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불황이다. 히트 치는 것보다 살아남는 것이 더 절박한 시대이다. 모두 몸을 낮추고 목소리를 줄이고 조용히 숨을 쉰다. 하지만 축구든 일이든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다.  현재 자리를 지키기 위해 소극적으로 몸을 사리며 눈치를 보기보다, 차라리 조용해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준비를 하고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 낫다. 살아남기 급급한 눈물겨운 노력을 하느니 나를 재발견할 수 있도록 자신 있게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자. 생존의 시대에 가치 있는 인재는 자신을 창조적으로 인재로 끌어올리는 사람이다.

# 대세를 버려라
우린 살면서 내 생각보다 ‘대세’에 약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내 생각은 달라도 왠지 대세에 따르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고 무시당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는다. 올해처럼 선거가 많은 해는 ‘대세론’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뽑고 싶은 후보는 따로 있지만 내 소중한 한 표가 사표(死票)가 되는 게 싫어서 마음과는 달리 될 사람에게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일을 나도 해야 편안한 심리다.

하지만 이런 일은 잠시 마음만 편안할 뿐 남는 건 없다. 특히 대세만 따르며 몸조심하는 사람이 많은 조직일수록 조용할지는 모르지만 안으로 병들어가는 징조이기 쉽다. 비록 대세, 주류의 생각과는 달라도, 가치 있는 작은 생각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낸다. 그런 사람이 많을수록 꾸준히 혁신하는 가운데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로마의 휴일> <티파니에서 아침을> 등에 출연했던 스타 오드리 헵번의 의상을 제작한 위베르 드 지방시는 깡마른 헵번의 옷으로 지방시를 명실상부한 명품 브랜드로 만들었다. 당시 글래머 배우가 대세였기 때문에 당시 유행대로라면 지방시는 오드리 헵번의 마른 몸을 최대한 보완할 수 있는 풍성한 드레스를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지방시는 오히려 가느다란 몸매를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하는 단순하고 가는 선의 드레스를 만들어 입혔다. 아주 위험한 모험이었다. 지방시도 그걸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크게 성공했다. 너무 말라 밋밋한 몸매를 역으로 청순하고 여성스러운 점으로 어필함으로써 오드리 헵번을 세계 여성들의 워너비 스타로 만들어주었다.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생각을 바꾸면 단점도 장점으로 만들 수 있다. 단점을 늘 당연하게 단점으로 생각한 사람들의 시선을 바꿔주는 것이다. 그러려면 내 생각을 내 머릿속에만 머물게 두면 안 된다. 누군가에게 내 생각을 말해야 하고, 그려서 보여주어야 하고, 설명해야 한다. 그게 도전의 첫발이다. 대세를 거스른다고 두려워하지 말자. 지금은 비슷한 생각을 하는 100명보다 남다른 생각을 가진 1명이 이끄는 세상이다.

# 남들이 꺼리는 일에 길이 있다
CNN의 메인 앵커인 앤더슨 쿠퍼는 이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저널리스트라고 칭송받는다. 그는 2010년 아이티 지진참사 현장을 취재하다가, 카메라와 마이크를 내던지고는 위험을 무릅쓰고 곤경에 처한 소년을 구해 전 세계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의 철도 재벌 밴더빌트 가문의 후손으로 예일대를 졸업한 ‘엄친아’지만 쿠퍼는 예상된 엘리트의 길을 벗어나 험난한 전쟁터나 재난현장을 주로 찾는 기자가 되었다. 

앤더슨 쿠퍼는 사람들이 무서워서 잘 가지 않는 전쟁터 같은 곳에 가면 경쟁상대가 별로 없다고 말한다. 총탄이 퍼붓는 아비규환의 전쟁터나 재난현장을 자청하는 기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앤더슨 쿠퍼는 오히려 그런 곳에서 기자정신이 더 활활 타오르는 DNA를 스스로 만들었다. 죽음으로 상실감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곳에 가서 그들이 어떻게 살아남는지 배우고 싶었다는 앤더슨 쿠퍼가 앵커이면서도 ‘재난 전문 기자’라는 특별한 호칭을 받는 이유다.

남들이 꺼리는 일, 하기 싫어하는 일, 하찮다고 생각하는 일에 기회가 있다. 그 일을 잘해낼 때 그 사람은 많은 사람이 다시 볼 수밖에 없다. 흑인 최초로 미국 합참의장을 지낸 4성장군 출신의 정치가 콜린 파월의 첫 직업은 음료수 공장의 바닥을 걸레질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제까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최고의 걸레질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고, 어떤 일이 맡겨져도 귀천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군대에서도 그런 자세로 일관해 합참의장까지 되었고 전역 후엔 국무장관도 역임했다.

하찮은 일부터 잘하는 사람은 더 큰 일을 맡기고 싶은 신뢰가 생긴다. 누구도 어떤 직장에서도 처음부터 중요한 일을 맡는 일은 없다. 직장에서 정말 중요한 일은 작은 일, 하찮은 일을 잘한 시간이 쌓였을 때 비로소 맡겨진다. 남들이 꺼리는 일, 하찮다고 생각하는 일부터 완벽하게 마무리하자.

# 전문가에게 매달려라
나의 사양을 업그레이드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내 전문성을 기르는 일이다. 내가 주 업무를 전문적으로 잘해내는 능력을 기르고 같은 분야의 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빼어난 전문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좀 다른 새 분야를 전문적으로 배우는 것도 좋다. 앞서 말한 남들이 꺼리는 분야, 남들이 주목하지 않아 소외된 분야지만 분명 필요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분야를 아주 중요한 분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면 열정이 생길 수 있다.

그러려면 지금 나보다 잘하는 사람, 전문가들에게 배워야 한다. 회사 안에 있을 수도 있지만 회사 밖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배우고 싶은 사람의 겸손하고 간곡한 자세는 누구라도 감동시킨다. 그리고 전문가는 자신의 전문분야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대단한 광고나 마케팅 없이 독자들의 입소문만으로 ‘2011년 올해의 소설’에 뽑힌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은 읽다보면 처음엔 여성작가가 썼다고 믿겨지지 않는다. 주로 남성들이 많이 종사하는 거친 직업의 전문분야가 정말 빈틈없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댐 관리, 스쿠버다이빙, 범죄수사 등 전문적인 영역이 숱하게 들어 있지만, 작가는 꼼꼼한 취재를 통해 사실감을 높이고 긴장감을 극대화시켰다. 작가는 잠수교관, 토목시공기술사, 검찰수사관 등 수많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철저히 취재해서 소설을 썼다고 말한다. 아마 작가를 도왔던 전문가들도 작가에게 자신의 전문분야를 설명할 땐 꽤 뿌듯하고 기분 좋게 설명했을 것이다.

‘우는 아기 젖 준다’는 말이 있다. 가만히 있지 말고 뭔가 배우고 익히려는 사람에겐 소득이 있다. 사람들은 자기가 아는 것을 아는 척하거나 남에게 가르쳐주는 일을 본능적으로 즐기기 때문이다. 배우고 익히려는 사람에게 안 가르쳐주고 밉게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질투하는 것일 뿐이다. 전문서적을 읽고 전문가를 찾아 배우며 자꾸 내 능력과 실력을 높여나가자. 이만큼 강력한 자기 경쟁력은 다른 데서 웬만큼 찾아서는 없을 것이다.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 이 칼럼은 <범한판토스> 웹진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