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당신을 떠올리게 하는 또 다른 이름은?
<프롤로그>

현대문명의 발달로 과거에 놓고 온 소중한 것들을 다시 보여주는 영화<늑대와 춤을/Dance with wolves, 1990 ,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등 7개 부문 수상>에서 문명인이라고 자처하는 백인들의 시각에서 본 원주민(인디언)은 원시적이고 미개해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북군의 기병대 ‘던비 중위’는  인디언 부족들과의 생활을 통해 따뜻한 삶이 무엇인지와 아름다운 대자연속에서의 순수한 생명(사람, 동물, 식물)과 서로 사랑하고 화합하며 같이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을 배워나간다. 또한 자신의 삶 속에서 잊고 있던 진정한 행복을 깨우치게 된다. 문명사회가 고도화될수록 형식적이고 복잡한 불협화음으로 삶의 여유는 각박해지고 있다. 가끔은 자연 속으로의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또 다른 당신만의 이름”으로 진정한 자유와 행복이 가득한 삶을 만들어 가야 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당신을 떠올리게 하는 또 다른 이름은?
 <영화 줄거리 요약>

1863년 테네시주의 “성 데이비드 평원”에서 북군 소속 ‘존 던바(케빈 코스트너 분)’ 중위는 다리에 총상을 입고 야전병원에서 다리를 절단당하려는 상황에 놓인다. 던바 중위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탈출에 성공하여 혈혈단신으로 남군의 진영으로 말을 타고 달려가 적을 교란시킨다.  덕분에 북군에게 큰 사기를 충전시킨 공로로 졸지에 전쟁영웅이 되었지만, 본인은 정작 인디언이 출몰하는 외딴 서부 개척지새지윅”요새로 전출을 요청한다.

그곳에 도착한 던바 중위는 황무지나 다름없는 곳에 집 한 채만 달랑인 요새를 발견한다. 그 황량한 통나무집에 혼자 기거하면서 오기로 되어있던 후속 기병대를 기다리지만, 전혀 연락이 없다. 던바는 일지를 계속 기록해 나가면서, 전쟁의 혼란을 잠시 잊고 현실을 떠나 자연주의 철학자처럼 낮과 밤이 바뀌는 것을 관찰하며 노동과 명상의 나날을 보낼 뿐이다. 그에게 유일한 벗이라고는 타고 온 말 한 필과 가끔 문 앞에 찾아와 경계의 눈빛으로 어슬렁거리는 늑대 한 마리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수우족 인디언”과의 조우가 시작되면서 처음에는 적대적 관계였지만 인디언 제사장<머리에 부는 바람>과의 지혜로운 소통으로 점차 친구로 변해갔다. 특히 식량 걱정으로 버팔로 소 떼를 기다리던 수우족에게 던바 중위는 그만의 빠른 촉으로 소 떼의 출현을 알려주고 함께 사냥까지 성공적으로 완수함으로써 인디언 방식의 이름인 <늑대와의 춤을>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가장 적대적이던 인디언 전사<머리에 부는 바람>과의 우정까지 얻게 되고, 어릴 적 난폭한 인디언 ‘포니족’으로부터 부모를 잃고 수우족 인디언 부족에게서 구조되어 성장한 백인 여인 <주먹 쥐고 일어서>와의 사랑까지 얻어낸다.

던바 중위는 명실상부 인디언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 던바는 이제 북군 장교가 아닌 <늑대와의 춤을>의 인디언으로 거듭 태어났고, 잊고 있었던 대자연의 미세한 변화와 아름답고  순수한 생명과의 교감을 통하여 문명에서 느끼지 못했던 진정한 행복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인디언 토벌을 나온 북군의 기병대에 쫓겨 수우족은 겨울 산으로 피신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던바 중위는 탈영병인 자신으로 인해 인디언 부족에게 해를 끼칠 것을 염려하여 부인 <주먹 쥐고 일어서>와 같이 자신들만의 길을 떠나가게 된다.  수년 후 수우족은 결국 백인에게 항복하였고, 평원의 위대한 기마민족 문화(The great horse culture of the plains)는 사라지고, 미국의 개척자 정신(American frontier)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당신을 떠올리게 하는 또 다른 이름은?
<관전 포인트>

A. 인디언들이 던바 중위에게 <늑대와의 춤을>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이유는?

던바 중위는 자신의 요청으로 오게 된 서부 끝자락 요새에서 자연과 교감하고 삶의 일기를 쓰며 철학자처럼 사는 일상에서, 야생의 늑대와도 우정을 쌓아 가게 된다. 어느 날 밤 땅이 진동하는 소리에 잠에서 깬 던바 중위는 그 소리가 수우족이 그토록 기다리던 버팔로 소 떼의 이동 소리라는 것을 직감하고 말을 타고 달려가 그것을 수우족에게 알려주고 같이 사냥까지 도와주어 큰 신뢰를 얻게 되었다.  특히 그가 늑대와 같이 노는 모습을 보고 인디언들이 <늑대와의 춤을>이라는 친근한 이름을 붙여주게 된다. <늑대와의 춤을>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은 인디언들이 던바 중위를 자신의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한다는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의 증거였다.

