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혼돈의 정오(High Noon), 정의로운 보안관을 기다린다!
< 프롤로그>
급속하게 변해가는 삶의 방식 속에서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와 조직의 공익보다 개인의 행복과 자유로움을 더 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개인도 사회가 안전해야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미국 사회가 지속해서 번영을 유지해오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도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되 공익을 해치는 경우에는 엄중하게 경고하고 바로잡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구상 선진국들의 번영은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익을 먼저 생각하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의감이 자율적으로 지켜지는 가운데 개인의 안전과 행복이 보장되는 나라들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영화 < 하이눈/High Noon, 1954)의 보안관 ‘게리 쿠퍼’처럼 책임져야 할 것을 저버리지 않고 실천하는 보안관이 된다면 그 결실은 곧 자신과 가족의 행복으로 연결될 것이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혼돈의 정오(High Noon), 정의로운 보안관을 기다린다!
<영화 줄거리 요약>
흔히 골드러시로 대변되는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 와일드 웨스트(Wild West) 라고 불리던 그 시대에는 총잡이와 카우보이, 무법자, 현상 수배범, 리볼버 권총, 윈체스터 육연발 장총 등이 시대의 특징으로 영화(서부극)에서 많이 그려지고 있다. 그 시절 대표적인 정의의 아이콘으로 그려지던 것이 마을의 치안을 책임지던 “보안관”이다. 그런 보안관들의 정의구현 정신으로 미국은 오늘날 번영을 이루었을 것이다. 보통 서부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슈퍼 히어로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희대의 악당을 만나도 항상 여유 있는 자세와 표정으로 일대일 결투에서 언제나 신기에 가까운 권총 솜씨로 승리하는 결말을 보여주고 있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영화< 하이 눈>은 그런 천편일률적인 서부영화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1870년 서부의 작 마을 ‘헤이드리빌’의 어느 일요일 아침, 3명의 무법자들이 마을역에서 서성거리며 시계를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보스 ‘프랭크 밀러(이안 맥도날드 분)’가 탄 기차가 12시 정오에 도착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보안관 ‘윌 케인(게리 쿠퍼 분)’이 5년 임기의 보안관직에서 은퇴하여 아름다운 신부 ‘에이미(그레이스 켈리 분)”와 결혼식을 올리고 마을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로 떠나는 그날이다. 그러나 오늘 공교롭게도 5년 전 그에게 체포되어 투옥된 밀러가 석방되어 부하들을 데리고 피비린내 나는 복수를 하러 오고 있다. 이미 보안관직을 사임한 윌케인에게 더 이상의 공식적인 책임은 없지만, 그는 살인마 밀러가 마을에 오면 큰 피해를 줄 것을 예감하기에 깊은 고뇌에 빠지게 된다. 영화는 악당들이 도착할 예정인 정오까지 1시간 동안 일어나는 상황을 실제 상영 시간과 일치시키면서 박진감 있게 보여준다. 목숨을 건 결투의 시간을 앞두고 마을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 임기가 끝난 보안관직을 오늘 하루 더 수행해야 할지, 아니면 아름다운 약혼녀 에이미와 평화로운 새 삶을 찾아 훌훌 떠나야 할지를 고민하며 힘들어하는 주인공 게리 쿠퍼와 주변 인물들에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결국 보안관 케인은 정의를 지키기 위해 약혼녀에게, 죽기를 작정한 유서를 써놓고 모든 주민들이 방관자로 숨은 쥐죽은듯 조용한 거리로 나선다. 마을 사람들을 찾아가 함께 악당들과 맞서자고 간청하였으나 아무도 응하지 않고 모두 뒷걸음 친 후였기 때문이다. 드디어 정오의 기차는 도착하고 이글이글 내리쬐는 황야에 무법자들이 모여든다. 마침내 정오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나타난 밀러와 악당들, 보안관 케인은 결연한 각오로 혼자서 온몸을 던져, 마을의 지형지물을 최대한 활용하여 다수의 악당과 숨 막히는 총격전을 통해 간신히 악당들을 제압하게 된다. 케인이 목숨을 걸고 자신의 책임을 완수한 순간, 그제야 숨어있던 마을 주민들이 우르르 몰려나온다. 케인은 정의의 상징인 ‘보안관 배지’를 미련없이 집어던진 후 유일하게 자신과 같이 총을 잡고 위기에서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사랑하는 ‘에이미’와 함께 마차를 타고 마을을 떠나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혼돈의 정오(High Noon), 정의로운 보안관을 기다린다!
< 관전 포인트>
A.이 흑백 서부영화를 미국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이유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 보안관 케인은 자신의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상태였고, 사랑하는 약혼녀와 멀리 떠나갈 수도 있었지만, 위기에 처한 마을을 방관하지 않고, 혼자서 많은 악당과 목숨을 건 결투를 벌이는 장면에서 정의감을 중요시하는 미국 사회에서 공인으로서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귀감이 되면서, 미국 대통령들이 취임 선서 전에 이 영화를 다시 한번 볼만큼 리더가 되기 위한 책임감을 재무장하게 해준다고 한다. 영화 포스터에도 나와 있듯이 “A man who was too proud to run! (정의감이 강하여 도망갈 수 없었던 사나이)” 명예로운  리더를 상징하는영화로 각인되어 있다.

