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인구학연구실의 미래캘린더] 2020년, 출생아 수 20만 명 대를 열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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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산(Fertility)과 출생(Birth)의 차이
인구학의 학문적 의미에서 보면, ‘출생(Birth)’은 말 그대로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가리키지만, ‘출산(Fertility)’은 아이가 엄마의 배 속에서 생겨나고 자라서 세상에 태어나는 일련의 과정 모두를 포함하는 용어로, 여성의 산전 및 산후 건강까지도 포함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인구정책=가족계획정책’으로 널리 통용돼왔고, 다양한 영역에서 가족계획정책을 다룰 수 있음에도, ‘출산’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여러 오해를 양산해왔다. 본 글에서 사용되는 ‘출산’이라는 용어는 본래의 학술적인 뜻에 충실하게 따른 것임을 먼저 밝힌다.

직선을 따르지 않는 출생아 수
2019년 1/4분기 출생아 수가 발표됐지만, 예상 외로 조용했다. 지난 3월 발표된 인구 감소 동향의 충격이 너무 컸던 것일까. 아니면 줄어드는 출생아 수에 이제는 무감각해진 것일까. 1/4분기 출생아 수는 약 8만 3천명으로 2018년 대비 8% 정도 감소했다. 2018년에는 2017년 대비 10% 정도 감소했으니까, 거기에 비하면 올해 감소폭은 줄어든 셈이다. 올해 출산율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출생아 수의 감소폭은 되레 줄어들다니?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우리나라는 15년간 40만 명 대의 출생아 수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그 후 30만 명 대 출생아 수는 5년도 유지되지 못한 채 무너지고 말았다.

여기서 인구 변동에 관련된 오해를 하나 더 짚을 수 있다. 어린이집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영유아 산업 관련 종사자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다.
‘출생아 수가 앞으로 얼마나 더 급감할까요?’
흔히 사람들은 특정 변화가 나타나면, 그 변화가 이후로도 계속될 것처럼 여긴다. 즉 ‘직선’과 같은 형태를 머릿속에 죽 긋고서,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그때마다 인구학연구실에서는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JONBER하세요’,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의 은어면서, 학자의 이름이기도 하다)”라고 답한다. 그리고 ’직선 긋기는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면 다들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앞으로 출생아 수 28만 명 대는 약 10년간 유지될 전망이다. 그러므로 버텨 달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앞으로 10년간 출생아 수는 28만 명대 유지
영유아 시장이 달라진다


1/4분기 출생아 수는 한 해의 출생아 수를 예측하는 기준이 된다. 2019년에 과연 출생아 수 30만 명 대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인구학연구실은 올해 출생아 수로 30만 명 대 정도는 될 것이라 예측한다. 그리고 2020년에는 출생아 수 20만 명 대가 시작되고, 그 수가 2030년경까지 이어질 것이라 본다.

‘출생아 수 20만 명 대’라는 사회 현상 앞에서 우리는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영유아 시장은 지난 15년간 출생아 수 40만 명 대라는 규모에 맞춰 성장해왔다. 상품의 고급화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며 크기를 키우기도 했다. 그런데 약 5년 사이 출생아 수 30만 명 대가 갑자기 무너졌다. 이런 변화에 기업마다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어떤 기업은 해외 진출에 나설 것이고, 어떤 기업은 더욱 특화된 상품 개발로 힘든 시기를 극복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어떤 방법을 고려하든, 국내 시장은 결국 독과점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독과점은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이다. 그러므로 아이를 키우는 데 지금보다도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여기서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진다. 영유아 관련 산업만큼은 시장의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 수가 줄어들고 있으니 정부가 현 예산만 유지해도 한 명의 아이에게 돌아가는 지원액은 증가하므로, 궁극적으로 예산 증액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그렇지 않다. 영유아 보육시설 및 산부인과와 같은 인프라 영역은 물론, 특이체질 아이들을 위한 분유와 물품들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상승하지나 않을지 정부에서는 유심히 들여다봐야 한다.

출생아 수, 왜 한동안 유지될까?
출생아 수 감소 앞에서 시장은 버텨야 하고, 정부는 버티기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30년 뒤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자. 인구학연구실에서 향후 10년간 출산율이 0.95~0.99인 것으로 가정하고 출생아 수를 예측해보았다. 28만 명대를 유지하는 추이가 보인다. 왜 그럴까?
[서울대 인구학연구실의 미래캘린더] 2020년, 출생아 수 20만 명 대를 열다 <1>
이번엔 다른 그래프를 한번 보자. 우리나라의 모(母)연령별 출산율 그래프다. 최근 들어 엄마가 되는 연령대가 얼마나 다양해졌는지를 알 수 있다.



이 그래프를 토대로 최근 우리나라의 엄마가 되는 연령대를 만 29세~34세로 추정해보자. 실제로 추계산식은 더욱 복잡하다. 여기서는 간단하게 계산해보자. 인구 통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여성 관련 통계다. 인구를 추계하는 데 남성 인구 통계는 전혀 기여도가 없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은 모두 엄마가 될 여성들을 기반으로 예측을 한다. 남성은 수식에서조차 고려 대상이 아니다. 생물학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앞으로 향후 10년간은 만 29~34세의 여성 인구수가 이대로 유지될 확률이 크다. 소폭 상승하는 기간도 온다. 이것이 출산율이 하락해도 일정 수의 출생아 수가 유지되는 이유다.

<2020, 출생아 수 20만 명 대를 열다  <2>>에서 이어집니다.

서울대 인구학연구실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