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어머니상을 구현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두 배우를 떠올리라면 많은 사람들이 일치하는 의견을 낼 것이다. 김혜자와 고두심. 두 배우는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임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지만 ‘어머니’ 이미지와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지난 22년간 <전원일기>에서 어머니 역할, 27년간 부엌에서 요리하는 역할을 하며 C사의 조미료 광고 한 가지만 해온 전력, 그리고 굶주린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10년 넘게 빈곤국을 돌며 봉사활동을 해온 김혜자 씨는 그 한결 같은 어머니 이미지에 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

 

고두심씨는 연기생활 33년 동안 처녀 역할은 한번도 안해 봤다. 처음부터 아줌마나 어머니, 아니면 할머니 역이었고, 거의 대부분 어머니 역이었다. 질곡의 어머니, 바보 같은 어머니, 한 많은 어머니, 욕 잘하는 어머니, 싸움 잘하는 목욕탕의 때밀이 등을 맡아왔다. 지난 연말 방송사 연기대상 2관왕을 차지한 고두심은 수상 소감에서 ‘세상의 모든 어머니’에 대한 찬사로 세상의 자녀들을 감동시켰다.

 

대중문화가 소비하는 ‘대한민국 대표 어머니’상은 김혜자 씨가 먼저 구현했다. 그러나 김혜자가 구현해온 어머니는 고두심이 구현해온 어머니는 사뭇 다르다. 김혜자표 어머니가 자애로움과 후덕함을 대표 이미지로 가지고 있었다면, 고두심표 어머니는 억척스러움과 헌신적인 이미지다. 김혜자가 푸근하다면 고두심표 어머니는 절절하다.

 

영화 <인어공주>에서 입 거친 때밀이 엄마,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딴살림을 차린 남편을 둔 엄마, <한강수 타령>에서 남편을 일찍 여읜 생선장사 엄마 모두 억척스럽고 거칠기 짝이 없다. 아무데다 침을 뱉는 고두심표 어머니는 아무래도 김혜자표 엄마와 다른 느낌을 준다.

 

요즘 들어 고두심표 어머니 연기가 새삼 여러 대중문화평론가들 사이에서 화제다. 이것은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힘들다는 요즘의 경제상황과 조금은 관련이 있다. 힘든 상황에서 억척스럽게 혹은 헌신적으로 자식들을 간수하고 돌보는 가운데 의외로 김혜자표 어머니상보다는 가슴에 와 닿는다는 평가 때문이다.

 

배우의 브랜드는 사실 연기와 상관 관계가 크다. 그러나 스물세살 데뷔 때부터 줄곧 어머니 역할과 인연이 많은 부분을 거부하지 않고 꾸준히 그 역할에 깊이와 넓이를 더해온 그녀의 배우생활은 보는 이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전해준다.

 

사람이 오랜 세월 한결같기는 참으로 힘들다. 그것은 계속되는 치열한 자기관리 없이는 불가능하다. 브랜드는 일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일관성’이다. 모든 성공한 브랜드에는 한결같은 일관성이 있다. 아무리 실력을 갈고 닦으며 인간관계를 넓히고 나를 마케팅한다고 해도 꾸준하고 한결같은 부분이 없다면 결코 훌륭한 브랜드로 성장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늘 일관된 자세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그래서 청와대 안주인으로 가장 어울리는 이미지의 배우 1위로 고두심 씨가 뽑힌 것은 그녀의 이미지와 그녀의 브랜드가 어울려 만든 의미 있는 랭킹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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