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가서 잊힌 꿈과 사랑을 만나 보자!
<프롤로그>

미래의 별들인 아이들의 동심을 포용하고 미래의 무한한 꿈을 키워주는 우주는 바로 부모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문명이 발달할수록 현실적인 가치관을 아이들에게 적용함으로써 순수한 상상력을 통한 행복감은 점점 작아지는 세상이다. 일본의 만화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웃집 토토로, 1988>를 통해 아이들이 순수한 관점에서 느끼는 감정을 어른들도 똑같이 느낄 기회를 준다. 영화를 통해 아름다운 상상의 나래를 폈던 어린 시절 엄마의 품, 다양한 정령이 사는 숲 속으로 돌아가, 지금 사는 현실에서 잊힌 꿈, 사람에 대한 사랑, 자연과의 소통을 재생시켜보자.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가서 잊힌 꿈과 사랑을 만나 보자!
<영화 줄거리 요약>

영화 <이웃집 토토로>의 이야기는 아름다운 숲속에서 시작된다.  어린 자매 “사츠키(11세) 와 메이(4세)” 는 아픈 엄마가 병원에서 퇴원 후 조용하고 공기 좋은 곳에서 요양할 수 있도록 아빠와 함께 도쿄 근처 시골의 낡고 오래된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인 ‘사츠키’가 학교에 간 동안 마당에서 혼자 놀던 ‘메이’는 귀여운 털 뭉치 동물을 발견하고 그 동물을 따라 숲으로 들어간다. 커다란 나무 옹이구멍 속으로 빠진 메이는 또 다른 거대한 동물을 발견하고, 겁도 없이 이 거대한 동물의 푹신한 배 위에서 낮잠에 빠진다. 메이는 이 거대한 동물의 큰 하품 소리에 어울리는 ‘토토로’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다음날 비 오는 밤에 아빠를 마중 나가기 위해 우산을 들고 메이와 함께 버스정류장에 나간 사츠키도, 토토로를 만나게 되고 비를 맞고 있는 토토로에게 우산을 빌려주면서 토토로와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된다. 어느날 병원에서 돌아오기로 했던 엄마가 병세가 위중해지면서 돌아오지 못한다는 전보를 받은 메이가 불안감과 그리움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무작정 엄마를 찾아 나서게 되고, 동생을 잃어버리고 노심초사하던 사츠키는 숲 속 정령 ‘토토로’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친절한 토토로는 고양이 버스를 대절하여 길을 헤메던 메이를 찾아주고 어머니가 계시는 병원으로 데려다주게 된다. 동심이 사라진 어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토토로와 고양이 버스”이기에, 메이는 병실 창밖에서 어머니가 많이 회복한 모습을 확인 후, 자신이 딴 옥수수 껍질에 편지를 써서 어머니의 병실 창문에 두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엄마를 사랑하는 아이들의 진심이 통했던지 엄마가 얼마 후 건강하게 퇴원하여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오게 되자 아이들은 마음의 평화를 되찾는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가서 잊힌 꿈과 사랑을 만나 보자!
<관전 포인트>

A.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영화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2가지 철학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1950년대 일본의 도시는 황폐해져 있었고, 어머니도 병들어 무척 외롭고 암울했던 시대적 상황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2가지 철학을 가지고 있었는데 첫째, 주인공 두 자매의 아버지를 순수한 고고학자로 등장시켜, 문명의 발달로 인한 탐욕으로 생기는 전쟁보다는 농경사회를 동경하는 자연 친화 주의(자연과 인간이 하나이며 서로 소통하고 살아야 한다는 철학)를 추구하여, 어른들에게는 다소 황당할 수 있는 다양하고도 신비한 등장인물(검댕이 마쿠로 쿠로스케 도깨비, 숲 속의 정령 토토로, 고양이 버스 등)을 통해 인간성 회복을 말하고 싶어 했다. 특히 토토로는 잠이 많고 겁도 많지만 사소한 것에도 즐거워하는 성격으로 아이들의 전형적인 특징과 닮아, 동심을 일깨우는 상징물로 등장한다. 둘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실제로 어린 시절 어머니의 오랜 병원 생활로 엄마 곁에서 제대로 자라지 못하면서, 어머니에 대한 짙은 그리움과 슬픔을 간직하였다고 한다. 결국 이 세상의 모든 중심은 어머니를 통해 만들어지고 어머니를 통해 꿈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B. 주인공 두 자매의 아버지가 동심을 키워주는 장면은?

