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맛있는 사과를 먹자





여러 가지 크기와 종류의 사과가 일곱 개씩 두 바구니에 담겨 있다. 좋은 품종에 한눈에도 아주 맛있어 보이는 것도 있고, 윤기도 없고 작은 것이 대번 신맛이 날 것 같은 것도 있다. 이 사과를 먹어도 좋다고 허락을 받은 두 사람이 있다. 이들이 사과를 골라 먹는 방법을 들여다보니 아주 정반대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서 흥미롭다.





A는 가장 신맛이 날 것 같은 맛없는 사과부터 먹어 나갔다. 그의 바구니엔 점점 좋은 것만 남게 되었다가 마지막에 가장 좋은 것을 먹었다. 그러나 B는 가장 한 입 베어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맛있어 보이는 빨간 사과부터 먹기 시작했다. 그의 바구니엔 점점 맛없어 보이는 사과만 남게 되고 결국 나중에 가장 못나고 시퍼런 사과를 먹게 되었다.





두 사람에게 각각 왜 그렇게 먹기 시작했는지 물었다. A는 가장 맛있는 사과를 아껴두었다가 가장 나중에 먹고 싶어서 가장 맛없어 보이는 사과부터 먹기 시작했다. 일곱 개 중에 가장 맛없어 보이는 것, 여섯 개 중에 가장 맛없어 보이는 것…하는 식으로.

그러나 B는 그냥 맛있는 것부터 먹기 시작했기 때문에 자신은 일곱 개 모두를 맛있게 먹었다고 말했다. 일곱 개 중 가장 맛있어 보이는 것, 여섯 개 중 가장 맛있어 보이는 것…하고 찾다보니 모두 맛있더라는 말이다.





슬그머니 웃음이 나는 대목이다. 무엇이든 풍족하지 않았던 기성세대들은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 법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시절 가장 맛없는 것부터 먹는 아이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좋은 것을 아끼고 싶은 심정이 손에 잡힐 듯한 선택이지만, 생각해보면 그게 결국 끝까지 가장 맛없는 것만 골라 먹는 일이 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하던 때였다.





일도 그렇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공적, 사적인 일 중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 꼭 내가 해야 하는 장한 일, 남들이 꺼려해서 내가 솔선수범할 수 있는 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목표점이 높은 일, 등을 골라 하기 시작하면 나는 언제나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만 하는 거고,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만 하는 것이고… 늘 목표점이 높은 일만 하는 것이다.





마음은 행동을 지배한다. 아무리 어려운 일도 내 마음속에서 이 일의 성격을 어떻게 설정해놓고 일하느냐에 따라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고, 의외로 해볼 만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심리적인 이유 때문에 배가 아픈 아이에게 배꼽 아래쯤 고약을 떡 하니 한번 붙여줘보자. 대번 아픈 배는 감쪽같이 낫는다. 고약의 실제 효능과는 관계없이 아이의 심리적인 불안이나 불만을 잠재우는 것으로 고약이 설정된 이상 그 효과는 탁월하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조금 더 폼나게 하는 것은 어떤가. 일을 내가 좋아서 하는 일로 설정하고 내가 즐겁게 하는 일로 컨셉을 잡는 것이다. 물론 그래도 속이 다 타도록 일을 해야 하는 경우는 늘 생기지만 일단 마음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먹음으로써 다 타버릴 것 같은 상황을 그냥 먹음직스럽게 노릇하게 익히는 것으로 끝낼 수도 있지 않을까.





사회 안에서 자기 자리를 확고하게 지키며 제 색깔을 내는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이란 그렇지 못한 사람과 사소한 데서 차이가 난다. 사과를 끝까지 맛없는 것으로만 먹어갈 것인지, 끝까지 맛있는 것으로 먹어갈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차이와 같다. 그것은 타인에게 자기 브랜드를 서서히 각인시키는, 곧 색깔을 조금씩 입히는 작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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