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여성 CEO로 신망 받았던 칼리 피오리나가 휴렛팩커트(HP)를 사임했다. 최고경영자가 된 이후 매출은 늘었지만 주가는 하락했다. 조직을 지나치게 단순화시켜 수많은 생산품을 다루는 데 어려움이 있고 지출 통제가 제대로 안 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컴팩과의 합병이 급랭하는 세계 IT산업 경기와 맞물리면서 합병 과정 내내 많은 고통을 받았다.
 
그러나 피오리나가 HP를 세계적인 IT기업으로 키운 업적에 대해서는 여전히 과소평가될 수 없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중세사와 철학을 전공한 칼리 피오리나는 1980년 AT&T에 말단 영업사원으로 입사하여 탁월한 추진력과 천부적인 언어감각을 발휘, ‘철의 여인’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다. 1996년에 AT&T에서 독립한 루슨트 테크놀러지를 성공적으로 출발시켰고, 1998년 이 회사의 CEO로 취임한 후 과감한 경영전략과 미래지향적 구조개편으로 주가를 12배까지 상승시키는 등 최고경영자로서 탁월한 경영감각을 발휘했다.

 

그 이후 피오리나는 1999년 7월, 8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실리콘밸리 최초의 여성CEO로 컴퓨터 및 프린터 메이커인 HP에 화려하게 입성하게 된다. HP 63년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된 CEO인 피오리나는 취임 직후 HP개혁의 토대를 구축하는 데 힘썼다. 보수적이고 가족적인 회사 분위기가 HP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HP를 PC와 주변기기 제작사에서 종합 인터넷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인터넷 시대의 전략적 마인드를 강조하며 인터넷을 적극 활용해 인건비를 대폭 절감하는 등 그녀가 일궈낸 성과는 눈부시다. 칼리 피오리나가 없는 HP는 여전히 PC · 서버 · 프린터 · IT서비스를 망라하는 세계 최대의 종합컴퓨터 회사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평범한 직장여성에서 최고의 최고자리까지 오르기까지 칼리 피오리나의 열정적인 도전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우리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하나의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다.

 

여성이라고 하지만 자신의 소신을 쉽사리 굽히는 법이 없었고, 남자 못지 않은 의지와 투지, 추진력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을 아예 사지로 내모는 일에 익숙했고, 도전상황에 맞닥뜨리는 것을 자연스러워했다. 명확하고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목표를 가지고 흔들리지 않는 비전을 버리지 않았다. 스스로 미리 한계선을 긋는 일을 자신의 잠재력을 억압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에, 그녀는 스스로 무한발전의 기회 속에 자신을 내놓았다.
 
또한 강철과 같은 강인함으로 어떤 일이든 포기하지 않고 최후의 성공을 위해 앞으로 나아갔지만 도움을 청해야 할 땐 굽힐 줄도 아는 융통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

 

그리고 ‘혼자만의 성공’이란 이 세상에 없다는 신념으로 겸손했으며, 무엇보다 팀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팀원이 해낼 수 있는 위대한 힘에 대한 신뢰감이 무한대였다. 그녀가 강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저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함께 팀이 발휘할 수 있는 위대한 힘을 ‘믿는 구석’으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칼리 피오리나의 브랜드는 일이 남녀를 구분하지 않듯, 남성에게 열등의식을 느끼지 않고 남녀평등을 외치지 않으면서 투철한 신념으로 단순한 기업가 정신만을 성실하게 구현했기 때문에 크게 성공했다. 자신이 여성이라는 점을 거추장스러워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여성이었다는 점이 더욱 큰 장점으로 활용했다.

 

지독한 일벌레이지만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즐겨 입는 세련된 감각의 소유자로 컬러 셔츠를 즐겨 입음으로써 자신의 강한 이미지를 부드럽게 다감한 이미지로 바꾸기도 하였다. 세련된 패션 감각과 뛰어난 말솜씨는 수많은 비즈니스‘맨’ 사이에서 더욱 돋보였고, 취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능력이 빛을 발하면서 HP를 능가하는 개인 브랜드 가치를 가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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