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람을 미워해 본 적 있어요?”

“당연하지.”

“아버지도 미워요?”

“그럼!”

 아들과의 대화에는 필자 나름 원칙이 있다. ‘묻는 말에만 답하고 절대로 되묻지 않는 것’이다. 사실 ‘왜 이런 말을 하는지’ 그 상황이 궁금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궁금해서 되묻거나 다그치면 아들이 다시는 이런 말을 못 해 마음을 닫을 것 같아 듣는 편이다.

 그래서 다시 물을 때까지 기다린다. 필요에 따라 그 시기가 빨리 오기도 한다. 또 스스로 해결이 되거나 상황이 나아지면 그 이야기는 다시 나오지 않는다. 조금 유치한(?) 비유이지만 연애할 때 전략과 비슷한 느낌이다.

 연애에도 하수와 고수가 있다. 하수는 상대방에게 무조건 기분에 맞추어 잘 하려고만 한다. 그렇다보니 바로 식상해져 매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반면 고수는 잘하다 못하다가를 반복해 관계를 다소 긴장감 있게 만든다고 한다.

 얼마 전 단골 카페에서 있었던 일이다. 옆 테이블 대화가 귀에 쏙! 쏙! 들어오는 것이다. 50대 여인이 부부로 보이는 남녀에게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조곤조곤 목소리가 크지 않은데도 이미 필자 귀는 그 쪽으로 기울여있었다. 아마도 공감되는 말이 적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아무도 믿지 마!”

“많이 힘들었구나.”

“나 힘든 소리 이야기해봤자 뒷소리 나지. 정말 진심으로 생각해 주고 위해 주는 사람 하나도 없더라!”

“그래. 그래.”

 계속 들었다. “아무도 믿지 마!”라고 힘주어 강조하는 여인이 한 말이다. 20대 아들이 소통이 안 되서 자기 친구들과 고민을 나누었다고 했다. 그녀의 아들은 대학졸업을 하고도 취업 준비를 하지 않고 몇 달 째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좋은 말로 타이르면 듣지도 않고 큰소리로 말하면 또박 또박 한마디도 지지 않고 말대꾸를 한단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말을 들은 친구들의 반응을 이야기 했다.   “너 많이 예민하구나!”,   “야, 인생 다 그런 거지.”,   “우울증 아냐? 병원 가서 우울증 치료 한 번 받아봐.”

다시 그녀는 원망하듯 말을 이어갔다.

“모두 나를 가르치려 들어!”

“아무도 믿지 마!”

“너무너무 밉더라!”

심리학자 딕 티비츠 박사의 저서 ‘용서의 기술’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는 대부분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 대해 계속 원망하는 마음을 품게 된다. 그리고 원망하는 마음을 품으면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된다. 그것은 오히려 자신을 비참하게 만든다. 그리고 남을 용서하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 고 했다.

필자 아들이 다시 말을 해왔다.

“엄마! 엄마는 사람이 미울 때 어떻게 해요?”

“실컷 미워하지!”

“네?”

그리고 차근차근히 필자만의 <용서의 기술>을 팁으로 주었다.

“미울 때는 미워해야지. 그래야 ‘내 마음이 틀린 게 아니다’ 라고 위로 받는 것 같단다. 그러고 나면 바로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 왜냐하면 그 사람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내가 그 사람 마음에도 들지 않았을 테니까. 결국 나는 그 사람을 미워야 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질문하면 자격이 없다는 걸 알게 되거든.”

 미워하고 싶을 때는 잠시나마 실컷 (마음속으로) 미워했으면 한다. 그러고 나면 우리 감정은 부정적인 생각과 속상했던 말 그리고 나쁜 기억을 하나씩 떨쳐내려는 욕구가 생기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는 그것을 감정에도 자정(自淨)작용이 있다고 본다. 이를테면 ‘스스로 부정적인 요소들을 정리하려는 마음가짐’인 셈이다.

  ‘미움 받을 용기’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미워하고 싶을 때 미워하는 것도 용기다. 미움의 대상이 있는가? 잠시 눈을 감고 속으로 실컷 미워해 보자.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믿어 주자.

 그렇게 감정에 충실하다보면. 우리가 ‘미워할 자격’이 있는지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 반드시 올 것이기에!

Ⓒ20190416이지수(jslee308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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