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담의 삶삶한 글씨] 글씨의 선과 이미지

오늘 Fine 하신가요?^^

이번 칼럼은 글씨에 감정을 담아내는 선과 이미지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예전에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영화 효과음을 담당하는 분의
인터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더빙할 때는
배우의 성격, 기분이나 감정 상태까지 다양하게 나타낼 수 있다고 해요.
실제로 다양한 발자국 소리의 효과음을 준비해 왔는데,
각각의 음향마다 다른 상황과 감정이 느껴져서 신기했던 적이 있어요.
평소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주의 깊게 들어본 적이 없지만
그 인터뷰 청취는 생활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경험하고 인지했던
상황과 감정에 대한 유쾌한 통찰이었습니다. ~^^

캘리그래피는 의미적 해석을 기본으로
감정과 조형적인 미감까지 담아내야 하는데요.

철학자 슈프랭거(Spranger, E)는 문화의 가치를
이론, 경제, 심미, 사회, 권력, 종교의 여섯 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했습니다.
심미의 사전적 의미는 아름다움을 살펴서 찾는 것인데요,
문화적 가치의 척도 요소 중 하나가 ‘심미’라니 멋지지 않나요?
조형을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하잖아?’라고 생각되는 주장이죠 하하^^

사람마다 자신의 가치에 있어서 어느 부분을 우위에 두느냐에
개인적인 차이가 있지만,
미감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대상을 바라보는 기준에 미적 가치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즉, 현실적인 만족도나 이론적 고찰보다는
미감으로 인한 행복감이나 설렘을 즐기고
이는 곧 더욱 풍부한 정서적 만족을 가져다주니까요.
보편적이고 평범한 글씨보다는 감성의 밑바닥까지 치고 들어가서
감정을 더욱 강력하게 담아내는 글씨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파괴력 있고 낯설게 표현하여
존재하지 않았던 미를 새롭게 발견해서 창조한 결과물이
크리에이티브한 캘리그래피의 본질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의미와 함께 감정을 함축적으로 담아내야 하는 캘리그래피는
보편적 인식에 맞는 의미와 그에 부합하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지만
표현방법은 창작자의 욕구, 감정이나 인지 방법 등에 있어
뚜렷한 개성을 표현할 수 있을 때
조금 더 공감이 가고 인상 깊은 글씨가 될 수 있을 거예요.

표현 방법에 있어서는 본인이 명확하게 깨닫지 못하거나 의식하지  않았던
형식적인 스킬을 넘어 개성의 양상이 표현될 수 있는 것이죠.
예를 들면 먹의 양이나 종이의 상태, 속도,
순서를 거꾸로 써보는 방법 등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글씨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서도
창작자의 개성이나 사고의 양상에 따라
결과물은 충분히 틀릴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글씨는 이미지의 투영입니다.
‘로맨스’라고 하면 사랑, 행복, 달콤함 등의 많은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로맨스의 상징은 사랑이죠.
이미지(image)는 상징이라고 번역되어
좁게는 직접적인 외적 자극이 없어도
마음속에 떠오르는 시각적 영상을 의미합니다.
이미지에는 언어적 표현과 시각적 표현이 섞여 있는데
냄새나 감촉까지도 포함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미지는 곧  시각상에 한정하지 않고,
넓은 의미로 의식과 무의식의 상호작용의 산물로써
마음의 세계를 상징합니다.

그렇다면 영화나 드라마의 캘리그래피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지 살펴볼까요?
액션 장르는 강하고 활동적이며 남성적인 이미지,
로맨스는 사랑스럽고 장식적이며 부드러운 이미지,
스릴러는 차갑고 세련된 이미지,
다큐멘터리는 소박하고 순수한 이미지가 많습니다.
드라마는 장르나 내용에 따라 다양한 감성 이미지가 나타나고요.

글씨에 감성을 담아내고 이미지를 투영하는 방법은
선(line)에서 가장 큰 차이점이 있는데요,
그 종류들은 길거나 짧게, 둥글거나 각지게,
두껍거나 얇게, 곧거나 기울게, 날카롭거나 뭉툭하게,
거칠거나 매끈하게 , 그 외에도 다양하게 표현됩니다.

감정별로 선의 특징이나 이미지를 살펴보면
사랑스러운 이미지의 유형은 곡선과 뭉툭한 선,
차가운 이미지의 유형은 얇은 선으로 각지고 날카로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순수하고 소박한 이미지의 유형은 다소 얇고 기울기가 다양합니다.
강한 이미지의 유형은 두껍고 빠르거나 거칠게 표현되며
장식적인 이미지 유형은 상징적인 기호나
회화적 요소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행동양식의 본바탕이 되는
성품이나 기질을 유전적, 생물학적으로 가지고 있지만
사람들의 행동이나 태도에도 자기 자신이 어떻게 보여졌으면 하는가에 대한
욕망이나 기대가 들어있어요.
한마디로 우리 스스로는 무의식적으로
말투와 행동을 스스로 디자인한다고 볼 수 있죠.
그렇다면 오늘 하루도 멋지게 자신을 만들어보세요.~^^

드림그래퍼 스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