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유산 노포탐방②-라 칸티나‧문화옥‧부민옥‧안동장‧용금옥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음식점 노포를 소개하는 두 번째 시간으로 라 칸티나, 문화옥, 부민옥, 안동장, 용금옥 등 다섯 곳을 소개한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음식점 노포를 소개하는 두 번째 시간이다. 지난번엔 상호만 들어도 무엇을 파는 집인지 알 수 있는 고려삼계탕, 명동할매낙지, 무교동 북어국집, 산골막국수, 오장동함흥냉면을 둘러 봤다. 이번엔 남은 열 곳 중 가나다 순으로 라 칸티나, 문화옥, 부민옥, 안동장, 용금옥 등 다섯 곳을 소개한다.

이탈리아 음식 전문점 라 칸티나는 보기 드물게 서양 식당으로 서울미래유산에 선정된 곳이다. 1965년 준공된 건물(전 삼성본관)에 1967년 김미자 씨가 창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결혼해 도미하면서 호텔 지배인 출신 이재두 씨에게 가게를 넘겼다. 우리나라에 문을 연 최초의 이탈리안 식당이라고 해도 이를 뒤집을 만한 근거를 찾기 힘들 정도로 독보적인 곳이다.

최초의 이탈리아 음식 전문점... 삼성 이병철 회장도 단골

라 칸티나

‘라 칸티나(La Cantina)’는 이태리어로 선술집, 와인 창고라는 의미다. 김미자 씨가 운영할 당시는 식재료와 요리사를 구하기 힘들어 이탈리아 대사관 부인이 가르쳐 주는 등 따라 하기 수준이었다고 한다. 82년 이재두 씨가 인수한 뒤 용산 미군호텔과 워커힐 레스토랑 등에서 이탈리아 요리사를 스카우트 하면서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과거엔 음식도 생소하고 무엇보다 고가여서 일반 시민들이 찾기 어려웠던 곳이다. 대신 이병철 회장을 비롯해 삼성 임원들, 정치인들이 자주 방문했고 외국 손님들이 주류를 이뤘다. 맞선 자리로도 인기가 좋았다. 개점 당시 기물들이 많이 남아 있어서 고풍스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며느리로 이어지는 서울식 맑은 설렁탕 표준 맛

문화옥

설렁탕 전문점 문화옥은 평양냉면 전문점 우래옥 들어가는 골목에 위치해 있다. 1952년 종로5가에서 지금 대표의 시부모가 창업했다. 1957년 현 위치로 이전했고 창업주 며느리 이순자씨가 대를 잇고자 음식을 배우는 딸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3대 경영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설렁탕은 서울 음식 중 하나로 손꼽는데, 구수하고 담백함이 특징이다. 문화옥은 이러한 서울식 설렁탕의 맑고 깔끔한 맛을 잘 잡은 곳으로 미식가들에게 유명하다. 설렁탕은 소 사골, 우족, 꼬리, 양지 등으로 우려낸 육수에 국수사리와 양지수육을 고명으로 얹어 나온다. 주 메뉴는 양지와 소머리 설렁탕, 도가니탕, 꼬리곰탕, 꼬리찜, 족탕과 수육 등이 있다.

모자 2대 운영 3번 이사...“올 사람은 온다”

부민옥

육개장 전문점 부민옥은 필자가 자주 가는 집이다. 부민옥은 1956년에 창업, 2대째 이어가고 있다. 부민옥은 현 운영주의 어머니인 창업주 송영준 여사가 종로구 다동에서 개업해 현재는 2대 김승철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부민옥의 대표 메뉴인 육개장은 통으로 대파를 넣고 넉넉하게 끓인 국물에 길게 찢은 양지고기를 듬뿍 얹어 내오는 게 특징. 대파와 양지고기 길이가 어른 중지만큼 길어 숟가락 위에 척척 걸쳐 늘어진다. 푹 익힌 파의 단맛, 개운하고 칼칼한 육수, 부드럽고 고소한 소고기 삼박자가 잘 어우러진다. 대파를 더 달라면 아끼지 않고 얹어준다.

