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가을이 깊어갑니다.

문득 작년에 국립극장 행사에서 들었던 해금 연주가 생각납니다. 청아하고 그윽한 해금 소리. 달빛 푸르게 받으며 옥상에서 연주하던 그 해금연주자의 긴 머리도 기억에 남구요. 가늘게 떨리는 그 소리는 햇빛 받아 반짝이는 강물을 닮았다고나 할까요. 오늘밤엔 해금 CD를 찾아 들어보렵니다.

저는 추석 연휴 동안 무리한 탓인지 건강에 적신호가 와서 고전 중이랍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각별히 몸관리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이 가을도 만끽하실 수 있지요.

신나는 월요일이시기 바라며, 혹은 슬럼프에 빠진 분들이 있다면 도움되시라고 칼럼 드립니다. 행복한 10월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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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 이렇게 이겨보자


아, 정말 힘들다, 일이고 뭐고 박차고 일어나 떠나고 싶다, 하루가 왜 이렇게 길까, 아무 생각 없이 쉬었으면 좋겠다…. 정말 일하기 좋은 계절인데 나는 하루 종일 이런 생각에 빠져있지 않은가. 신입시절의 그 패기와 열정, 겁 없는 자신감은 온데 간데없고 그저 병든 닭 같은 신세라면 당신은 심각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남들은 잘 모른다. 어디 살이 찢어져서 아픈 것도 아니고 뼈가 부러져 아픈 것도 아닌데, 야금야금 내 에너지와 열정을 갉아먹고 있는 이 정체 모를 수렁. 이것을 이겨내고 나가는 방법이 여기 있다.



덮어놓고(?) 나에게 맞춰라


369게임에 걸려든 것이다. 슬럼프가 3년, 6년, 9년차에 식으로 찾아온다는 369게임. 이럴 땐 나를 일과 실적의 페이스에 맡기기보다는 먼저 일이나 실적 그 밖의 스케줄을 나에게 맞춰보자. 내 호흡에 맞게, 내가 버겁지 않은 기분이 들 정도로 편안한 속도와 여유로 조정하는 것이다.


36세의 J씨는 무기력한 깊은 수렁에 자신이 빠졌다고 느꼈을 땐 일단 계산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나를 거기서 건져내는 일이 우선이라 생각하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한다. 그녀는 만나서 즐거운 사람, 만나고 싶은 사람, 보고 싶은 사람, 내게 힘이 되는 사람들을 위주로 미팅스케줄을 잡고 그들에게 어떤 영업적 효과 같은 것을 전혀 기대하지 않고 편안하게 만난다. 평소 일 때문에 마냥 편안하지는 못하게, 늘 쫓기듯 만났던 사람이라면,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편안하게 계산하지 않고 인간적인 정을 나눈다.


34세의 S씨는 평소 얌전하고 깐깐한 스타일에 철저한 자기관리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상당히 절제하는 사람이다. 그런 S씨는 일이 잘 되지 않는 날이 길어지고 지치고 힘들 때면 의도적으로 아주 딴 사람처럼 변해버린다. 평소 기분 좋은 일, 기분 좋게 했던 일, 할 땐 몰랐는데 하고 나니까 기분 좋았던 일들을 샅샅이 찾아내서 그것을 맘껏 해본다고 한다. 마음이 통하는 오랜 고객이랑 편안하게 언니 동생처럼 오랜 시간 수다도 떨고, 평소 비싸서 생각지도 못한 우아한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늘 아나운서 스타일의 똑 떨어지는 정장 차림만 고수하던 그녀는 조금은 발랄하고 생기 있는 옷차림으로 출근하여 인사도 먼저 활발하게 건네고 동료들에게 커피 서비스도 한다. 자신이 기분 좋아질 일을 끊임없이 생각한다는 게 그녀의 비결이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위한 일에 힘을 쏟다보면 어느덧 기분이 좋아지고 열정도 다시 불붙은 기분이 된다고 한다.



내게 프로포즈하라


한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사원 C는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나오려다가 한 사람 때문에 흠칫 놀랐다.

