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회식하는가?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갑자기 회식하자고 한다면?

1986년 입사했을 때에는 과중심의 조직형태였다. 손으로 품의서를 작성하여 대리를 거쳐 과장에게 보고하고 대부분 일상적 업무는 과장 선에서 결재가 끝났다. 부장만 되어도 직원들이 만나기 쉽지 않았고, 부장에게 결재가 올라가면 품의서에 정성을 더 했고, 사업부장에게 올라가는 품의서는 여직원이 타자를 쳤다. 당시 회식은 과장이 당일 결정해 통보하는 형식이었다. 3시나 4시쯤 과장이 대리에게 회식하자고 하면 막내가 회식장소를 정하고 이동 수단을 조치한다. 당시 유선 전화가 연락 수단의 전부였다. 회식이 정해지면 당일 선약이 있던 직원들은 “과 회식이 갑자기 결정되었다”고 하면 대부분 양해해주는 분위기였다. 100% 참석하는 것이 당연했다.

시대가 바뀌었다. 요즘 조직장 중에 직원들에게 당일 회식하자고 하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 정기 회식의 경우는 일자를 사전에 정해 놓거나, 특별 회식의 경우에도 2~3일 전에 정하되, 선약이 있는 사람은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공지한다. 사전에 일자를 정했다 해도 더 중요한 일이 있으면 불참한다.

왜 회식하는가?

입사 초기의 회식은 대부분 식당에서 술 한잔 하면서 식사를 하는 형태이며 크게 4가지 이유가 있었던 듯하다. 하나는 과 중심의 단합이다. 우리는 하나라는 의미의 회식이 가장 많았다. 사업이나 예산 보고가 끝나거나 중요한 업무가 잘 마무리되면 그 날은 회식하는 날이었다.  둘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날이다. 당시 고기집에서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과에서 회식하는 날은 가장 맛나고 비싼 집에 가서 즐겁게 먹는 날이었다.  셋은 상사와 동료와의 좀 더 자연스런 소통이다. 업무 중에는 위계가 강했다. 대리는 과의 고참으로 아랫 직원들의 품의서와 일하는 하나하나를 점검하고 지도해 주었다. 선배인 대리가 무서웠다는 그 당시 사원들이 많았다. 과장의 말 한마디는 곧 법이었다. 일이 잘못되는 날이면 잘못한 직원 뿐 아니라 선배인 대리가 심한 질책을 받는다. 하지만, 회식 자리에서는 좀 더 자연스런 분위기 속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장기자랑도 하고 심한 경우 야자타임도 가지면서 식사를 함께 한다. 물론 지켜야 할 예의는 확실히 지키면서 조금은 할 말을 한다. 넷은 지도이다. 전체가 아닌 몇 몇이 회식하는 날이면 선배에 의한 후배 교육하는 날이다. 선배들은 회식 자리를 활용하여 경험이나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하지만, 잘못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을 지적해 준다.

지금은 회식의 형태도 식당에서 식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연이나 경기관람, 게임, 특정 장소 견학 등으로 바뀌었다. 일방적으로 상사에 의한 결정이 아닌 팀이나 조직 자율적으로 정해진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도 상사의 훈수나 긴 이야기를 좋아하는 직원은 한 명도 없다. 앉는 자리부터 주파와 비주파가 자리를 따로 해 앉고, 상석인 조직장 주변에 고참들이 함께 앉는다. 진행자의 멘트를 시작으로 간단한 조직장의 인사말이 끝나면, 삼삼오오 테이블별 대화가 이어진다. 진행자가 특별한 건배나 안내가 없으면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지다가 조직장이 먼저 자리를 비운다. 팀이나 조직의 단합이나 팀워크를 위한 전체 회식의 의미는 많이 희석되고, 소규모 직원 간의 회식이 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소규모 직원 간의 모임은 상대에 대한 이해와 서로와의 의사소통 활성화의 좋은 수단이 된다. 과거에 비해 공짜로 맛난 음식을 먹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신 혼자만의 시간 갖기를 더 선호한다.

현재 조직장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서운한 면도 있을 것이다.

자신도 힘든데 누구에게 말할 수 있는 상대도 없다. 회식 자리에서 술 한 잔 하면서 교훈적 이야기를 하거나, 동기부여 하던 옛 상사가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만남을 통해 서로가 좀 더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솔직한 이야기를 하거나,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은 중요하다. 일방적으로 강요하기 보다는 조직의 회식을 직원들이 돌아가며 기획하고 참여하도록 하고, 회식의 원칙을 정하고, 전체보다는 돌아가며 소규모 모임의 활성화를 가져가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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