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코미디 황제 김형곤은 마지막 글 속에서 ‘온 국민이 웃으며 잠들게 하라’는 말을 남기고 영원히 잠들었다. 온갖 나쁜 뉴스를 들으며 웃음을 잃은 채 잠들어야 하는 국민을 걱정했던 말이지만 애석하게도 여전히 그의 걱정은 유효하다. 웃음꽃이 피지 않는 사람 사이엔 의례적 소통만 있을 뿐 마음을 덥히고 상처를 치료하는 즐거운 소통이란 없다. 그런데 웃음을 찾으면 수다스러워진다. 웃음을 찾으면 너그러워진다. 커뮤니케이션에 신바람이 부르는 것은 당연하다.

유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골이다
어린아이는 하루 평균 4백번 웃는 데 비해 어른은 불과 15번 웃는다고 한다. 그런데 어린아이가 어른처럼 잘 웃지 않는다면 성장 발육도 늦고 각종 질병에 거릴 확률도 훨씬 높다고 한다. 의사들이 연구한 웃음의 대표적인 임상 효과를 보면, 한바탕 크게 웃는 것은 에어로빅 운동을 5분 동안 하는 운동량과 같고, 20분 동안 웃는 것은 3분 동안 격렬하게 노 젓는 운동량과 같다고 한다. 소리 내어 웃는 것은 환자의 통증을 없애주고, 근육의 긴장을 이완시켜주고 교감 신경계의 스트레스를 어루만져준다. 또 소리 내어 웃는 것은 혈액 순환을 좋게 하고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으며m 부신에서 통증과 신경통과 같은 염증을 낫게 하는 신비한 화학물질이 나온다고 한다.

그만큼 웃음은 정신적인 건강은 물론이고 신체적인 성장이나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나 치료율까지 높아 실제 치료의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힘차게 웃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웃으며 인사하고, 웃으면서 출근하고 웃으면서 퇴근하며, 회의할 때 먼저 한번 웃고 시작하고, 힘들 때 더 웃어야 할 이유들이 그렇게 많다.

가볍고 즐거운 이야기를 하자. 처음 본 사람이라도 서먹서먹한 느낌이 사라지며 친해지기 쉽다. 상대에게 강하고 좋은 내 첫인상을 남기는 것은 당연하다. 직장에서,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연애할 때, 혹은 부부지간에도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은 단연 돋보이며 인간관계도 원만하다. 직장인들은 능력이 있지만 엄격하지 않고 유머 있는 상사를 선호한다고 한다. 상사의 유머는 활기는 물론 업무능력을 높여주고 설령 비판이나 지적을 담고 있다 하더라도 직원들은 그것을 수용하기 쉬워진다.
이처럼 유머는 가장 효과적인 동기부여가 되고, 가장 부작용이 적은 비판이 되고, 가장 빠른 갈등해법이다. 이 유머를 잘 다스리고 잘 익히고 잘 쓴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잘 엮고 푸는 역량을 갖게 되는 것이다. 뼈와 뼈 사이에서 관절운동이 원활하도록 돕는 연골처럼 유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골이다. 

유머는 사랑의 증거
프랑스 작가 장-루이 푸르니에는 <아빠 어디 가?>라는 책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작품 속에서 두 장애인 아들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가 장애를 이야기하는 방식은 절망적이지 않고 무겁지도 않으며 차라리 유머러스하다. 아들의 상태가 점점 나빠지는 순간부터 메탈로 된 코르셋을 입고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장애에 관련된 고통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도 작가는 유머를 잃지 않는다. ‘유전자 로또에 도전했으나 본전도 못 뽑았다’는 적나라한 표현이 거슬리지 않는 이유는 그의 이야기가 절망의 코드에 깊이 빠지지 않고 따뜻한 웃음으로 적절히 배합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유머가 ‘사랑의 증거’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진정한 유머는 유머의 기술보다 먼저 사람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과 존중이 있어야 한다. 따뜻하고 여유 있는 마음자세를 가지고 세상만사에 관심을 가지며 유머에 대한 열정이 있으면 된다. 긍정적인 생각과 무엇이든 적극적인 행동 또한 유머가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유머를 단순히 아무나 할 수 없는 고난이도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면 타인을 웃음 짓게 할 수 없다. 사람은 개그나 코미디를 볼 때, 웃긴 이야기를 들을 때보다도 서로 격려하고 칭찬하며 긍정적인 말을 나눌 때가 웃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때로는 조금 느릿한 마음의 평화를 누리며 만나는 사람에게 먼저 인사하고 먼저 칭찬해보자. 멋진 넥타이를 칭찬하고, 밝은 얼굴을 칭찬하고, 깨끗한 책상을 칭찬한다. 내 남편과 내 아내를 칭찬하고, 내 아이를 칭찬하고, 동료의 어깨를 두드리고, 상사를 칭찬하고 부하를 칭찬하자. 그 안에서 건강한 유머와 밝은 웃음이 꼬리를 물고 태어난다.

타인에게 웃음을 주고 싶은 당신 마음을 도와라
자신이 상황에 맞게 웃는 능력이 모자라지 않다면, 그보다는 유머 능력을 기르는 편이 낫다. 그러나 많이 줄곧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 먼저 유머를 하찮은 우스갯소리, 한번 듣고 흘려버릴 보잘것없는 것이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그리고 필요한 유머감각을 기르기 위해, 품격 있는 유머를 위해 지식을 쌓을 필요가 있다. 유창하고 능숙한 말솜씨, 풍부한 어휘력 등을 길러주는 독서야말로 유머의 원천으로 최적의 조건이다.

그 밖에 유머감각을 기를 수 있는 방법으로는 생각하는 방식을 바꿔보기, 항상 메모하고 꼼꼼히 생각 넓히기, 연상하는 습관 갖기, 비교와 비유에 익숙해지기, 꾸준히 실험하고 평가하기, 예의와 자연스러움을 몸에 익히기 등이 있다. 또 관심 분야가 다양할수록 고품격의 유머가 나오며, 꾸지람, 직언, 비판, 충고 등을 할 때도 유머를 잘 활용하면 상대를 불쾌하게 하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자기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

유머의 서론은 길지 않아야 효과가 있다. 사람들은 정말 재미있게 들어야 할 부분까지 못 기다리고 질려버린다. 똑똑한 목소리로 힘 있게 말하자. 하지만 다른 사람의 외모나 신체적 결점, 동료의 실수를 비꼬는 유머는 좋지 않다. 설혹 그런 것을 소재로 삼는다 하더라도 무시나 조소를 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 유머로 마음을 열고 싶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 >
#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 피에르 쌍소
# 엄마의 유머가 아이의 인생을 바꾼다 / 김진배
# 방우정의 맛있는 유머화법 / 방우정
# 세상을 가지고 노는 힘, 유머력 / 최규상
# 아빠 어디 가? / 장-루이 푸르니에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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