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모든 직원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즐겁게 열정적으로 일하는 조직은 모든 경영자들이 꿈꾸는 일이다. 서로 신뢰를 통해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이 열려 있는 조직일 때 가능하다. 경영자는 자신의 사소한 언행과 감정표현이 직원들의 감정과 조직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늘 인식해야 한다. 마음을 열기는 어려워도 닫히는 건 한순간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늘 긍정적인 태도와 기분을 유지하는 자기 통제력으로 신뢰를 형성하고 조직구성원에게 신바람 기운을 넣어주어야 한다.

# 부드러운 감성으로 참여와 단합을 이끈다 - 루스벨트
사람이 어려운 일을 당하거나 위급한 상황에 놓이면 그 사람의 감춰진 모습이 보인다. 유럽발 금융위기와 세계경제 전체가 저성장의 침체기에 빠진 오늘날, 기업의 리더는 조직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더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이때 루스벨트 대통령의 감성 커뮤니케이션은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리더가 힘들다고 직원들 앞에서 내색하며 딱딱하고 무겁고 관념적인 말로 해서는 그들의 마음과 몸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탁월한 감성 커뮤니케이터로 불리는 까닭은 ‘재앙’이라고 불렸던 미국의 대공황 시절 라디오를 통해 대중들에게 직접 연설한 그 유명한 ‘노변담화(Fireside Chat)’ 때문이다. 공식적이고 딱딱한 형식이 아니라 난롯가에서 친지들과 정담을 나누듯 국민에게 친밀감을 불러일으키는 연설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많은 사람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분열보다는 단합을 유도했고,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다. 그는 구체적인 경제구제책보다 사람들에게 희망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현실을 직시하고 그 현실을 그대로 그림을 그리듯이, 증거를 들이밀면서 솔직한 자신의 심정을 얘기함으로써 호소력을 갖고 고통 분담마저도 설득할 수 있었다. “우리는 사실 힘들다. 그러나 짐을 나눠지고 가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같이 고생을 해 보자”라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동참을 요구하는데 이를 외면할 사람은 없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어느 누구를 대하든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화제를 가지고 대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사람은 자기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것을 화제로 삼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실천했다. 자신에게도 역사가 있듯 다른 사람에게도 삶의 흔적이나 궤적이 있기 마련이다. 한 사람, 한 조직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의 히스토리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여러 정보를 통해 가늠해본다거나 이해할 수 있다. 무슨 말을 하고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할지 전략이 생긴다.

루즈벨트는 재임시절에 거의 초조해하거나 낙담한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거기엔 두 개의 중요한 비결이 있다. 하나는 남다른 낙관주의, 그리고 또 하나는 그것을 세련된 유머로 표현하는 능력이었다. 한 조직의 리더가 언제나 여유와 유머를 잃지 않는다는 건 대단히 큰 상징이다. 조직원들에게 긍정과 낙관을 심어주고 희망을 갖게 하는 원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은 논쟁에서 이기는 것도, 자신의 스킬을 뽐내는 것도 아니다.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솔직하고 분명한 메시지로 동의와 지지를 얻어내기 위한 것이다.

# 이방의 감성을 몸소 익히다 - 캐슬린 스티븐슨
미 대사는 미국 정부를 대표해 한국에 와 있는 외교 공관장의 하나다. 그 존재의 의미와 역할, 임무 등은 상상을 초월한다.  외국의 대사들이 모두 자국의 이익과 이해관계에 우선하는 행보를 하지만, 미국 대사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의 무게는 여느 나라 대사들과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 우리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전 미 대사로 캐슬린 스티븐슨을 빼놓을 수 없다. 어떤 나라, 어떤 대사보다 가장 한국인의 감성을 잘 이해하는 것을 넘어 애정을 가진 대사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우리가 몰랐거나 부정했던 우리 모습의 아름다움에 눈뜨게 해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캐슬린 스티븐슨은 “예산에서 일하는 동안 자녀를 고등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해 소를 팔고, 영어를 가르치는 미국인 선생님들을 위해 밭에서 딴 딸기를 정성스레 선물하는 한국의 부모를 보면서 내 할머니, 할아버지를 떠올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험에서 나오는 이런 말은 우리의 감수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고 외교적 상황이 어떠하든 스티븐슨에 대한 마음의 문을 저절로 열게 만든다. 이를 통해 이전 어떤 대사보다는 오해와 갈등을 줄이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었다.

주 미 대사가 여성인 점도 처음이지만, 훨씬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미 대사도 처음이다. 보통 외국어에서 그 나라 속담이나 격언을 인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스티븐슨은 미국 대사 선서를 마친 소감을 밝히는 연설에서  “천고마비”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한국 속담을 또렷하게 발음하며 인용했다. 한국 대사로 지명되고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도 한국어였다고 한다.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읽고 쓸 줄 안다면 오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엔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의 마음을 여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말로 포문을 열어야 한다. 부담스럽지 않은 칭찬과 찬사가 곁들여져야 하겠고, 억지로 칭찬하기 쉽지 않고 찬사도 나오지 않는다. 그들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가지려고 노력할 때 방언처럼 술술 칭찬하고 격려하는 말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면 입은 열린다 - 래리 킹
한 사람이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을 일하게 되면 전문가가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 25년쯤 한 사람은 거의 ‘달인’의 수준, ‘통달’의 수준이 될 것이다. 커다란 뿔테 안경, 편안한 멜빵바지를 입은 토크쇼 진행자 래리 킹은 현재 후임자 피어스 모건이 진행하는 CNN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을 25년 동안 한결같이 진행했었다. 1985년 CNN 창립 당시 테드 터너 회장에게 스카우트되면서 시작된 '래리 킹 라이브'는 25년 동안 그는 미국 역대 대통령을 포함해 무려 5만여 명을 인터뷰했다. 그는 토크쇼에서 초대 손님에게 어떻게 했기에 이렇게 장수할 수 있었을까.

