 중에 2인 3각 경기가 있다. 두 사람이 한 조를 이뤄 다리 하나씩을 묶고 목표물을 돌아오는 경기다. 두 사람의 호흡이 맞지 않아 넘어지기도 하고 서로에게 맞추라고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구경꾼들의 관전 포인트다. 최근 중국에선 다인다각 경기로 기네스북에 올랐다고도 하는데, 이 경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서로의 마음이 잘 맞아야 한다. 한 팀이 되는 사람끼리 마음을 하나로 해서 구령을 하나~둘, 하나~둘 맞추면서 달려가야 넘어지지 않고 재빨리 목표물을 돌아 올 수 있다.

꼭 2인3각 경기뿐 아니라 모든 조직에서 구성원간의 단결과 호흡의 일치는 조직 응집력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조직이든 그 조직과 조직을 이루는 구성원을 이끌어가려면 리더십이 필요하다. 시대와 상황, 지도자의 성향에 따라 리더십의 종류도 다양하게 펼쳐질 수 있지만 지금은 팔로우십이 더욱 강하게 요구된다. 팔로십은 때로는 서로에게 다른 리더가 돼 앞장서 가기도 하고 때로는 리더의 뒤에 따르기도 하면서 ‘더불어, 함께’가는 리더십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핵심인재는 자신의 직위와 관계없이 리더십과 팔로우십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 리더가 될 사람이든 지금 중간 리더든 직장인은 누구나 이 두 가지 능력을 겸비해야 하지만 현재 상황에선 팔로십을 조금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늘 부하는 상사에 대해 불평·불만이 많지만 상사는 권한이 강화되면서 책임의 범위도 넓어졌다. 이는 상사들도 한층 힘겨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상사의 부당하고 비합리적인 요구를 만나 갈등하는데, 공과 사를 구분하여 공적인 부분에서 불가피하게 상사와 부딪히는 일이 있더라도 사적으로는 항상 존경심을 표하는 것이 상사와 매끄러운 커뮤니케이션하는 비결이다.

자신도 누군가의 부하인 동시에 선배이며 언젠가는 상사가 된다. 윗사람을 통해 리더십을 배우고 아랫사람에게 부하정신을 배우면 된다. 상사가 못마땅하고 부족한 점이 있으면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아랫사람이 자신에게 하는 태도에서 섭섭한 점이 있으면 나는 상사에게 그렇게 하지 않아야 한다. 아랫사람이 어떤 태도로 일해야 하는지를 부하정신이 부족한 내가 나의 부하를 통해 배울 수도 있다. 대부분 어떤 문제든 열쇠는 내가 쥐고 있다. 내가 마음을 바꾸고 내가 마음을 다잡고 내가 자세를 달리 하면 상황은 바뀐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인간관계에서 마음을 잘 컨트롤하자. 이제까지 몰랐던 신기한 내 능력의 재발견이 될 것이다.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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