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유산 노포탐방③…우래옥‧유림면‧은호식당‧전주중앙회관‧진주회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음식점 노포를 소개하는 세 번째 시간이다. 지난번엔 상호만 들어도 무엇을 파는 집인지 알 수 있는 고려삼계탕, 명동할매낙지, 무교동 북어국집, 산골막국수, 오장동함흥냉면과 남은 열 곳 중 가나다 순으로 라 칸티나, 문화옥, 부민옥, 안동장, 용금옥 등 다섯 곳을 둘러봤다. 이번엔 우래옥, 유림면, 은호식당, 전주중앙회관, 진주회관 등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우래옥, 자타가 공인하는 평양냉면 계 대부

우래옥

우래옥은 자타가 공인하는 평양냉면 계의 대부격이다. 평양에서 명월관을 운영하다 1945년 월남한 장원일(72년 작고) 씨가 이듬해 주교동 적산가옥을 사서 냉면집 간판을 내걸었다. 당시 주방장은 주병인 씨였다. 처음엔 서북관(西北館)이란 옥호를 사용했다. 우래옥이란 상호는 한국전쟁 때 피난을 갔다가 ‘다시 왔다’(又來)는 의미에서 달았다고 한다.

서울의 평양냉면 역사는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0년대 후반 서울에는 동양루, 부벽루, 백양루 등 냉면집이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부벽루는 평양 대동강변 청류벽 위에 있는 누정이다. 때문에 부벽루란 상호의 냉면집은 평양냉면을 말아 파는 곳을 의미한다. 당시 서울 청계천 주변만 40여 곳의 평양냉면 집이 영업을 했다고 하니 대단한 호황이었다.

우래옥은 1988년 적산가옥을 허물고 부지는 주차장으로 만들었다. 대신 옆에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을 올려 지금에 이른다. 1970년대 미국 LA에 분점을 내는 등 일찌감치 해외 진출을 한 이름 있는 음식점이다.

이 집 육수는 암소 우둔과 설도를 통째로 넣고 4~5시간 끓여서 만든다. 면은 메밀과 전분을 7:3 정도로 섞어 찰기를 더했다. 메밀 100% 순면을 팔았으나 시판을 중단했다. 평양냉면 치고는 육수가 농후하고 육향이 강하기로 소문나 있다. 한 그릇 1만 4,000원이라서 봉피양과 함께 비싸다고 원성(?)을 사고 있다.

이곳 손님 상당수가 70‧80대 노인들이다. 그것도 한국전쟁 당시 월남한 실향민이 많다. 백발의 노인들이 냉면 드시는 모습은 마치 경건한 의식같이 비장함이 있다. 그들에게는 한 그릇 냉면이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기억의 마중물 같은 존재다. 소울푸드란 게 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유림면, 봉평산 메밀로 만든 메밀국수 인기

유림면

유림면은 1960년 명동에서 문을 연 ‘은하’가 모태다. 음식 만드는 손재주 좋았던 창업주가 후손이 없어서 조카 염숙환(2대 대표)씨에게 가게를 물려줬다. 1980년 종로로 점포를 이전하면서 ‘정양’이란 상호를 사용했다. 1983년 다시 을지로로 옮긴 후 1986년 현 위치인 서소문동 16번지에 자리를 잡았다.

이때부터 ‘유림면’이란 상호를 사용했다. 2002년 건물을 사들인 후 2층까지 확장했다. 2004년 염 씨의 딸에게 점포 운영을 넘겨 3대째 가업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식으로 건물 내·외부를 리모델링한 것도 이 무렵이다.

메밀국수, 돌 냄비우동, 온메밀 등을 주로 판다. 메밀국수는 강원도 봉평산 메밀을 쓴다. 매년 5월에 잡은 멸치만 쓴다고 한다. 수분 함유량 70~80%로 말려내고 이를 육수로 낸다.

