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위기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 것인가?
< 프롤로그>
영화< 크림슨 타이드/Crimson Tide. 1995>에서 크림슨 타이드는 ‘진홍색 조류(피처럼 붉은 바다)’라는 뜻으로’ 1급 위기 사태’를 의미하는 군사용어이다. 핵시설을 장악한 러시아 반군과의 일촉즉발의 핵전쟁 발발상황에서 ‘핵잠수함 앨라배마호’의 함장과 부함장은 서로의 견해차로 큰 갈등을 겪게 된다. 과연  이들은 이런 엄청난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여 위기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인가? 매일 다양한 선택과 결심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현실 속에서, 추측과 바램, 당위와 주장보다는 더욱 정확하고 구체적인 팩트 토론을 통해 상대방의 의중을 존중하고 수용해야 한다. 또한 스스로 적극적이고 스피디한 소통의 방식과 상황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 활용은 물론, 대면 비대면의 다양한 채널 개발을 통해 가장 합리적 선택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위기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 것인가?
< 영화 줄거리 요약>
러시아에서 발생한 내전을 틈타 구소련 강경파의 군부 지도자 ‘라첸코’는 핵미사일 기지를 포함하여 군 통수권 일부를 장악한 뒤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3차대전 시나리오를 구상 중이다. 미 국방성에서는 라첸코가 핵미사일 암호를 수중에 넣기 전에 그의 전쟁 의지를 제압해야 하는 위기상황에 빠진다. 극동 지역의 러시아 방어지역을 공격 목표로 하기 위한 작전의 일환으로 ‘램지 함장(진 핵크만 분)’의 지휘 하에 오하이오급 핵잠수함 ‘앨라배마호’가 출정하게 되고 러시아의 핵미사일 기지 근해로 접근하던 중 러시아 잠수함의 어뢰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본국으로부터 핵미사일의 발사에 대한 단계적인 명령이 하달되기 시작한다. 최종 발사 명령을 남겨두고 러시아 잠수함의 공격으로 통신장비가 고장 나서 본부의 최종 명령을 확인할 수 없게 된다.  ‘램지 함장’은 직권으로 핵미사일 발사를 명령하지만, 신중한 부함장 ‘헌터(덴젤 워싱턴 분)’ 소령은 제3차 세계대전을 발발할 수도 있는 선제적 핵 공격은 본부의 최종 명령 확인에 의해서만 실행할 수 있다고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발사규정을 따르지 않는 램지 함장의 지휘권을 박탈하고 감금시키고 자신이 잠수함의 지휘를 하게 된다. 하지만 러시아 잠수함으로부터 두 번째 어뢰 공격에 앨라배마호의 동체 일부가 파손되면서 엔진이 정지되고 심해로 가라앉기 시작한다. 전 장병이 몰살될 수도 있는 극한 상황에서, 램지 함장을 따르는 장병들은 감금된 함장을 풀어주고 오히려 부함장 헌터와 협조 세력들을 감금하는 반전 사태를 일으키게 된다. 잠수함 밖에서는 러시아 잠수함과의 전투가, 잠수함 내에서는 지휘권 전쟁으로 큰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헌터 부함장의 참신한 소통방식으로, 핵 발사 일보 직전에 통신 시설을 복구시킨 ‘바슬러’는 본부에서 온 메시지(반란군 모두 항복, 미사일 발사 취소)를 확인하는데, 그것은 바로 러시아의 내전이 진압됐고 핵기지도 안전하게 정부가 장악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램지 함장은 자신의 지휘권을 헌터 부함장에 위임하고 본부로 회항하게 된다. 해군지휘부에서는 핵을 탑재하고 있는 잠수함에서 램지 함장과 헌터 부함장과의 내분은 매우 위험하고 불미스러웠지만, 결국 모두 나라를 지키기 위해 각자 맡은 바 임무를 다해야 한다는 신념은 옳았고, 그 수행방식의 차이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둘 모두가 옳았고 둘 다 틀렸다고” 판단했다. 그에 따라 램지 함장은 조기 퇴직하고, 헌터 부함장을 함장으로 부임시키게 된다.

