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특별한 건 우리 마음이 스스로 ‘리셋’되기 때문이다. 아자아자! 잘해보자! 힘내자! 다시 잘해보자! 이런 마음 속 외침이 있다. 하지만 뭘 어떻게 잘해보려고 하는지 계획이 없는 사람은 이런 긍정적 자기 암시도 곧 시들해진다.

종이에 인생의 목표를 써 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종이에 써보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해보는 사람이 생각보다 적은 모양이다. 그래서 종이에 목표를 적어서 가지고 다니는 일은 극히 드물지만,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겨우 5%의 사람들만이 시간을 내어 목표를 자세히 적어보고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행동계획을 세운다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95%가 이룬 일보다 더 많은 것을 이 5%가 움직인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자신의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을 직접 정리하지 않는 것일까? 내가 마음에 정리해놓고 나만 알면 되는데 뭐 그렇게 꼭 적어둬야 하나 싶은 생각이 크다. 좀 유치한데 누군가 보기라도 한다면 민망할 것 같다. 하지만 그보다도 눈에 보이게 계획해놓고 목표를 이루지 못할까봐 두렵다고 한다. 이루지 못한 목표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건 자신의 패배를 자주 확인해야 한다는 건데 어느 순간 ‘에잇 그깟 계획표 없다고 인생 망치나?’ 하며 냉소적인 심정이 된다.

잭 니콜슨의 환자 연기가 압권이었던 영화 <버킷리스트>. 지난해 <여인의 향기>라는 우리나라 드라마가 주목을 받으며 이 영화는 함께 관심을 받았다. <버킷 리스트는>는 갑작스레 치료가 어려운 병이 찾아온 자동차정비사 모건 프리먼과 돈벌이밖에 모르는 사업가 잭 니콜슨의 한 병실에서 만나면서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보고 싶은 것들을 적은 ‘버킷 리스트’를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을 보여준다. 타지마할에서 세렝게티까지,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허름한 문신 집까지, 함께 만든 리스트를 들고 목록을 지워나가기도 하고 더해 가기도 하면서 어느 누구나 풀어가야 하는 어려운 문제들과 씨름하면서 어느새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기는 행복을 느낀다. 드라마 속에서 시한부 생명을 사는 여주인공 역시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실천함으로써, 이제까지 살아온 날들보다 더 의미 있고 밀도 높은 삶의 의미와 행복을 느낀다.

버킷리스트는 꼭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뿐만 아니라, 느슨하게 특별한 목표에 집중하지 않으며 사는 보통 사람들에게 더 깊은 삶의 통찰을 얻게 해주는 방법이 될 것이다. 요즘은 학생 때부터 일찌감치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하고 스펙을 관리하는 분위기지만, 사실 어른들조차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뭘 하면 즐겁고 기쁜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그 때문에 질문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내가 앞으로 열 두 달 밖에 살지 못한다면?’이라는 절박한 질문을 통해 간절한 목표와 소망을 찾아낼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사랑하는 가족도 있고 만나면 즐거워지는 소중한 친구들도 생각하게 된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진짜 하고 싶은 일, 진짜 소중한 것을 좀더 효과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내 감정에 더욱 솔직해지며 행복할 수 있다.

사람의 인생과 운명은 어떤 생각을 하느냐, 어떤 행동을 반복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목표를 쓰고 그걸 눈으로 터치하는 습관은 목표를 이룰 가능성을 확실히 높여준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고 생각도 안 하는데 어떻게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일단 종이에 적은 목표나 계획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온다. 그리고 스스로 종이에 적어 놓은 것을 보면 핑계대지 않게 된다. 차근차근 자기 목표를 이루며 성공하는 사람들의 노하우를 보면 의외로 “저런 걸 어떻게 해?”라거나 “저런다고 될까?”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남다른 행동을 한다. 자기가 목표하는 것을 글로 써서 책상 앞이든 다이어리든 붙여 놓는 건 물론이고, 남들에게 이야기함으로써 의식화한다. 남들에게 공표한 만큼 실천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역사가 토마스 칼라일은 “뚜렷한 목표가 있는 사람은 가장 험난한 길에서도 앞으로 전진하고, 아무런 목표가 없는 사람은 가장 순탄한 길에서도 나아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목표를 세워 집중하고 몰두하는 것은 일종의 습관이자 훈련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잘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자꾸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지킬 수 있는 길로 자신을 살살 몰아가는 것이다. 지키지 못했다고 자책하기보다는 더 잘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습관들이기까지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되기까지 그 첫 시작은, 지키지 못해도 자책하지 않고 꾸준히 계획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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