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 <양재모의 왕참치> 양재모 셰프의 참치 ‘알쓸신잡’


참치에 대한 솔직 담백한 정보 제공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참치전문점 오너 셰프가 있다. 가격이 만만치 않은 참치를 알고 먹어야 더 맛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최근에는 유투버와 함께 참치에 대한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잡학사전)을 찍어 참치 애호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화제 주인공은 인천 연수구에서 자신의 이름을 상호에 걸고 영업을 하고 있는 양재모(41) 오너 셰프다. 그의 점포 이름은 <양재모의 王참치>.

세 자녀를 둔 다둥이 아빠인 그는 180일 된 막내의 육아에도 힘을 보태는 가장이다. 하루에 4시간 정도밖에 잠을 못 잔다고 엄살이지만 얼굴은 아빠 미소가 벙글하다. 16년 셰프의 길을 걸어가는 그에게 참치란 무엇인지 들었다. 그는 시종 진지했고 해박했다. 그리고 모든 공을 스승에게 돌렸다. 그는 스승을 ‘오야붕’이라고 칭했다. 참치는 일본이 강세다 보니 자연스레 용어가 일본어 일색이다. 그래서 자연스레 스승도 오야붕이라고 부르는 데 큰 거부감 없이 들렸다.

인천 연수구에서 <양재모의 왕참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양재모 셰프. 참치에 대해 보다 많은 것을 소비자에게 알려주고 싶어 하는 정직한 오너셰프다.

사조참치 경영한 참치업계 1세대 스승 만나 제자 입문

그의 스승은 사조참치 2호점을 운영했던 김형만 셰프다. 지금은 회칼을 놓고 대신 꿀을 따는 양봉업자가 됐다. 가끔 양 셰프 업장에 나타나 냉장고 청소도 해주고 궁금한 부분에 대해 ‘보강’까지 해준다고 한다. 시중 참치업계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그에게 양 셰프는 처음이자 마지막 제자다. 일절 제자를 안 키웠는데, 성실과 정직으로 스승을 모셨더니 품 안으로 거뒀다는 것이다. 양 셰프가 기억하는 스승은 참치를 엄청나게 많이 연구한 사람이다. 운 좋게 스승을 만나 지금의 자신이 있을 수 있었다고 수차례 말했다.

양 셰프는 어릴 때부터 회를 무척 좋아했다. 광어, 우럭 등 활어회 먹다가 어느 날 참치회를 접했다. 회의 신세계를 만난 것이다. 먹으면 먹을수록 참치회에 대해 알고 싶었다. 운명처럼 직업도 일식집으로 자연스레 정해졌다. 그때 만난 이가 영원한 스승으로 모시는 김 셰프였다.

양 셰프가 알려주는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참치’

양재모 셰프가 알려주는 참치 부위 명칭.

양 셰프가 전하는 참치 지식은 귀담아 들을만했다. 해박한 참치 지식과 진솔함이 설득력을 갖게 한다. 양 셰프는 참치 식문화가 잘못돼 있는 점을 아쉬워했다. 그중에서 특히 냉동참치 선호와 조미김에 참치를 싸서 마치 삼합처럼 먹는 식문화를 지적했다.

“냉동 참치가 문화로 자리 잡혔습니다. 냉동 참치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숙성과정 없이 꽝꽝 언 것을 손님들한테 내주는 게 문제인거죠. 언제부터인가 참치를 김에 싸서 삼합식으로 먹는 게 문화가 됐습니다. 마구로는 간장에 살짝 찍어서 고추냉이를 올려서 먹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다음을 즐기기 위해 초절이로 입을 헹궈야 참치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참치를 김에 싸 먹기 시작한 이유를 나름대로 고민해 봤다는 양 셰프는 “질이 안 좋은 참치의 맛을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니었겠는가”라고 나름 추측했다. 참치의 비릿함과 느끼함을 잡아서 손님이 많이 먹도록 하기 위해 김에 싸 먹기 시작했다는 일설을 일축했다. 참치집 주인 입장에서 손님이 많이 먹는 게 달가울 리 없기 때문이다.

무한리필 참치 시장이 한참 늘어나면서 참치 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를 보완한 것이 김이나 묵은지로 참치 맛을 감싸는 것이다. 대중의 입맛은 길들여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김을 주지 않으면 ‘이상한’ 참치 집으로 몰리는 형국이다. 양 셰프는 이 부분에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도 어쩔 수 없이 이런 식문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김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년 동안 손님들에게 김 없이 맛있게 참치 먹는 방법을 알려주고 설득했지만 쉽지 않았다. 식습관의 무서움이다.

“참치는 어종 자체가 워낙 맛있습니다. 해동기술, 숙성관리기술, 선도관리 등으로 통해 감칠맛을 내는 이노신산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승부처입니다. 이런 기술을 종합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것이 셰프의 능력입니다. 냉장고 온도, 해동 온도, 사계절마다 다른 식염수 농도, 그날의 습도, 비가 오는지 여부 등에 따라 해동 기술이 다릅니다.”