대부분 손님들은 육개장을 비롯해 양곰탕, 선지해장국을 주로 찾는다. 저녁이면 주객들이 양무침을 기본으로 수육을 술안주로 좋아한다. 부민옥은 개업 후 한 곳에서 오랫동안 영업을 해오다 2007년 재개발로 가게를 이전했다가 다시 건물을 새로 짓기 위해 현재는 바로 앞으로 이전해 운영하고 있다. 철거 후 문화재 지표 조사를 하느라 개발이 느려진 상태다. 김 대표 철학은 ‘올 손님은 온다’는 것이다.

한 가지 팁이 있다면 양무침을 단품으로 시키지 말고 양곰탕, 육개장, 선지해장국 세 가지를 주문하면 다양한 술안주 구성이 된다. 물론 저녁에는 눈총을 받을지도 모르니 낮술 때 한번 시도해 보시길.

굴짬뽕 유명한 중식당...한때 전국 매출 3위

안동장

안동장은 굴짬뽕과 멘보샤를 주메뉴로 하는 중화요리집이다. 서울에는 화상(華商)이 하는 중화요리집이 많지만 안동장은 70년 넘게 한 자리에서 3대째 경영하고 있는 독보적인 곳이다. 사업자등록상 1964년 개업된 것으로 확인되지만 구술조사 결과 1948년이란 증언이 나왔다.

중국 전쟁을 피해 인천으로 들어온 창업주 왕충요 씨가 종로(현 피카디리 극장 근처)에서 기술을 익혀 개업했다. 1950년대 종로 일대 재개발로 현 위치로 이전해 창업주 아들 왕용성씨가 대를 이었다. 1986년에는 기존 3층 건물을 5층으로 증축하고 3대 왕홍덕 씨가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상호의 ‘안동’은 중국 산둥성에 있는 지명에서 따왔다. 가게 안에는 오래전에 사용했던 붉은색의 ‘안동장’ 현판이 걸려 있다. 1971년 경향신문에 따르면 전국 2,689개 중화요리집 가운데 향백, 금문도 다음으로 매출 순위 3위를 기록했다.

87년 업력 서울식 추어탕 원조...3대째 손맛 잇는 노포

용금옥

용금옥은 서울특별시 중구 다동길에 있는 서울식 추어탕집이다. 무교동 코오롱 빌딩 터 가정집서 하다가 재개발로 장소는 옮겼지만 3대째 식당을 이어가고 있다. 웬만한 미식가라면 다 아는 서울식 추어탕의 원조 격에 해당하는 식당이다. 1932년 현 운영주의 조부인 창업주 신석숭 씨(1966년 타계)가 중구 무교동에서 식당을 개업해 오늘에 이른다. 물론 맛은 부인인 홍기녀 씨(1988년 타계) 손끝에서 나왔다.

추어탕 전문점으로 같은 손맛을 87년 이어오고 있는 업력이 대단한 집이다. 서울서 오랫동안 터를 잡고 식객들에게 같은 맛을 꾸준히 보여준 결과 ‘서울식 추어탕’ 원조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된장을 기본으로 하고 미꾸라지를 통으로 쓰는 서울식이다. 미꾸라지는 전북 부안산을 쓴다. 남도식은 미꾸라지를 갈아서 쓴다. 육수는 소 내장과 양지머리로 뽑는다. 육수에 유부, 두부를 넣은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 버섯, 호박, 대파, 양파 등을 넣어 끓인다. 면과 밥을 말아먹는데, 육개장에 가까운 맛이다. 면 사리는 하나 더 달라면 그냥 내준다.

서울 시민들의 음식문화를 잘 보여주는 근린생활시설로 민속생활사적 측면에서 보존 가치가 높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실내에 들어서면 목간판에 ‘용금옥 큰집’으로 새겨 있다. 서촌 통인동에 가면 막내며느리가 하는 용금옥이 한 곳 더 있기 때문이다.

유성호 한경닷컴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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