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고두현


 

남녘 장마 진다 소리에


습관처럼 안부 전화 누르다가


아 이젠 안 계시지....


 

【태헌의 한역】


盛夏(성하)


 

聞說南方霖雨連(문설남방임우련)


仍慣欲打問候電(잉관욕타문후전)


嗚呼今卽親不存(오호금즉친부존)


 

[주석]


* 盛夏(성하) : 한여름.


聞說(문설) : 듣자 하니 ~이라 한다, ~라고 듣다. / 南方(남방) : 남쪽, 남녘. / 霖雨連(임우련) : 장맛비[霖雨]가 이어지다, 장마 들다.


仍慣(잉관) : 습관으로 인하여, 습관처럼. / 欲(욕) : ~을 하고자 하다. / 打問候電(타문후전) : 안부 전화를 걸다. ‘問候電’은 ‘問候電話(문후전화:안부전화)’를 줄인 말이다.


嗚呼(오호) : (감탄사) 아! / 今卽(금즉) : 지금인 즉, 지금은. / 親不存(친부존) : 양친(兩親)이 계시지 않다, 어른들이 계시지 않다.


 

[직역]


한여름


 

남녘에 장마 진다고 하기에


습관처럼 안부 전화 걸려다가


아! 이제는 어른들 안 계시지


 

[漢譯 노트]


산이 높다고 다 명산이 아니듯 시가 길다고 다 명시인 것은 아니다. 고두현 시인의 이 시를 보노라면 시는 오히려 짧은 것이 그 본령(本領)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대부분 시인들이 흔히 쓰는 기본적인 조사(助詞)조차 생략하여 절제의 극치를 보여준 이 시는 정말 군더더기 하나 없다. 그러면서도 시인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언외(言外)의 뜻으로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독자들에게 상상의 영역까지 배려하는 이런 시는, 모든 것을 다 말해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것으로 간주하는 듯한 산문적 경향의 시와는 분명 대척점(對蹠點)에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역시의 가장 독특한 부분은 3구(句)라는 홀수 구로 구성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신위(申緯) 선생 등은 3행시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옛 시조(時調)를 보통 4구로 구성된 한시로 옮겼다. 유구한 중국 역사 속에서도 3구시는 정말 드물어 널리 알려진 시로는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이 지은 <대풍가(大風歌)>를 들 수 있을 정도이다.


역자는 이 시를 한역하면서 원시의 ‘전화 누르다가’를 ‘전화 걸려다가’로 바꾸고, ‘안 계시지’의 빠진 주체인 ‘어른들[親]’을 보충하였다. 한역시는 <대풍가>의 압운 방식을 준용하여 매구(每句)에 압운하였으며, 그 압운자는 ‘連(연)’, ‘電(전)’, ‘存(존)’이다.


2019. 7. 30.


강성위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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