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인연만큼 소중한 것도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훌륭한 선생과 제자의 인연은 더욱 아름다워 보입니다. 헬렌켈러와 설리번, 명의 허준과 유의태, 드라마 대장금의 한상궁과 장금이, 아테네 올림픽의 영웅 탁구선수 유승민과 김택수가 그렇습니다. 여기에 또하나의 아름다운 인연을 보태자면, 바로 중국요리의 대가 이향방씨와 대만의 요리명인 후 페이 메이(博培梅)의 만남입니다.
 
이향방씨는 화교 출신의 중국 요리 전문가로,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누룽지탕을 선보인 사람입니다. 최근엔 EBS 교육방송 <최고의 요리비결>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최고의 중국 요리를 보통의 가정에서도 어렵지 않게 해먹을 수 있는 노하우를 선보여 한결 친근해졌습니다. 이향방씨와 대만사람들이 꼽는 요리의 명인 후 메이 페이씨와의 만남은 중국 요리 특강을 위해 한국에 초청 받아온 후 페이 메이씨 통역을 이씨가 맡으면서부터입니다.
 
이런 계기로 두 사람은 굉장히 친해졌고, “나에게 중국 음식을 본격적으로 배워 볼래?”라는 후 페이 메이씨의 제의로 이향방씨와는 사제지간의 인연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곧 수양딸과 수양어머니 관계로도 발전했습니다. 두사람은 20년 넘게 여행을 다니며 음식을 맛보고 음식을 만들면서 서로가 한국과 중국의 음식 명인으로서의 자질을 쌓아간 것입니다. 후 페이 메이씨는 이제 5월에 작고했지만 “내 제자는 이향방 하나뿐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이향방씨는 "선생님이 없었더라면 자신은 그냥 평범한 식당 주인이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이씨는 예순을 눈앞에 둔 나이에도 웬만한 젊은이보다 더 부지런하고 더 열정적이라고 합니다. 지난 5월에 있었던 세계 요리대회에서 금상을 차지하기도 했으니, 그 상의 권위를 떠나서 나이는 열정과 관계가 없음을 잘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과 대만에서 최고의 중국 요리를 보여준 두 요리대가의 끈끈한 사제지간의 사랑 또한 우리들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어릴 때 선생님이 ‘하늘’ 같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하늘같은 선생님의 한 마디 칭찬이나 격려가 그 아이의 삶을 크게 달라지게 할 수 있습니다. 성인 역시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마음속에 스승 한 분을 모실 수 있으면 인생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인간적인 면으로나 직업적인 면으로나 도덕적으로 존경받고, 지혜로운 사람들 중에서 모델을 찾으십시오. 그러나 나이에도 성별에도 생존 여부에도 구애받지 않아도 됩니다. 윗사람, 동료, 혹은 나의 고객 등 실제 내 주변 인물이라면 더없이 좋겠지만 직접 만날 수는 없더라도 내게 무언의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먼저 스승은 내가 일하고 있는 분야나 일터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완벽함을 따르려 하지 말고, 그들의 지식이나 기술만을 얻으려고 하지말고, 그들의 탁월함을 닮아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들이 왜 이 일을 하는지, 그들의 인생관, 가치관, 비전, 사명에 대해 알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주변 인물이라면 한번쯤 그들을 식탁에 초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전기나 평전을 가진 사람이라면 여러 가지 자료를 통해 그 사람의 인생관과 철학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훌륭하고 닮고 싶은 인물이 많습니다. 굳이 이향방씨처럼 스승이 한 사람일 필요는 없습니다. <새의 선물> <마이너리그>의 은희경 작가만 해도 무명시절에는 세계의 위대한 작가 50명의 사진을 벽에 붙여놓고 작가가 되기 위한 의지를 태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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