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사람들이 무엇을 읽는다는 일에 예전만큼 흥미를 갖지 못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너무나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한 세상 속에서 사람이 다가가주어야만 큰 의미가 되는 문자들은 점점 큰 주목을 받기가 힘들다. 미래의 책들은 문자와 영상이 모아진 형태이지만, 디지털 시대의 읽기에 대한 되돌아봄은 읽기가 소통의 또 다른 방법임을 아는데 의미가 있다.


비대한 정보세계의 닻이 되어야 할 ‘활자’
어느 때부터인가 사람들은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당황하게 되었다. 이미지나 영상, 음향을 탄 정보는 자극적으로 계속 흐르고 떠다니지만 도무지 두서가 없다. 일관되게 정리하여 의미를 파악하려 하면 그림도 소리도 그 질을 바꾸어 버린다. 조각난 헝겊조작처럼 툭툭 끊긴 채 맥락이 없는 정보는 사람의 감각만을 유혹하며 침착하고 논리정연하게 사고하는 것을 방해하기 쉽다.


이런 혼돈을 정리해줄 수단은 말, 혹은 글이다. 말만이 그리고 활자만이 현실을 응축해 의미 있는 것으로 변화시켜 보여줄 수 있다. 그런데 활자는 이미지나 영상, 음향과 달리 정보와 인간의 사이에 거리를 만들어 ‘읽어내는 노력’을 요구한다. 머리가 적극적으로 일하도록 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힘으로 현실을 이해하거나 해석하는 사람을 만들어 낸다.


그러므로 활자는 비대해져 가는 정보 세계의 골격이라고 할 수 있다. 무질서하게 부피만 커져가는 정보 세계 안에서는 어디가 중심인지 어디가 주변인지,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마지막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하지만 활자는 편집이라는 작업을 통해 정보에 뼈대를 부여한다. 예컨대 신문에는 표제가 있고 기사에는 장단이 있으며, 책에는 목차와 단락이 있어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인간이 지식을 가진다는 것은 정보에 이러한 골격을 부여한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세상이 열두 번도 더 바뀐다 해도 활자는 없어서는 절대 안 될 매체이다. 문자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태어났고, 활자는 지식이 전 인류의 것이 되었을 때에 태어났다. 활자 문화는 인간이 가장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문화다. 21세기에 더욱 더 성장해야할 정보 세계가 무질서하게 떠다니는 난파선이 되지 않으려면 확실한 닻과 골격을 준비해야 한다.

 

활자이탈 현상을 경계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많겠지만 우리는 뚜렷하게 ‘읽기’를 경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안에서 살고 있다. 10년, 20년 후에 삶을 풍요롭게 하는 책읽기보다는 복권과 신용카드가 가장 뜨겁고 진지한 사회적 화두가 될 뿐이다. 책이나 잡지를 읽지 않게 되는 활자 이탈 현상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인터넷, 게임, 휴대전화 같은 디지털 도구는 아이콘만으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이미지나 동영상으로 모든 것들을 대신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마디로 읽기 능력이 없어도 그다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디지털 도구 안에 활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안엔 활자화된 읽을거리가 넘쳐난다. 하지만 요즘 세대는 굳이 ‘읽는 수고’를 필요로 하는 일에 구미 당겨하지 않으며, 조금만 글이 길어지거나 생각을 필요로 하면 당장 다른 웹페이지로 들어가는 길을 ‘클릭’한다.


형편이 이렇다보니 영상세대의 활자 독해능력은 상상 밖으로 빈약하다. 읽기 역량이 떨어지니 생각하는 것조차 귀찮고 고단하다.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소통이 되지 않으니 때로 쌓였던 갈등이 첨예하게 나타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서로 무관심하다. 남의 삶에 대한 이해나 배려도 귀찮다. 그냥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이나 하는 일이 가장 편하고 음악이나 다운받아 듣는 일이 즐겁다. 활자이탈 현상은 읽기능력을 점점 잃어가고 결국 소통의 길을 막는 의미에서, 우리 사회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디지털 읽기는 확대된 소통이다
읽기는 자신에 대한 이해와 표현 욕구에서 시작된다. 타인을 통하지 않고 자신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길은 없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 맺음을 ‘읽기’라는 간접적인 수단을 통한다. 디지털 시대는 이 관계 맺는 방식을 이전 시대와 조금 다르게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에는 읽을 대상을 ‘책’으로만 한계를 잡아선 곤란하다. 전자 메시지로 이루어진 것이라 할지라도 읽는, 혹은 듣거나 보는 목적은 이전에 전통적인 책읽기 목적과 별반 다르지 않다면 중요한 읽을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책이 아니고도 수많은 정보는 웹 페이지를 통해 얻어지며 사람들 사이의 중요한 소통의 장이 되는 커뮤니티만 해도 정보와 사유의 공간으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읽기에 대한 인식과 대상은 독자가 더욱 폭넓게 가져야 한다. 다만 전통적인 책읽기가 가져오는 사고의 폭과 깊이는 다른 대상의 읽기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책읽기를 우선으로 두고 나머지는 골고루 많은 방법으로 내게 맞는 지식과 정보를 가져오는 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잘해보자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영어 회화 수준이 간단한 일상회화에서 이른바 고급 영어 구사 수준으로 나가지 못하는 까닭은, 영어로 쓰인 다양한 분야의 읽을거리를 찾아 읽기 않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활자화된 걸 읽기 좋아하는 사람은 소통의 넓이와 깊이에서 분명 큰 차이를 보인다. 이제 활자를 사랑하고 읽어야 할 분명한 이유를 알았다면 일단 당장 가까이 눈에 들어오는 쓸모 있는 것부터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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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 좋은 책 많이 읽는 열 가지 방법



1. 호기심이 떨어지기 전, 5일 이내에 읽는다.

>>> 시든 채소도 맛이 없다.


2. 70세 전에 많이 읽는다.

>>> 눈이 침침하고 집중이 힘들다.


3. 경쟁자가 읽지 않는 책, 팔리지 않은 좋은 책을 읽는다.

>>>오랜 독서경험은 보는 눈을 길러준다.


4. 지금 읽지 않더라도 좋은 책이면 사 둔다.

>>>후회하거나 마음속에 한이 된다?


5. 밑줄을 그어 놓는다.

>>>나중에 이 부분만 속독하기도 좋다.


6. 시간을 쪼개어 읽는다.

>>>시간 없다 핑계대지 말라. 영원히 못 읽는다.

 

7. 필요한 책은 돈을 아끼지 않는다.

>>>다른 방법으로 배우는 데는 더 많은 돈이 든다.
 

8. 남의 말을 듣거나 저자의 명성, 겉표지나 제목에 현혹되지 않는다.

>>> 빚좋은 개살구일 때가 있다.

 

9. 가까운 곳, 여러 곳에 책을 놓아둔다.

>>> 한 권을 끝까지 읽고 다른 책을 읽어야 한다는 편견을 버려!

 

10. 책방 나들이를 즐긴다.

>>> 온 가족이 돈 덜 드는 최상의 여가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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