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감정을 통해서 세상을 배운다. 낯선 감정들과 조우하고 익숙해지면서 감정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배워간다. 감정의 일차적 학습장은 가정이다. 하지만 감정의 배움터인 가정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아이들과 얼굴 맞대고 대화할 시간이 턱없이 한 부모들은 아이들의 감정을 살필 여력이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겪는 다양한 감정은 방치되기 일쑤다. 처리해야 할 감정은 쌓여 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점점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감정은 크게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으로 나눌 수 있다. 많은 부모가 아이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면 불편해가면서 화를 낸다. 억압하고 통제하려고만 한다. 감정을 느끼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부정적인 감정도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다. 화내야 할 상황에서 화를 내지 못한다면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아니다.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을 포현하면 억압하거나 무시하지 말고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때와 마찬가지로 공감하고 수용해 주어야 한다. 감정을 그때그때 표현을 해야 절제도 배울 수 있다. 제 때 표현하지 못한 감정은 사라지는 게 아니다. 내면의 깊은 어둠속에 숨어 있다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무의식을 뚫고 거칠게 올라온다.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아이의 내면에 부모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점점 쌓여간다. 어렸을 때는 부모 말을 잘 듣던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서 통제 불능 상태가 되어 반항적인 행동을 일삼는 경우 억압된 정서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감정을 지나치게 억압하면 절제력이 약하거나 원망이 많은 아이로 자랄 수 있다. 감정을 충분히 공감 받은 아이는 부모가 내 마음을 이해했다고 믿게 되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안심하게 된다. 나아가 자신의 감정을 잘 인식하게 되고 감정을 적절하게 조정하는 법도 배우게 된다. ‘내 생각과 감정을 엄마가 받아주는 구나. 이런 감정이 들 수는 있지만 행동으로 옮겨서는 안 되는구나’ 라고 스스로 깨닫는 순간이 온다. 무턱대고 못하게 막는 것은 아이로 하여금 이러한 힘을 키울 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너 정신이 나갔구나. 어디서 그런 생각을 해!’ 라고 야단부터 친다면 아이 마음속에는 ‘아빠는 하면서 왜 나만 못하게 해!’라는 마음이 생기고 원망과 불신의 싹만 키우게 된다. 감정을 잘못된 것, 버려야 할 것이라고 단정해 버리면 아이는 성숙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어야 한다는 말이 무조건 받아주기만 하라는 말은 물론 아니다. 감정은 받아주고 충분히 공감해 주되, 행동의 한계는 분명히 알려주어야 한다. 존 가트맨 박사는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감정코칭을 해 주는 것은 아이 마음속에 스스로 원하는 바를 분명히 알고 찾을 수 있도록 GPS를 심어주는 일이라고 했다. 감정에 공감한 뒤에 행동의 한계에 대해 얘기하면 아이도 비교적 쉽게 받아들인다. 잘못된 행동은 안 되지만 감정표현은 인정해 주어야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절제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행복하고 건강한 삶의 토대가 되는 감정을 잘 챙기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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