[미 해군 1급 위기상황을 의미하는 < 크림슨 타이드>는 앨라배마 대학교의 미식 축구팀 “앨라배마 크림슨 타이드”에서 따온 것으로, 유래는 100년도 전인 먼 옛날 절대적으로 패배가 예상되던 한 경기에서 엄청난 선전을 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일이 있었는데, 이때 어느 신문기자가 당시 진흙 펄이 된 팀의 유니폼을 보고 ‘붉은 파도(Crimson Tide)’라고 표현한 것이 유례이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위기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 것인가?
< 관전 포인트>
A. 램지 함장과 헌트 부함장의 리더십 차이점은?
실제 전투에도 참전한, 몇 안 되는 군인 ‘프랭크 램지’ 대령은 25년간 해군에 몸담아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함장이 된, 명령대로 움직이는 이상적인 군인의 모습이다. 하지만 해군 잠수함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가족과도 영원히 떨어져 버렸고, 오직 애견만이 그의 친구로 남아있다. 그는 잠수함 내 실제 화재 발생상황에서도 비상 훈련을 그대로 진행하여 사상자가 발생할 만큼 독선적이며 원리원칙주의자이기도 하다. 그에 반해 부함장으로 부임해 온 ‘론 헌터’ 소령은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하버드 대학에서 1년간 위탁 교육을 받은 엘리트 장교로 자상하고 가정적이며, 부하 승조원들을 배려하는 민주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지만 실전 경험이 없어 이상주의로 비칠 수 있다. 이 둘은 분명 훌륭한 미 해군 장교지만 판단력과 직관력이, 직위라는 절대적인 군대의 위계질서에 대한 정면충돌로 이어지면서 극한의 대립으로 이어지게 된다.

B. 램지 함장이 특별히 헌트 부함장을 싫어했던 다른 이유는 ?
흑백갈등이 또 하나의 문제였다. 잠수함의 이름이 “USS 앨라배마” 이듯이 앨라배마주는 보수적인 텍사스주보다 인종차별이 심한 주이자 가장 반 개방적인 주이기도 했고, 군에서도 가장 보수적이라는 미 해군은 가장 늦게 유색인종을 받아들였고 흑인 장성도 가장 늦게 배출하였다. 이런 배경에서 보수적인 램지 함장은 부함장이 비록 엘리트 코스를 밟은 유능한 장교였지만 마음속으로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한계상황에서 더욱 극심한 갈등을 빚어내게 된 것이다. 특히 램지 함장은 헌트 부함장에게 포르투갈산 말 ‘리피차너’종자를 예로 들면서 “세계에서 가장 잘 훈련된 말이며, 모두 백색이다.”라고 강조하며, “말의 훈련 방법은 단순성 그 자체로 소몰이 전기충격기로 충격의 강도만 높이면 카드놀이도 하게 만들 수 있게 한다.”라는 특유의 유색인종에 대한 거부감과 독선적 훈련 방식을 표출하게 된다. 이에 헌터 부함장은 그 말은 스페인산이며, 태어날 때는 흰색이 아닌 검은색임을 일깨워준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램지 함장은 헌터 부함장에게, 리피차너 종자 말이 스페인산이 맞는다는 것으로 자신의 독선적 리더십을 반성하는 말로 사과를 대신하게 된다.

C. 헌터 부함장이 위기상황 시 활용한 소통방식은?
램지 함장이 핵미사일을 선제적으로 러시아 반군에게 발사해야 미국의 안위를 지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발사를 몰아붙이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헌터 부함장은 통신장비를 정상화해 본부의 최종 결심을 확인하여 제3차 세계대전을 막고 싶어 한다. 그는 자포자기하고 있던 통신장비 책임자 ‘바슬러’를 찾아가 상황의 중요성을 일깨우게 된다.” 바슬러! 지금 상황을 알고 있나? 모르는 것 같은데, 설명해주겠다. 우리가 잘못 판단하고 핵미사일을 쏘면 러시아도 응사할 것이다. 결국, 상상도 못 할 핵의 아비규환이 되겠지, 그 모든 것이 미사일 발사 명령에 달려있다. 바슬러! 그걸 확인할 길은 통신장비를 고치는 거다. 알겠나? 혹시 ‘스타트렉(Star Trek)’을 봤나? 엔터프라이즈호 나오는 스타트렉? 악당 클링온 족의 공격 때 ‘커크 선장’이 ‘스카티 기관사’를 불러서 “스카티 좀 더 강한 초광속이 필요해!”라고, 난 커크 선장이고 자넨 스카티 기관사야, 빨리 무전기를 못 고치면 수십억의 인명이 죽게 돼, 모두 자네한테 달렸네, 어렵겠지만 할 수 있겠지?”라고 헌터 부함장이 설득하자, 바슬러는 진지하게”‘네, 커크 선장님!”이라고 복창하며 부하들을 독려하며 통신장비를 고쳐서 결국 본부와의 통신에 극적으로 성공하게 된다.

