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은 사람이 한다. 아무리 기계가 발달해도 그 기계를 만든 사람도 결국 사람이다. 사람에 대한 관심은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고 해도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요즘 세상은 창조적인 사람,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 가정도 학교도 단체도 기업도 정부도 국가도 창조적인 사람을 기르거나 뽑으려고 온갖 머리를 짜낸다. 왜 세상은 창조적인 사람에게 주목할까? 창조적인 사람은 타고나는 것일까? 후천적으로 창조성을 계발할 수 있다면 어떤 노력을 기울이면 좋을까?

# 한 명이 수천을 먹여 살린다
지난해 세계적인 기업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을 때 수많은 세계인들은 ‘혁신의 아이콘’이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해 애도했다. 그는 우리의 삶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켜준 인물이다. 인터넷이 없던 시대와 비교하면 인터넷 시대는 우리에게 상상도 못할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는데, 스티브 잡스가 열어준 무선인터넷 시대는 한 단계 더 생각지도 못한 생활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스마트폰은 어떤 일이든 “언제 어디서나 즉시”에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내가 기다리는 버스가 정류장에 언제 도착할지 즉시 알 수도 있고, 보고 싶은 영화도 그 즉시 볼 수 있고, 필요한 게 있으면 즉시 쇼핑할 수 있고, 부모님께 즉시 용돈도 보내드릴 수 있다. 내가 있는 시간대와 위치를 기반으로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것이 ‘리얼 타임’으로 해결된다. 

공상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을 현실로 만든 스티브 잡스는 그 자체가 애플이었다. 반대로 애플은 곧 스티브 잡스였다. “스티브 잡스 한 명이 애플을 다 먹여 살린다”는 말은 지나치지 않다. 창조적인 인재 한 명이 먹여 살리는 사람을 단순히 애플사 직원으로 한정지을 수도 없다. 무선 인터넷 시대에서 파생된 상품과 서비스는 또 얼마나 많은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현대사회가 창조적인 인물을 원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산업사회를 살던 사람들과 달리 디지털 시대, 정보화 사회를 사는 사람들은 단순히 먹고 사는 것, 생활의 필수품만 있다고 만족하지 않는다. 오감을 자극하고 감성을 설득하면서 사람들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 정책이나 제도에 열광한다. 사람들은 더 신선하고 참신하고 기발하고 마음을 울리는 것을 원한다. 그런 것을 계발하고 만들어내려면 창조적인 생각이 필수다.

# 당연한 일의 재발견과 무한한 활동성
로버트 스턴버그가 쓴 <지혜의 탄생>이라는 책을 보면, ‘지식’, ‘지혜’, ‘창의성’ 비슷한 듯하면서도 분명히 다른 말들에 대해 선명하게 설명한다. 우선 지적인 사람은 배운 지식을 잘 기억하고 분석해서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말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지식의 의미와 그 한계를 이해하는 사람, 창조적인 사람은 기존 지식을 뛰어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사람이 그래도 기존 지식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 한계를 넘어서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창조적 인물들은 그래서 남달리 호기심이 많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궁금해하며, 남들이 예사로 보는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꼭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는 어린아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을 가졌다. 아인슈타인이 혀를 내밀고 있는 사진을 보면 얼굴에 주름은 많지만 아이와 같은 천진함이 있다. 그는 과학자는 어린애 같아야 한다고 말했고 자신의 아이 같은 모습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달걀을 품에 안고 부화시키려 했던 어린 시절 에디슨의 호기심이 그대로 유지되었기 때문에 수많은 발명을 할 수 있었다.

어린 아이 같았던 창조적 인물들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뭔가 만져 보고 뒤집어 보고 밀어보고 움직여 보고 열어보고 부숴 보고 잘라 보고, 물건 하나를 가지고도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보지 않고는 못 견딘다. 눈에 보이는 기계나 물건 같은 것만 그러는 게 아니라 머릿속 생각도 가만 두지 않는다.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그림으로 그려보고 기호로 만들어보고 움직여 조작하는 두뇌활동이 그들의 취미생활이다. 한 가지 방법이 잘 맞지 않으면, 계속 집요하게 그것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아이디어,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고 시도한다. 그래도 끝내 맘에 안 들면 오래 굴려온 그 생각을 단숨에 버릴 수 있다는 생각까지 열어두면서 끊임없이 개방적인 사고를 한다. 생각 자체를 즐기지 않으면 아까워서 버릴 수 없을 것이다. 가능성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이 창조적인 인재다.