“너, 오늘 보니 참 예쁘다. 화장도 잘 먹었는데…. 무슨 좋은 일이 있군. 그래. 하긴 넌 언제 봐도 늘 멋져. 생기 있고 의욕적이고 늘 뭔가 하려고 하는 의지가 엿보여서 좋아. 그래. 요즘처럼만 해. 넌 요즘 아주 잘 하고 있어. 난 네가 언제나 힘들어도 잘 이겨낼 거라고 믿어. 오랫동안 널 보아왔기 때문에 난 널 잘 알거든. 잘 할 수 있어. 그래. 오늘도 아자!”


주먹까지 불끈 쥐어 보인 이 여성은 곧 어깨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 내고는 밖으로 나갔다. C는 좀 놀라웠지만 호기심도 나서 얼른 사무실로 돌아와 그 단정한 투피스 차림의 여성에 대해 정보를 얻기 시작했다.


“아, L씨! 이 빌딩에서 그 사람 모르면 간첩이야. 지난 해 판매왕이거든. 이것 때문에 유명한 것만은 아냐. 늘 밝고 예의바르고 적극적인 성격이고 자원봉사 같은 걸 오래 해왔다고 해. 그런데 L씨는 왜에? 화장실에서 무슨 소리라도 들었어?”


L씨는 늘 자신을 사랑하는 말, 자신을 신뢰하는 말, 자신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말을 사람들 의식하지 않고 재미있게 지어내서 하는 걸로 유명하단다. L씨는 한번 그렇게 하고 나면 굉장히 힘이 나고 의욕이 생긴다며 모두들 한번 해보라고 익살을 떨기도 한다는데, 그 모습을 처음 본 사람은 유치하다며 입을 비쭉거렸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나도 한번?’ 하고 생각해볼 정도라고 한다.


조금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많은 이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이론 열 가지보다 한 가지를 실천하는 용기가 자신을 놀랍게 변화시킬 수 있다. 유치하지만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는 말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만큼 효과도 크다. “난 안 돼, 난 못 났어” 하는 생각을 속으로 하면서 나를 병들게 할 것이 아니라, “넌 잘해. 넌 할 수 있어. 지난번에도 해냈잖아” 하는 칭찬을 소리 내서 내게 하라. 신입사원 시절의 패기가 되살아날 것이다.



머리를 쓰지 말고 몸을 써라


어떤 원인으로 생긴 무기력이든 만병통치약처럼 쓰이는 한 가지 처방약이 있다, 그것은 운동이다. 손 하나 까닥하기 싫은데 무슨 일이냐고 하겠지만, 일단 손 하나라도 까닥하기 시작하면 사는 자세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특히 정신적인 스트레스, 사람과 부딪쳐 생기는 스트레스가 많은 일일수록 이 처방은 확실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농부나 건설노동자, 청소부 같이 몸을 써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일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가 훨씬 적을 것이 분명하다. 몸을 쓰면 몸 자체가 피곤할지는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개운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산소를 몸속에 많이 넣어준다는 것은 몸을 추스리는 것이며, 따라서 정신을 가다듬는 기회를 준다. 어쨌든 사람은 몸과 정신이 분리될 수 없는 동물이다. 몸을 왕성하게 움직이면 정신적인 충만감이나 행복감이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가까운 헬스클럽이나 문화센터 강의에 등록해 보라. 재즈댄스도 좋고 댄스스포츠도 좋다.


운동이 싫다면 일을 완전히 잊을 수 있는 신나는 외출이나 여행을 해보라. 동성 친구끼리 하는 부담 없는 여행도 좋다. 아니면 피부관리실 같은 곳에서 몸을 완전히 릴렉스하게 두고 정기적으로 마사지를 받는 것도 좋다. 그리고 생활의 속도를 한 템포 줄이고 단순하게 사는 것도 비결이다. 정말 필요하지 않은 약속이나 모임을 접고 쓸데없는 일을 줄인다. 날을 잡아 컴퓨터 파일을 정리하고 책상 속이나 위, 그 주변을 말끔히 정리해서 버릴 것을 완벽하게 버린다. 그리고 모호한 큰 계획에 숨막히지 말고 목표를 여러 개로 쪼개서 하나씩 도달하도록 하자. 또한, 잃어버린 의욕을 되찾았다 하더라도 스스로 너무 많은 부담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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