뿔테 안경, 멜빵바지, 그리고 작동은 되지 않지만 커다랗고 오래된 탁상용 마이크는 그를 상징하는 중요한 소품이다. 25년간 이렇듯 한 가지 스타일만 고집하는 이유는 인터뷰하는 사람이 오래된 집에 온 듯한 느낌으로 편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는 초대손님에게 “그때 왜 그랬냐”는 식으로 상대방을 몰아세우는 일이 없었다. “살다보면 세상일이 다 그런 거 아닌가”라는 너그러운 화법을 통해 초대손님이 무슨 말이든 방어하지 않고 할 수 있게 도왔다. 한 사람에 대한 가십이나 논란을 대신해서 파헤친다는 자세로 출연자에게 까칠하게 군다거나 공격적으로 질문한다거나 대립하지 않았다.

말은 빙빙 돌리지 않고 직설적이지만 마음은 편한 상태로 토크쇼에 임하게 해주기 때문에 클린턴 전 대통령과 성추문이 휩싸였던 모니카 르윈스키 같이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인물도 부담 없이 래리킹 라이브에 출연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적을 만들지 않으며 늘 너그럽고 따뜻한 자세를 취하는 래리킹의 스타일은, 한 기자에게 대형화재 사고가 난 현장에서 소방관을 취재한다면 어떤 것부터 묻겠냐고 반문하는데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 기자가 발화 예정 시간이나 원인, 진화에 필요한 시간 등을 묻겠다고 했더니, 래리 킹은 정색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 같으면 제일 먼저 소방관에게 달려가 어깨를 두드려주면서 ‘정말 위험하고 어려운 곳에서 고생이 많으십니다. 도대체 여기서 얼마 동안 이렇게 고생 중이신 겁니까?’ 하고 물을 겁니다.” 두터운 소방복을 입은 소방관의 거친 숨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먼저 소방관의 노고와 염려를 해주는 감성적 인터뷰는 래리킹 스타일의 가장 특징이다.

아무리 뜨거운 사건이 있다 하더라도 사건에 대한 호기심보다 사람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 자세는 그가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이성에 호소하는 논리적인 말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감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리더는 감성적 표현의 연습을 계속해야 한다. 마음속에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 문화적 감성으로 소통한다 - 미테랑
문화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없애주는 아주 좋은 소통의 도구다. 문화적인 소통 방식은 감성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문화를 즐길 줄 알고 타인에게도 함께 하길 권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잘 돌아보고 스트레스 관리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훨씬 부드럽고 원만하다.

프랑스의 미테랑 전 대통령은 사람들 간의 소통에 있어서는 굉장히 열린 지도자였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이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이견이나 반론, 비판도 화내지 않고 들을 줄 알았다. 보좌관 중 한 명이 대통령을 겨냥하는 비판을 해도 너그럽게 대처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독창성과 기발함, 창의성과 기이함을 굳이 구분하려 하지 않았다.

그의 이런 거리낌 없는 커뮤니케이션의 자세는 남다른 문화적 안목 덕분이다. 프랑스문화 르네상스를 꿈꾸었던 미테랑은 폭넓은 문화예술인들과 교류하거나 등용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으로 현재 우리나라에 수많은 독자를 거느린 세계적인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사회당 집권 이후 미테랑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을 10년간 역임했고, 작가 이브 시몽도 미테랑을 보좌했다. 

그는 다른 나라를 순방할 때는 자국의 문화예술인을 대동하고 다닌 것으로 유명하다. 1993년에도 국내에도 수많은 팬을 거느린 영화배우 소피마르소와 함께 방한했다. 그의 문화 외교는 문화와 예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진 문화대통령으로 자신을 브랜딩하면서, 프랑스문화를 세계에 과시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했다. 미테랑은 그 어떤 무기보다 그 어떤 상품보다도 ‘문화’는 거부감 없이, 그리고 가장 열정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도구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나라도 직원들과 문화 메신저로 소통하는 경영자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예술에 대한 진정한 철학과 수준 높은 안목을 가지고 스포츠, 예술, 문화 다방면에 걸쳐 끊임없이 배우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경영인, 문화예술회관 버금가는 사옥에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상설 갤러리와 전문공연장을 만든 경영인, 직원들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공연물, 전시회 등을 끊임없이 기획하고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전 임직원에게 구입하여 선물하는 경영인 등등 아주 다채롭다.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은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 변화는 감성에 자극을 받을 때 속도를 낸다. 리더가 자신의 마음을 촉촉하고 말랑말랑하게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문화를 경영에 활용하려는 리더는 문화에 대한 철학과 안목을 가질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문화적 코드를 이해함으로써 서서히 감성을 계발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적 감성으로 직원을 존중하고 직원의 행복을 위한 리더의 애정 어린 노력은 조직원들의 문화 마인드를 높이고 소통의 길을 훨씬 넓힐 것이다.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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