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그리기 전에 '숲'부터 그리자


 
   "늦었다고 후회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너무 늦은 후회란 없다."
  
   이런 속담들은 살면서 우리를 안심시키고 위로하는 말이다. 조금 방황하게 되어도 비빌 언덕이 되고 한참 잘못 살았다고 생각해도 용기가 되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이 때때로 사람에 따라선 위로는커녕 못만 될지도 모른다. 이제는 떠나버린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로 그때 내 마음을 전했어야 한다던가, 부모님께 한번은 잘해드려야지 했던 불효자가 잘해드릴 사이도 없이 부모님이 돌아 가셨다던가 하는 경우에는 이 말이 참으로 부질없어 보인다. 후회를 만회할 대상이 없으니 그저 두고두고 한이 될 뿐이다.
 
   사람의 삶은 그렇게 예기치 못하게 '벌어지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준비 없이 무방비 상태일 때는 더욱 속수무책으로 일이 커지면서 수습하기 어려워진다. 이럴 경우 최소한 예측가능한 일에 대해서는 대비하지 못했던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도 앞서 말한 속담들이 비웃음처럼 들린다.

 

   이런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기 삶의 밑그림은 되도록 빨리 그리는 것이 좋다. 지금은 그림 그리고 있을 때가 아니라 행동할 때인데, 나는 너무 늦은 거 아닌가 하는 후회를 할 필요는 없다. 오늘은 내일보다 더 빠르고 젊은 때다. 후회가 아직 밀려오기 전, 바로 지금 그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예견된 후회라는 것은 없다.

 

   소설가 박완서는 <여성동아>에 소설이 당선되면서 40대에 등단했다. 학업 중에 있었던 6.25와 그 이후 출산과 육아의 시기를 다 보내고 그녀는 틈틈이 아이들 재워놓고 시작한 습작으로 그렇게 불혹의 나이에 새로운 삶을 만들어갔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말했다.
   "눈앞을 보기 때문에 멀미를 느끼게 됩니다. 몇 백 킬로 앞을 보십시오. 바다는 기름을 제거한 것처럼 평온합니다. 저는 그런 장소에 서서 오늘을 지켜보고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림은 큰 종이에 큰 붓으로 그려라. 바로 코앞의 즐거움과 코앞의 이득을 위해 내 시간을 버리고 결국 제대로 시작해보지 않은 내 그림을 망치는 일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림이 상상화라면 괜찮지만 공상만화는 곤란하다.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할 수 있는, 할 법한 그런 일을 중심으로 내 꿈을 터치하는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너무 세밀하게 그릴 필요도 없다. 굵은 선으로 그린 윤곽과, 조금 구체적인 부분이 필요한 데서만 중간 붓으로 그려주면 된다. 아무리 자기가 그렸다고 해도 세밀한 그림대로 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예측 가능한 부분은 굵은 선뿐이다.
 
   작은 공책에 코앞에 보이는 나무 몇 그루만 달랑 그릴 게 아니라, 되도록 큰 스케치북에 큰 전나무 숲 정도를 그려보자. 이 말은 곧 "부분을 보지 말고 전체를 보라"는 해석으로 통하지만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다. 나무 몇 그루만 달랑 그려놓은 그림은 곧 다시 그리고 싶어진다. '몇 그루 달랑' 때문에 왠지 허전하고 미진해 보여서 자꾸 다시 그리고 싶어지는 것이다. 늘 완성하지 못하고 부족한 그림만 연속으로 그리다가 날이 저무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시간은 자꾸 가는데.
 
   혼란스러울수록 멀리 보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나 사람의 인생 경영 그 모든 것에는 항상 굴곡이 있을 수밖에 없다. 높은데서, 그리고 멀리 떨어져서 보게 되면 변화무쌍한 세상도 질서정연하게 보일 수 있다. 현장을 제대로 파악함과 동시에 멀리 떨어져서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겸비해야 성공하는 리더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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