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넘어섰다

아무 생각 없이 잠시 텔레비전을 켜놓았다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게 만든 광고가 있었다.

“나는 130킬로의 레슬러였다. 패션모델이 되고 싶었다… 나는 나를 넘어섰다.” 이런 카피가 흐르는 모 기업의 광고에 눈이 머물렀다. 그 광고의 모델 김민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다.

그는 최고 130킬로그램까지 나간 적이 있는 전직 헤비급 레슬러였다. 그런 그가 전 세계 톱디자이너들의 옷을 톱모델들이 입고 나오는 세계 최고의 패션쇼 파리 오뜨꾸뛰르의 모델이 되었다. 오뜨꾸뛰르는 누구나 한번 꼭 서보고 싶어하는 꿈의 무대. 여성복 패션쇼인 이곳에 남자 모델이 서기란 더더욱 하늘의 별따기인데,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무명이었던 모델로 이 무대에 섰다. 레슬러에서 세계적인 패션모델로 거듭난 그의 인생 역전 드라마는 광고 카피 그대로 ‘나는 나를 넘어섰다’라는 표현으로만 압축할 수 있다.

레슬러로 크게 성장하겠다는 꿈이 스스로 있었고, 그러길 바라고 믿었던 가족과 친구, 주위 사람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네가 무슨 모델이냐”는 핀잔만 돌아왔고, 레슬링부 감독은 “정신 차리고 운동이나 열심히 하라”고 충고했다. 사실 레슬링에서 마음이 떠난 그가 새롭게 찾은 모델의 길은 극과 극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목숨을 내놓아야 할 정도로 살인적인 체중 감량을 해야 한다.

말이 쉽지 비만인 사람이 10kg 정도를 줄이는 데에도 피나는 싸움을 벌여야 한다. 더구나 운동선수는 운동으로 단련된 몸이기에 쉽게 빠질 군살이 있을 리 없다. 따라서 체중을 줄이기가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 역시 체중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특히 부상으로 운동을 조금만 쉬면 금세 살이 다시 쪄서 피눈물나는 노력을 해야 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었다. 아무리 좋은 의사에게 진료 받고, 운동 교습을 받고 시설 좋은 곳에 다녀도 목표를 이루겠다는 마음자세가 없으면 실패한다는 사실을 그는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그는 사진 몇 장과 출연한 뮤직비디오를 들고 파리로 갔다. 그리고 톱모델들도 무료로 서고 싶어한다는 무대에서 그는 당당히 최초의 남자모델로 우뚝 선 것이다.

세상은 광고 전쟁 시대이다. 나 역시 사람들에게, 회사에, 세상에 나를 알려야 한다. 세상이 나를 알아주거나, 회사가 인재를 알아봐 주길 기다리고 앉아있기보다는, 내가 나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때 비로소 나는 진흙 속에서 찾아낸 진주가 되는 것이다. 김민철은 자신을 이기면서 자신을 알린 사람이다. 그는 레슬러에서 모델로 인생 변신에 성공한 사람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것도 그저 그런 모델이 아니라 모델계에 파란을 일으킨 모델이다.

나를 이겼다는 것은 남에게 각인시키기 쉬운 스타일을 만든 것이다. 김민철처럼 머리가 아니라 몸을 움직이거나 발로 뛰는 이미지로 두 배 이상의 효과를 가져왔다. ‘몸으로, 혹은 발로 뛰는 사람’으로 나의 이미지가 만들어지면 몸값은 확실히 탄력을 받아 오른다. 브랜드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성공으로 가는 길엔 쉬운 일이 없다. 크든 작든 동산, 야산, 고산 등 크고 작은 자기와의 처절한 싸움이다. 그것을 이겨내고 산을 넘는 일이 곧 나를 자연스럽게 알려나가는 길이 된다. 자신이 ‘젊다’ 혹은 ‘아직도 젊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노력은 더더욱 필요한 살이 되는 영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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