B. 영화 속에 나온 인디언들이 재미있고도 철학적 의미의 이름들은?

영화 속 나온 수우족들의 이름 중, 족장은<열 마리 곰/Ten bears> , 제사장<발로 차는 새/Kicking bird>, 용감한 전사<머리에 부는 바람/Wind in his hair>, 부인<주먹 쥐고 일어서/Stands with a fist>, 던바 중위<늑대와 춤을/Dance with wolves>, 늑대<하얀 발, Two socks>로 현대인들이 쓰는 번호표 같은 식별을 목적으로 하는 이름보다, 그 사람의 인간적 특성이 잘 나타나 있는 표현방식을 통해 상호 개성을 존중하면서 보다 진정성 있게 소통하게 된다.

C. 던바 중위가 북군의 장교에서 인디언<늑대와의 춤을>의 존재로 완전히 바뀐 계기는?

던바 중위는 인디언 부족들과 같이 겨울 산으로 이동하기 위해, 자신의 요새에 두고 온 “일기”를 가지러 잠시 돌아간다.  때마침 북군 기병대가 던바 중위를 발견하고 인디언으로 변신한 던바 중위를 가혹하게 고문하며 인디언 부족들의 위치를 추궁하자, 던바 중위는 영어가 아닌 인디언 말로” 자신은 <늑대와 춤을>이라는 수우족이며, 동족의 위치를 말할 수 없다고” 단칼에 거절한다. 화가 난 북군 상사는 총으로 근처를 배회하던 늑대를 쏘아 죽이고, 마침 던바 중위를 구출하기 위해 온 인디언들에게 북군 상사는 죽임을 당하고 다행히 던바 중위는 구출된다. 던바 중위는 이유 없이 자연의 생명체(자신의 말과 친구가 된 늑대)를 살육하는 문명인들을 떠나 인디언 공동체의 일원으로 합류하게 된다.

D. 전쟁영웅이던 던바 중위가 자연주의적인 휴머니스트로 변한 이유는?

던바 중위는 홀로 요새를 지키던 중, 그동안 보지 못했던 낮과 밤이 변하는 대자연의 신비한 변화와 늑대와 버팔로 등 순수한 생명의 아름다움, 인디언들의 정직하면서도 욕심 없는 현명한 삶의 철학을 체험하면서 점차 그들의 언어와 문화 그리고 삶의 철학에 동화되어 갔다. 도저히 화합할 수 없는 “미개인”이었던 인디언들이 자신과 다르지 않은, 오히려 더 배울 게 많은 “같은 사람”임을 깨닫게 된다. 영화에서 던바 중위는 “일기”를 통해 자신의 심리적 변화를 자아 대화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E. 북군에게 쫓겨 눈 내리는 산으로 이동 중이던 인디언 부족을 떠나는 던바 중위에게 건네는 친구의 인사는?

던바 중위는 탈영한 자신의 문제로 부족이 몰살당할 것을 염려하여 부인인 <주먹 쥐고 일어서>와 부족을 떠나게 된다. 이때 그동안 갖은 고생으로 진정한 친구가 된 인디언 용사<머리에 부는 바람>은 산 위에 올라서서 떠나는 <늑대와의 춤을>에게 큰소리로 “나는 <머리에 부는 바람>이다, 나는 영원한 당신의 친구이다. 당신도 항상 내 친구인가?”라며 목 노아 부르짖으며 진정한 우정을 표시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당신을 떠올리게 하는 또 다른 이름은?
<에필로그>

영화 <늑대와의 춤을>에서 인디언들이 붙여준 이름 속의 늑대는 곧 인디언들 자신일 수 있다. 던바 중위는 말과 문화가 전혀 통하지 않는 인디언들에게 낮고 겸손한 자세로 다가가 결국 그들의 신뢰를 얻어냈으며 그들의 공동체에 한 일원이 되어, 그동안 문명사회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인간적인 모습과 따뜻함에 큰 행복을 누리게 된다. 인디언들은 던바 중위 아니 <늑대와 춤을>에게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친구라는 뜻의 인디언 속담)>가 되어준다. 편리하게만 느껴지던 현대문명 사회에서 점차 각박하고 외로운 마음이 들어 방황하는 우리 현대인들도, 가끔은 자연 속으로의 여행을 통해 우리가 과거에 놓고 온 아름답고 따뜻한 것들을 꺼내어 자연과 하나 되는 치유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 당신을 떠올리게하는  또 다른 이름은 무엇인가?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