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실칼럼] 꼰대 업무향상 충고 VS 직장 내 갑질 괴롭힘




직장인의 70%를 위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올해 7월 16일부터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얼마나 큰 문제였는지를 반증해준다. 직장 내 괴롭힘은 사업주나 대기업 오너 일가의 폭행 및 폭언 등으로 인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직장인의 70% 정도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한다. 집보다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할 수 있는 회사에서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호소조차 못했던 피해자들이 많다. 이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큰 힘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회사의 일방적인 직장 내 괴롭힘 피해사례



지금까지는 부당한 일을 당해도 마땅한 규정이 없어서 가해자들을 처벌하기 어려워 안타까웠다.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진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로 보고 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우선, 직원이 회사의 불합리한 근로계약을 거부해서 벌어진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있다. 회사는 일방적으로 사무실 비밀번호와 피해자 개인 컴퓨터의 비밀번호를 바꿨다. 그 직원의 접근을 일부러 막기 위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업무용 메신저에서 피해자를 강제 퇴장시키기까지 했다.



업무와는 상관없는 적절치 않은 지시도 또 다른 형태의직장 내 괴롭힘



일이 서툰 직원에게 인격적인 모독을 한 경우도 있다. 순화해서 표현하면, ‘그 모자란 머리로 대학은 어떻게 졸업했는지 모르겠다‘라고 하면서 펜으로 머리를 툭툭 치는 경우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영어를 잘하는 부하 직원의 능력을 업무가 아닌 상사 개인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업무시간이 지난 후에 지속적으로 무리하게 SNS틀 통해 답변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하지만 업무의 특성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의 구분은 다르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 가이드라인을 얼마나 명확하고 합리적으로 적용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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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지금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가?



직장 내 괴롭힘이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그리고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다. 또한 피해자가 실제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았거나 근무환경이 악화되었다는 결과가 발생해야 한다.



업무향상을 위한 충고와 업무지시 VS 직장 내 괴롭힘



기존 관행에서는 별로 문제 삼지 않았던 부분들이 법 개정 이후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여겨지는 경우도 많아질 것이다. 실무적으로는 상황, 행위 정도 등 여러 가지 정황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런 후 종합적으로 판단을 내려야 합리적이다. 상사나 선배 입장에서 업무 향상을 위해 해야 하는 충고나 업무 지시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오해할까봐 이런 과정까지 생략하려 든다면 이것은 회사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통념상 이해가 되는 선에서 하는 것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지 않는다.



관행처럼 내려온 괴롭힘과 업무지시의 경계선



직장에서 이해가 되는 업무지시인지 아니면 직장 내 괴롭힘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아주 명확해 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직장생활에서 관행처럼 내려왔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괴로웠던 여러 가지 행위들이 있다. 합당한 업무 지시와 괴롭힘의 경계선을 선명하게 하는 디테일한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 왜냐하면 괴롭힘이라는 것은 당하는 입장에서의 주관성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경계선을 구분 짓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직장에서는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오해를 일으키지 않기 위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기도 하다. 이번 계기를 통해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직장인 서로가 서로를 인격체로 인식하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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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는 서로의 생각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것



개와 고양이가 만나면 서로 으르렁거린다. 서로 원래 앙숙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실은 개와 고양이의 의사소통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반가우면 꼬리를 올리는 개의 행동은 고양이 입장에서는 반가울 수 없다. 왜냐하면 고양이에게는 공격할 때 꼬리를 올리기 때문이다. 개와 고양이의 방식에 틀린 것은 없다. 서로 다를 뿐이다. 우리네 삶도 그렇고 사회생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싶다. 우리는 보통 자신의 잣대로 상대를 판단한다. 그래서 자신과 다른 상대를 틀리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처럼 서로의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는 순간 갈등은 고조된다. 배려는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삶은 달걀 때문에 일어난 전쟁



집에서든 직장에서든 일어나는 갈등들을 보면 정말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금만 서로가 한 발짝 물러서보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기도 하다.‘걸리버 여행기’에서 전쟁하는 두 소인국은 ‘삶은 달걀의 껍데기’ 때문에 싸운다. 계란을 먹을 때, 넓고 둥근 쪽을 깨는지 아니면 뾰족한 쪽을 먼저 깨는지가 전쟁의 발단이었다. 그 사소한 문제 때문에 몇 십년 동안 갈등을 한다. 제 3자의 입장에서는 어이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치약을 짤 때 위에서부터 짜는지 아래부터 짜는지의 문제로 배우자와 말다툼을 했다는 부부도 적지 않다. 화장실에 걸려있는 휴지를 거는 위치 때문에 며칠간 침묵을 한다는 경우도 있다. 직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배려문화가 직장에서 자리 잡는다면 스트레스 지수는 급속도록 하락될 것이다.



스트레스 주는 인간관계 지옥에서 필요한 비타민, 배려



직장인의 스트레스는 사실 업무보다 대인 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많은 직장인들이 ‘인간관계 지옥’을 경험한다. 오죽하면 월급을 ‘스트레스 값’이라고 표현할까싶다. 직장생활에서 보다 원활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서로 오해할 만한 말을 하지 않는 배려가 필요하다. 아무리 직급이 낮더라도 또는 친밀한 관계라고 하더라도 ‘야’라고 부른다면 상대의 뇌는 상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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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말에 상처받고 죽어가는 뇌



하버드 의과대학팀 연구 결과, 폭력적인 언어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뇌에 손상을 입혀서 뇌 회로의 발달을 늦추고 해마에 상처를 입힌다고 발표했다. 해마에 상처를 입으면 기억력과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우울증 발생확률이 2배 이상 높아져 정신장애 증상을 일으킨다고 한다. 그래서 상대에게 말로 입히는 상처를 ‘언어폭력’이라고 하는 것이다.



무심코 던진 돌에 상대는 죽을 수 있다, 농가상인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상대를 무너뜨릴 수 도 있는 폭력인 셈이다. 농가상인(弄假傷人)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라는 의미다. 장난삼아 한 말이나 행동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그렇기 때문에 말 한마디도 배려하면서 하는 문화가 성숙되면 좋겠다.



노사가 서로 존중하는 회사 문화를 만들려면



직장 내 괴롭힘 문화가 실질적으로 개선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실 아직까지 고용부가 제시한 사례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양한 상황의 괴롭힘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괴롭힘을 하나하나 유형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조항이 법에 명시된 만큼 지금껏 관행으로 넘어갔던 수많은 갑질 행위가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의미는 바로, 노사가 서로 존중하는 회사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계기라는 것이다.



총에 맞은 상처는 치료 되도, 언어로 받은 상처는 치유되지 않는다



정부나 기업차원에서도 많은 지원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스스로 바뀌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시행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조금씩 변화하려고 노력한다면, 분명 언젠가 직장 내 괴롭힘 문화가 소리 없이 사라질 거라 기대해본다. ‘총에 맞은 상처는 치료될 수 있어도 언어로 받은 상처는 결코 치유되지 않는다”는 페르시아 속담이 있다. 우선 내가 직장 내에서 또는 가정에서라도 상대를 아프게 할 수도 있는 말의 결을 아름답게 만들어보자. 나의 작은 변화가 상대를 바꾸고 우리를 변화시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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