B. 보안관으로 열연한 게리 쿠퍼가 영화< 하이 눈>에서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받은 배경은?
고뇌하면서도 신념을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정의의 보안관으로 나와, 리더가 지녀야 할 책임감을 온몸으로 보여주었기에, 다른 서부영화의 슈퍼히어로 같은 주인공과는 다른 인간적인 “보통영웅”을 잘 표현한 평가를 받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게리 쿠퍼의 모습을 담은 44센트짜리 우표도 발행될 만큼, 이 영화에서 보여준 게리 쿠퍼의 모습에서 미국을 상징하는 보안관의 강한 향수를 가지고 있다.

C. 보안관의 종류는?
미국 경찰제도는 연방 보안관(U.S.MARSHAL), 보안관(SHERIFF), 경찰(POLICE
) 등으로 구분된다. 미국의 기본행정 단위는 군(COUNTY)인데, 이 군의 사법경찰관을 보안관(SHERIFF)이라 한다. 즉 보안관은 주민 또는 시민들의 선거에 의해 선출된 최고직의 선출직 사법경찰관이다. 대도시에서의 우리식으로 표현한다면 경찰 최고책임자를 보안관이라고 한다. 하이눈에 나오는 ‘케인’은 MARSHAL로 나온다. 연방 법원의 법 집행이나 업무를 취급하는 사법경찰관이다. 법원 명령을 받고 도주, 탈출, 죄수 이동 인도 호송 등을 책임지는 사법경찰관이다. 이는 주마다 경찰업무가 다르고 주별로 업무 협조가 안 될 경우가 많아 이들이 연방 보안관업무를 수행한다. 영화 < 도망자,The Fugitive, 1993>에서 살인범 누명을 쓴 외과 의사’ 해리슨 포드’를
뒤쫓던 보안관 ‘토미 리 존스’는 도주자를 잡는 경찰인 연방 보안관(U.S.MARSHAL)이다.

D. 주인공 보안관의 약혼녀로 나온 ‘그레이스 켈리’는 어떤 배우인가?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명문가 출신으로 뉴욕에서 미국극예술아카데미에서 연기 수업 후 브로드웨이 무대와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활동하다가 영화 < 하이 눈>, 존 포드 감독의 < 모감보(Mogambo, 1953) >, 히치콕 감독의 < 다이얼 M을 돌려라(Dial M for murder, 1954)>,< 이창(Rear Window, 1954)> 등에 출연하였고 1956년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가운데,” 모나코 왕 레니 3세”와 결혼하여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1982년 9월 모나코 근교의 여름별장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면 왕궁으로 돌아오던 도중에 갑작스러운 발작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53세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E. 미국의 정의를 상징하던 보안관의 복장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게리 쿠퍼의 사진에서도 나타나듯이 멋진 카우보이모자, 보안관을 상징하는 별 모양의 배지, 그리고 법의 수호자를 나타내는 금으로 된 회중시계, 젠틀맨을 나타내는 조끼와 타이, 그리고 항상 손쉽게 악당을 향해 뽑을 수 있는 권총이 돋보인다. 리더는 최적의 역할 수행을 위해 절제된 외모와 복장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혼돈의 정오(High Noon), 정의로운 보안관을 기다린다!
< 에필로그>
1990년대 초 각종 강력범죄의 온상이었던 뉴욕시에 ‘줄리아니’ 시장이 취임하자마자, 지하철역 낙서를 청소하는 등 범죄 발생 환경의 사전제거 활동을 통해 현재는 뉴욕이 밝고 활기찬 세계적인 관광지가 된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최근 각종 범죄는 CCTV가 해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찰 등 공권력이 해결할 수 없는 으슥하고 구석진 곳에서 지능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우리가 세상을 지키는 보안관이라는 생각으로 어릴 적 “바른생활” 시간에서 배운 기본적인 것들(음주/난폭운전 등 교통질서 지키기, 양보하는 문화, 반려동물 챙기기, 지하철에서 전화 예절, 공공장소에서 담배 피우지 않기)을 생활 속에서 솔선수범해 나간다면. 이 세상은 더 밝고 행복한 곳으로 크게 발전해 나갈 것이다. 특히 어른들은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의 거울인 만큼 일거수일투족에서 선생님이라는 자세로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개인적 이익보다 공익을 우선시하는 선공후사(先公後私) 정신으로 정의를 지키는 보안관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질 때, 우리가 사는 사회는 더 안전하고 편안한 삶의 보금자리가 될 것이다.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 하이 눈>의 주제곡< Do not forsake, oh my darling. 나를 버리지 마오 내 사랑>”노래에서 “I only know I must be brave(내가 아는 건 불의에 맞서 용감해야 한다는 것뿐)”처럼 스스로 책임 져야 할 것들을 저버리지 않을 때, 일상의 소중한 행복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