D. 영화 촬영 시 해군에서 비협조적으로 나온 이유는?
영화 주제가 내부 지휘관들의 갈등을 리얼하게 묘사했기에, 해군의 공식 지원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작품의 주역이 되는 잠수함 앨라배마 함의 잠수 장면은 제작진이 모항인 ‘워싱턴주 뱅거’까지 가서 실제 앨라배마 함이 출항하기를 계속 기다리다가 출항하자마자 헬기를 타고 가서 찍는 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실제 앨라배마 함의 함장을 지냈던 ‘스키프 비어드’ 해군 퇴역 대령이 영화의 기술 자문을 맡아서 고증은 매우 사실적으로 진행되었다.

E. 잠수함에서 귀환 후 조사위원회 지휘부의 평결은?
진주만 미 해군본부, 앨라배마호에서의 핵미사일 발사사건 조사위원회 의장은 “가장 걱정되는 것은 바로 조직의 붕괴네, 이번 경우는 조직의 두 우두머리가 서로의 이견을 못 좁힌 데에 기인한다. 헌터 소령이 옳았다고 할지라도 법적으로 볼 때는 둘 다 옳았을 뿐 아니라 둘 다 틀렸다. 이런 딜레마는 두 귀관이 이 방을 떠난 후에도 해군과 전군에 한참이나 남게 될 것이다. 비공식으로 말해, 자네 둘은 엄청난 혼란을 야기 시켰네. 미합중국 핵잠수함에서 폭동에다 핵미사일 발사 규정 위반까지” 그러나 공식결정은 “귀관들의 행동은 해군의 전통과 미합중국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었다. 따라서 해군에서는 램지 함장이 오랜 세월 나라에 봉사해온 것을 감안 조기 은퇴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램지 함장의 적극적인 추천에 따라 헌터 소령을 가능한 한 빨리 함장으로 임명한다.” 평결이 끝난 후 램지 함장에게 헌트는 선배 장교에 대한 예우로  램지 함장에 경례하게 되고, 램지 함장도 자신의 상명하달식 지휘방식을 반성하고 후배 장교의 합리적 리더십을 존중하는 경례로 화답하였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위기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 것인가?
< 에필로그>
영화 속 두 지휘관은 그들의 지휘방식의 차이(리더십과 팔로십)로 문제해결을 돌파할 합리적 소통에 실패하고 심각한 갈등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램지 함장은 군인으로서 선제공격을 통한 조국의 안전과 국익 우선을 추구했고, 흑인인 부함장의 합리적 의견을 무시하면서 잠수함 내에 팽팽한 갈등상태를 불러오게 되었다. 헌터 부함장은 함장과 부함장이 동시에 승인해야만 작동되는 핵미사일 발사 규정을 준수해야 함을 주장하며 냉정하게 전쟁은 막았지만, 그 상황에서 실전경험이 없던 그는 러시아 잠수함의 어뢰 공격에 위기를 자초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중요한 판단의 순간, 지성의 힘을 통한 팩트 분석 위에서의 합리적 판단이 아닌 개인적 경험에서 나온 막연한 추측과 바램, 당위와 주장이 왜곡된 결정을 가져와서 큰 위기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중요한 결정의 순간, 보다 객관적이고 지성적으로 상황을 직시하고 합리적 소통방식으로 최선의 선택을 만들어 가야 한다. 또한, 램지 부함장이 핵전쟁 발발의 위기상황에서 통신책임자 바슬러에게 ‘스타 트렉’에 나오는 상황을 통해, 해야 할일의 막중함을 정확히 전달했듯이 소통의 다양한 방식 구사는 슬기로운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며 임무이다. [목수에게는 목수의 언어로 말하라:소크라테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