이노신산은 감칠맛을 내는 일종의 조미료 성분으로 생명체가 죽으면 분해돼 나오기 시작한다. 생선의 경우 24시간 정도에서 최대치가 나오는 데, 냉동과 해동을 할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숙성 생선의 맛은 이노신산이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치 최고의 감미를 느낄 수 있는 숙성과 해동 기술을 익히려면 어느 정도 걸리느냔 질문에 양 셰프는 “사람마다 능력치가 다르기 때문에 특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10년은 참치를 만져봐야 이해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양 셰프가 알려주는 해동기술과 맛 간장

<양재모의 왕참치>가 제공하는 참치 구성.

양 셰프는 레몬과 소금을 이용해 해동을 한다. 비린 맛을 제거하는 데 레몬이 한몫한다. 따뜻한 물에 소금을 넣어 식염수를 만든 후 레몬즙을 짜서 넣는다. 레몬은 비린 맛 제거 이외에 살균과 연육작용까지 한다. 소금은 삼투작용으로 참치의 불포화지방산을 끌어올리고 살은 팽팽하게 만든다. 양 셰프의 냉장 숙성고 밑에는 참숯이 깔려 있다. 이는 살균과 탈취작용을 한 번 더 하기 위함이다.

회 간장은 다시 물을 간장에 섞는 데 그치지 않고 파와 양파를 구워서 간장에 담가 놓는다. 구운 파와 양파는 훈연 맛을 더함으로써 간장의 풍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여기에 레몬과 말린꽃을 넣어 다양한 풍미를 더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간장의 풍미가 깊고 그윽해지면서 참치와 궁합이 잘 맞는다.

한편 우리 식문화는 ‘자연산’과 ‘국내산’을 매우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바다 생선의 경우 자연산을 극도로 선호한다. 항생제와 같은 건강적인 측면도 있지만 자연산이 주는 찰진 식감 때문이다. 양식 기술의 발달로 어종들이 하나 둘 양식 생산이 가능해지고 있다 참치도 그중 한 어종이 돼 이제는 근해 가두리에서 양식으로 키워낸다. 같은 바다에서 키우기 때문에 양식과 자연산의 구분이 모호한 것이 참치다. 차이가 있다면 먹이와 운동량 정도일 것이다. 그럼에도 양식이라고 하면 맛이 한 단계 떨어지는 심리를 갖는다. 일종의 플라세보 효과일 수도 있다.

양 셰프에게 자연산과 양식의 풍미에 대해 “쉽게 표현하자면 일본 와규는 몇 점 먹으면 지방기가 많아서 금방 질리는 데 양식 참치가 바로 그렇고 자연산 혼마구로는 한우처럼 기름지지만 감칠맛이 올라와 오래도록 즐길 수 있는 맛”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했다.

수많은 참치 중 회로 먹는 건 불과 5종

<양재모 왕참치> 내외부 전경.

양 셰프에 따르면 참치는 약 26종이 있다. 이 중 회로 먹는 어종은 북방참다랑어, 남방참다랑어, 눈다랑어, 황다랑어, 가다랑어 등 5종으로 대분류 한다. 가다랑어와 황다랑어는 통조림용으로 많이 쓰이고 나머지 세 종이 고급 횟감으로 많이 쓰인다. 영미권에서는 튜나(tuna), 일본에서는 마구로(まぐろ)라고 부른다. 참치의 우리말 어원은 ‘치’자가 붙은 여러 생선 중 진짜 최고의 생선이란 의미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여기에는 몇 가지 설이 난무한다.

1957년 참치잡이 첫 원양어선인 지남호가 다랑어(실제로는 청새치)를 잡아왔는데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해무청에서 ‘참 좋은 생선’이라는 뜻에서 참치로 했다고 한다. 동원산업 홈페이지는 다른 설을 적어 놨다. 1957년부터 ‘진치’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이후 한자어 ‘진’이 한글 ‘참’으로 바뀌면서 진짜 맛있는 생선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름이 탄생했다는 설이다.

양 셰프에게 짓궂은 질문을 했다. 진짜 잘하는 참치 집 추천을 해 달라고. 그러자 장탄식을 하면서 쉽게 답하지 못했다. 다만 양승호 셰프가 생참치를 활성화시킨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양승호 셰프는 생참치 해체쇼를 통해 참치 식문화를 널리 알리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춘복 참치 역시 참치 대중화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정도로 정리했다.

“전에는 인천 지역에서 3개 점포를 운영했는데 지금은 연수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왕참치라는 이름은 참치업계에서 왕이 되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현재 손님 80% 정도가 단골입니다. 손님 대 셰프가 아닌 같이 참치 식문화를 즐기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유성호 한경닷컴 푸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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