가난한 고고학자인 아버지는 서재에서 번역 일을 하고, 초등학생인 언니가 학교에 가면 혼자 숲에서 놀던 4살 소녀 메이는 저녁에 아빠에게 “낮에 숲의 정령 토토로를 만났다”는 얘기를 하자,  아빠는 평소 자신도 귀신이 사는 집에 살고 싶었다고 얘기하며, 딸의 얘기를 무시하지 않고 “숲의 주인을 만났나 보다”라고 인정하고 공감해준다. 이런 아빠의 동심에 대한 이해는 아이들의  순수한 상상력과 사랑을 키워주게 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영화 속의 아버지의 모델을 실제로 일본인들에게 존경받던 고고학자”후지모리 에이지”라는 사람을 인용했고, 영화 속에서 숲 속을 향한 아버지의 서재에 걸린 그림과 책 등도 실제로 후지모리가 쓰던 것과 같은 소품을 그렸다고 한다.

C. 둘째 딸 메이가 엄마에게 가져다준 소중한 선물은?

동생 메이는 동네 이웃 ‘카자’의 할머니가 키운 옥수수를 직접 따서, 오랫동안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선물로 가져다 드리고 싶어 하고, 급기야 약속한 날짜에 돌아오지 못하는 엄마를 찾아 결국 혼자서 먼 길을 떠나게 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일본 패망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 옥수수를 통해 농업의 중요성과 척박한 섬에서의 식량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결국 전쟁 이후의 참혹한 상황에서, 인간이 만들어 놓은 문명과 전쟁이라는 탐욕 대신에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삶을 그려내기도 했다. 메이가 병원 창가에 두고간 옥수수를 보며 엄마는 기운을 차려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D. 이웃집 토토로의 서정적 분위기를 크게 느끼게 하는 음악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동의 애니메이션 영화(미래소년 코난,1978),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1984), (원령공주,1997),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2001), (하울의 움직이는 성, 2004)에서는 평화, 사랑, 자연 친화 주의가 아름답게 흐르고 있고 그에 걸맞은 음악이 서정적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이웃집 토토로의 주제가를 작곡한 천재 ‘히사이시 조”는 동심을 사로잡는 음악을 작곡하였다.

E. 토토로가 호출하면 오는 고양이 버스는?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토토로지만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그것은 고양이 버스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토토로가 고함을 치면 고양이 버스가 쏜살같이 달려오고 토토로는 그것을 타고 어디든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버스처럼 몸통에 달린 문이 열리면 탑승할 수 있는데 버스 내부는 푹신한 털로 뒤덮여 있고 의자들이 있다. 고양이 버스는 다리가 12개 있으며 고양이 얼굴과 꼬리를 지니고 있다. 이마에는 행선지를 표시하는 전광판이 있어 다음 목적지를 표시한다. 메이를 태우고 엄마가 있는 병원으로 갈 때는 (시치코쿠산 병원행)이라고 표시한다.

F. 유년 시절의 공상을 가장 잘 표현한 장면은?

아이들은 토토로가 선물로 준 씨앗을 마당에 심고 싹이 날 때를 기다린다. 깊은 밤 토토로가 마당으로 찾아오고 사츠키와 메이는 씨앗이 빨리 자라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고, 숲 속의 정령 토토로가 신비한 고함을 지르자 싹을 틔운 씨앗은 쑥쑥 자라 커다란 나무가 된다. 아이들은 토토로의 몸에 붙어서 함께 팽이를 타고 하늘을 난다. 처음에 무서워하던 아이들도 야간 비행을 즐기며 마을을 내려다본다. 사츠키는 “우리가 바람이 된 거야”라고 메이에게 말해준다. 실컷 비행한 토토로와 아이들은 녹나무 꼭대기에 앉아 오카리나 피리를 분다. 아침에 잠에서 깬 아이들은 씨앗이 싹을 틔운 것을 발견하고  어젯밤의 일들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기뻐하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가서 잊힌 꿈과 사랑을 만나 보자!
<에필로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 <이웃집 토토로>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영화 브래드 버드 감독의 <라따뚜이, 2007>나, 존 라세터 감독의 <토이 스토리,1995)>같은 철학이 깃든 작품들은, 어린이들에게는 재미와 상상력을 주지만, 동시에 어른들에게는 큰 영감을 주곤 한다. 그것은 어른들이 생각할 수 없는 순수한 세계를 보여주어, 현실 속에서 잊힌 자신의 꿈과 사랑을 재발견해주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영화 <이웃집 토토로>를 통해, 어릴 적 밤에 뒷마당에 있던 화장실에 가면 나올법한 달걀귀신, 욕심 많은 혹부리 영감에게 새로운 혹을 선사하던 도깨비방망이를 회상해보고, 모든 무서운 것들에게서 나를 보호해주고 꿈을 북돋아 줬던 어머니의 큰 사랑을 기억에서 소환하여, 현재는 회색의 빌딩 숲 속에서,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바래진 인생의 본질적인 행복과 꿈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면서 영화 노랫말에서 “비 오는 날 버스정류장에서 흠뻑 젖은 토토로를 만난다면 당신의 우산을 빌려주세요”처럼 아름다운 동심의 시절로 돌아가 잊힌 꿈과 사랑을 만나 보자!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