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유산 노포 탐방-고려삼계탕ㆍ명동할매낙지ㆍ무교동 북어국집ㆍ산골막국수ㆍ오장동함흥냉면


서울시는 문화본부 문화정책과에 미래유산팀을 두고 매년 ‘서울 미래유산’을 선정하고 있다. 미래유산이란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중에서 미래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것을 말한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총 461개 선정했다. 이중 음식점으로 분류된 곳은 47곳으로 약 10%에 달한다. 서울의 중심이자 사대문 안인 중구에만 15곳의 미래유산 노포들이 운집해 있다.

미래유산 중 음식점이 포함된 시민생활분과 세부선정기준에 따르면 사업자등록증상 개업 연도가 1970년 이전인 소매업종 중 최초 또는 대표성이 있어야 한다. 또 가업전승, 장소 연속성 유지, 독특한 이야깃거리, 변경된 적 없는 상호 등 시민들의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한 가지 이상의 가치를 가져야 한다.

무교동 북어국 외벽에 붙어 있는 서울미래유산 동판.

중구에서는 고려삼계탕, 라 칸티나, 명동할매낙지, 무교동 북어국집, 문화옥, 부민옥, 산골막국수, 안동장, 오장동함흥냉면, 용금옥, 우래옥, 유림면, 은호식당, 전주중앙회관, 진주회관 등이 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오래된 집들이라 필자도 대부분 다녀봤다. 물론 이들보다 오래된 음식점 중에서 선정되지 못한 곳도 더러는 있을 수도 있다. 미래유산은 일방적 지정이 아니라 주인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상호를 보면 무슨 음식을 파는지 단박에 알 수 있는 곳이 여럿 있다. 고려삼계탕, 명동할매낙지, 무교동 북어국집, 산골막국수, 오장동함흥냉면 등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들 다섯 개 노포의 역사를 가볍게 들여다본다.

고려삼계탕

고려삼계탕은 1960년 문을 열면서 삼계탕 전문점을 표방한 최초의 집이다. 원래는 명동입구에서 이상림 씨가 창업했다. 1976년 서소문 유원빌딩으로 이전했고 2년 뒤 유원빌딩 건너편인 현 위치로 재이전했다. 창업주 아들 이준희씨가 가업을 이어 운영하면서 2005년에는 세종로에도 직영점을 냈다. 2008년에는 ‘고려삼계탕’ 상표권 분쟁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닭고기 살이 단단하고 기름을 뺀 담백한 삼계탕 맛이 특징이다. 이를 맛보기 위해 내국인은 물론 일본,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집이다. 서울시의 또 다른 브랜드인 하이서울의 맛집, 중구청 모범음식점까지 선정됐다. 양옥 빌딩 꼭대기를 한옥 기와로 마감한 이색 건물이 고려삼계탕을 기억하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다.

명동할매낙지

명동할매낙지는 낙지 백반과 낙지볶음이 주력인 곳이다. 1950년 지금 자리에서 개업해 같은 장소에서 계속 운영하고 있다. 1940년대부터 명동 시장에서 낙지와 오징어를 볶아 팔던 창업주 할머니 뒤를 이어 지금 대표가 가게를 인수했다. 식당 입구가 작아서 찾기가 쉽지 않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중독성이 강한 매운맛을 좋아하는 3040대가 눈에 많이 띈다. 점심, 저녁 식사 시간과 맞물리면 대기줄을 서야 하는 걸 감수해야 한다. 손맛이 좋아 밑반찬으로 나오는 콩나물과 단무지, 어묵 국물 인기도 좋다. 만들어 놓지 않고 주문을 받고서야 요리를 시작한다.

무교동 북어국

무교동 북어국은 점심시간이면 어김없이 대기줄을 길게 세우는 맛집이다. 1968년 중구 무교동 현 코오롱빌딩 자리에서 진인범 씨가 고향 선배와 함께 창업했다. 1974년 지금 위치로 이전했고 1997년 대를 이어 진광상 씨가 운영하고 있다. 술 마신 이튿날 속을 풀려는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북어국은 쇠고기 사골 육수에 북어대가리와 뼈를 우린 육수를 섞어서 사용한다. 12시간 불 조절을 하며 우린 육수에 불린 맵쌀을 갈아 넣어 12시간 정도 숙성시켜 쓴맛과 텁텁한 북어 맛을 잡는다. 강원도 고성 덕장 북어와 황태를 사용한다. 저녁보다 점심 손님이 월등히 많다. 술안주 용도가 아닌 식사에 방점을 두기 때문이다.

산골막국수

산골막국수는 1962년 임금례 씨가 강원도 춘천에서 개업한 것을 1969년 임 씨의 며느리 김종녀 씨가 중구 다동 20번지에 산골면옥이라는 상호로 문을 열면서 서울살이가 시작됐다. 1972년 다동이 개발되면서 현 위치인 을지로4가로 옮겼다. 고부 2대째로 계승된 점이 이채롭다. 대표 메뉴인 막국수는 익반죽 후 면을 뽑고 사골과 닭뼈 반반 비율인 육수를 넣어 먹는다.

막국수 외에도 손님들에게 쟁반국수와 찜닭 인기가 많다. 특히 찜닭은 소주나 막걸리 등 술안주로 가성비가 좋아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다. 초기에는 실향민들이 많이 찾았고 최근에는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음식이 됐다.

오장동함흥냉면

오장동함흥냉면은 평양냉면에 대응하는 냉면계 양대산맥인 함흥냉면집이 몰려 있는 오장동 일대 맏형 노릇을 하고 있다. 1958년 현 위치서 고 문회덕(부인 고 한혜선) 씨가 창업을 했다. 2대 성준‧성훈 씨에 이어 3대 요환 씨가 현재 운영하고 있다. 창업주는 함경남도 흥남시에서 한국전쟁 때 월남한 실향민이다.

같은 장소에서 동일 메뉴로 61년째 3대가 가업을 이어온 오장동함흥냉면은 오장동 일대 랜드마크 같은 곳이다. 사람들은 창업주 문 씨보다는 부인을 더 많이 기억한다. 사회사업을 활발히 했기 때문이다. 함흥냉면은 평양냉면의 대응하는 개념이지 실제로는 농마국수가 원형이다.

유성호 한경닷컴 푸드칼럼니스트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