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카메라 광고의 전지현, 엘지 사이언 광고의 원빈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CF광고이면서도 평범하지 않는 사진 몇 컷이 인상적이다. 한때 ‘연예인 프로필 전문가’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대중스타들의 사진을 많이 찍어온 이가 바로 광고사진계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사진가 '조선희'다.
 
이젠 이름만 들어도 척 알 수 있는 유명한 대중스타들이 조선희에게 사진을 찍히기 위해 제 발로 찾아오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처음엔 그들을 찾아가서 찍었다. 그것도 정식으로 세워놓고 찍은 게 아니라 스타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거리에서 쉬운 말로 ‘몰카’를 했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톱스타들이 그녀를 찾아온다. 재료비 빼고 하루 사진 찍는 ‘인건비’가 기백만원 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대단한 실력을 가진 그는 사진 전공자가 아니라는 점이 이색 이력이다. 대학의 사진동아리에서 사진을 만나고 치열하게 사랑했다. 사진을 전공하지 않은 사진가. 그러나 조선희에게 그것은 약점이 될 수 없었다. 비주류라는 꼬리표가 그녀에게 늘 따라다녔지만 그것을 부끄러워하며 위축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그럴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론이 가득한 책상 위 지식에만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현장에서 사진 찍고 잘못해서 날리고 실수하면서 온몸으로 사진을 배우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학교에서 이론부터 배우고 차근차근 알아나간 게 아니라 현장에서 부딪쳐 갈고 닦고 배운 케이스다.
 
사실 조선희에게 사진을 ‘배운다’는 표현은 어색하다. 사진을 너무 좋아했고 사랑했고 한마디로 미쳐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작가 김중만의 밑에 2년 반 동안 어시스턴트로 일하면서 누구보다 열정을 다해 일하고 배웠던 시절을 소중하게 추억한다.
 
그 과정에서 그녀의 사진이 인정받고 유명해지는 데는 좀더 다른 까닭이 있다. 그녀는 영화배우 이정재를 찍지만 결코 이정재의 사진을 찍지 않는다. 이정재의 사진이지만 조선희의 사진이다. 다시 말해 조선희의 눈으로 본, 그 사람의 삶이나 성격, 느낌이 들어 있는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의뢰하는 사람들이 얼굴에 티 하나 없이 예쁘고 멋지게 찍어주길 바라지만 그녀는 절대로 천편일률적으로 예쁜 사진, 고운 사진을 찍는 일을 거부한다. 꾸며서 예쁘게만 찍는 사진을 거부하고 그 사람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사진 스타일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녀의 사진이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자타가 그녀의 사진을 광고사진이지만 순수사진으로 보는 견해가 많은 것도 이 까닭이다.
 
지금도 그녀는 사진 찍을 때 가슴이 뛴다고 한다. 사진을 사랑하는 대상으로 느끼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피사체를 사랑하지 않고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지론 때문에 그녀는 오늘도 사진과 질기게 오랜 사랑을 이어오고 있다. 무엇을 하든 그 일을 기능적으로 배우고 익히는 것보다 미쳐서 사랑하는 연인의 자세가 되어야 진정으로 ‘뭘 한다’하고 명함을 내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람이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