# 창조적 인재에 사운이 달렸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고도의 경쟁사회다. 특히 기업이 살아내야 하는 시장은 하루하루 정글과 다름없다. 한 줄로 말하면 “누가 가장 먼저 고객을 사로잡는 새로운 상품을 내놓아 시장을 선점하느냐”로 요약할 수 있다. 기업에겐 그것이 곧 가장 큰 돈이기 때문이다. 방송인 이경규씨의 우연한 아이디어를 산 팔도의 ‘꼬꼬면’은 라면시장에 ‘하얀국물’ 선발주자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해서 엄청난 매출을 올렸다. 이처럼 기업이라면 앞서 한 줄로 요약된 물음의 주인공이 한 번 이상은 되어보기 위해 오늘도 쉽사리 불을 끄지 못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창조적 인재를 키우기 위해 누구보다 발 빠른 노력을 하고 있다. 창조적 인재를 얼마나 육성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사운이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요즘 기업은 상상과 기술을 접목시키고 인재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인문학을 활용한다. 성과와 결과물에 집착하기보다 고객과의 소통과 배려가 중시될 때 성과도 좋아지며,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 애정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인식을 했기 때문이다.

‘토이스토리’ ‘'카’ 등의 유명 애니메이션을 만든 미국의 픽사(Pixar)는 사내에 '픽사대학'을 개설하고 글쓰기·문학·철학·즉흥연극 등 100여개의 인문학 강좌를 운영하면서 직원의 창의성 배양에 힘쓴다. 픽사는 직원들에게 주당 4시간의 교육시간을 보장한다. 우리나라의 기업들 역시 인문학을 통해 창조적인 인재 육성을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포스코의 서양철학 인문학 강좌, LS전선의 인문학 지식 겸비 인재 육성을 위한 창조학교, 롯데백화점의 인문학 문화센터, SK케미칼의 조조 인문학 강연회 등을 통해 활발한 창조적 인재 육성에 시동을 걸었다. 기술이나 지식의 분야나 경계를 무너뜨리고 서로 다른 이질적인 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융합하는 일에 골몰한다.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는 철학, 어문학, 사회학, 동양사학 등 다양한 분야 인문학 전공자를 채용해서 디자인, 기술 인력과 협업하고 다양한 지식을 융합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게 한다. 사람을 생각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어느 한 분야의 지식이나 기술로는 완성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럼에도 창조적인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회사에서 창조적 활동을 위해 주어지는 교육활동이 있다면 적극 활용하되, 그런 환경이 아직 주어지지 않거나 부족하다 느끼면 자기 스스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먼저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지만 때때로 디지털을 버리는 일이 필요하다. 즉시적인 디지털 문화는 깊은 사고를 방해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 창업자 빌 게이츠는 그 스스로 디지털 시대를 연 사람이지만, 1년에 두 차례 정도는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끊고 '생각 주간'을 가지며 은둔 생활을 즐긴다고 한다. 컴퓨터도 스마트폰도 일체 꺼두는 ‘off day’의 상태에서 주는 지루함 심심함을 즐기며 생각을 키우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도 모든 것을 디지털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어떤 부분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아날로그적 삶을 살며 정신을 자주 훈련키는 것이 좋다. 뭐든 휴대폰이나 디지털 기기에 저장하기보다 직접 손을 써보고 메모하는 습관을 갖는 것도 그 중 한 방법이다. 또한 책을 읽고 지금까지 안 했던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는 일도 좋다. 그 안에서 생기는 궁금증은 묻고 생각하고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두뇌는 계발된다. 어떤 분야를 공부하든 배우든 관계없다. 무엇을 배우든 내가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부분을 열정을 다해 배운다면 그 분야는 어떤 것이든 관계없이 언젠가 내 창의적 두뇌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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