메밀에 밀가루를 적당히 섞어 거친 맛을 매끈하게 잡았다. 익반죽이 아닌 찬물 반죽으로 면을 뽑는다. 냄비우동은 달짝지근하고 차분한 육수에 계란, 어묵, 쑥갓, 유부 등을 웃기로 얹어 내 온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점포가 등장한 뒤 외국 관광객들 방문이 늘었다.

은호식당, 4대 가업 잇는 꼬리곰탕 전문점

은호식당

은호식당은 1932년 남대문시장에서 창업주 김은임 씨가 처음엔 ‘평화옥’이란 상호의 천막식당으로 시작했다.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한 가운데서도 가게를 임시로 열 정도로 운영에 열의를 가졌다. 천막생활을 접고 가게를 얻으면서 ‘은성옥’으로 이름을 바꿨다.

1968년 남대문시장 대화재 이후 은성옥에서 ‘은호식당’으로 상호를 바꿨다. 남대문시장 재개발이 확정되면서 본점 이전을 위해 2002년 서소문, 2005년 여의도에 각각 분점을 냈다. 그러나 재개발사업이 늦어지면서 식당만 세 곳으로 늘었다.

은호식당은 4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꼬리곰탕 전문 식당이다. 서울에서 오래된 식당을 꼽을 때 매번 순위에 오를 정도의 노포다. 대표 메뉴는 꼬리곰탕으로 꼬리만을 끓인 말간 국물에 큼직한 꼬리 토막 2개를 담아 내 온다. 꼬리뼈 이외 일체 조미료를 넣지 않아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특징이라고 한다. 유림면과 마찬가지로 신안산 천일염으로 간을 맞춘다.

전주중앙회관, 경연대회 대상으로 서울 입성

전주중앙회관

전주중앙회관은 전주에서 운영하던 ‘신신식당’이 모태다. 신신식당은 1956년 전주 고사동에서 문을 연 비빔밥집이다. 2대 운영주가 전주시 중앙동으로 가게를 옮기면서 중앙회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1974년 신세계백화점이 주최한 ‘전국 팔도 민속음식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해 백화점에 입점, 화려하게 서울 입성에 성공했다.

전주곱돌비빔밥 전문점으로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전라북도 장수에서 손으로 깎은 곱돌그릇에 전주비빔밥을 담아 내온다. 신선하고 영양가 높은 도라지, 버섯, 은행, 잣, 밤, 청포묵 등 약 30여 가지 재료를 사용한다. 비빔용 소스는 10시간 우려낸 사골뼈 육수에 3년 묵은 전라도 접장과 다진 소고기를 넣어 만든다. 인삼삼계탕과 곱돌육회비빔밥도 인기 메뉴다.

진주회관, 이명박 전 대통령 ‧이건희 회장도 단골

진주회관

진주회관은 콩국수 전문점으로 1962년에 개업해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경남 진주에서 콩국수집을 운영하던 창업주 조월래 씨가 서울로 올라와 1962년 서소문에 개업한 뒤 지금에 이른다.

대표 메뉴인 콩국수에 사용하는 황태콩은 강원도에서 직접 재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하고 걸쭉한 콩국물이 특징. 면은 콩가루와 감자가루 등을 섞어 반죽해 투명하고 옅은 노란색을 띤다. 또 찰기가 좋아 꼬들꼬들한 식감이 일품이다. 콩물 외에는 어떤 첨가물도 일체 넣지 않는다. 소금 간은 각자 몫이다. 이건희 전 삼성회장, 이명박 전 대통령이 즐겨 찾았다고.

이상으로 서울 중구에 몰려 있는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식당 노포들을 둘러봤다. 전에 다른 매체에서 주장했듯이 식당 같은 곳은 ‘서울미래유산’보다는 ‘오래가게’로 지정해 관광인프라로 활용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지금껏 소개한 정도 업력을 가진 식당은 서울에 허다하게 많다. 미래유산은 오래된 건물이나 공간, 기억 등을 지정하고 오래된 식당은 ‘오래가게’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좋겠단 생각이다.

유성호 한경닷컴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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