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의 마중물] 잘 나가는 자신이 최악의 부서 책임자가 되었더라도!
 “전국에 영업조직 30개 중에서 Top 3에 들었던 내가 왜 하필이면 최하위 부서 책임자가 되었을까? 처음에는 생각만 해도 화가 났어요”라고 A국장이 필자에게 이야기했다. 그는 전(前)부서에서는 성과를 초과 달성해 소속직원들에게 성과금을 두둑이 주었다. 새로운 부서에 오니 팀장급 직원만 5명이 결원이었다. “제가 어떻게 하였을까요?” 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우선 전임자인 B국장의 업무스타일 및 직원들과 소통을 점검했다. 전임자는 영업실적 등 성과를 가장 중요시 했다. 영업 조직 특성상 매달, 분기별 등 실적이 중요함은 틀림없다. 그러나 실적을 내는 구성원들의 사기관리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그는 진단했다. 그래서 직원들은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팀장이 5명이나 공석이 된 것이다. 그는 직원의 사기가 오르면 실적은 자연적으로 오른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건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솔선수범했다.

  첫째, 그는 직원들의 마음을 얻는데 중점을 두었다. 그가 제일 먼저 시행한 것은 매주 월요일 회의를 격주 수요일로 바꾼 것이다. 사실 직장인에게 월요일 회의는 주말에 편히 쉬지 못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준다. 그리고 어렵게 시간을 내어 워크숍 겸 여행을 함께 다녀오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그리고 공석인 팀장 신규 채용도 구성원과 함께 신속히 진행하여 그들의 어려움을 덜어 주었다.

  둘째, 직원들에게 관점을 전환토록 했다. 우수한 성과를 내는 조직에는 배울만한 특성이 있다. 본인이 전에 근무했던 부서에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다. 직원들이 다녀와서 놀랐다고 했다. 왜냐하면 사람을 편하게 대하면서도 존중해주는 마음을 느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할 때는 말 할 것도 없고 그들이 돌아왔는데도 연락을 해서 “사무실 잘 도착하셨나요? 불편은 없으셨나요? 추가로 도와드릴 사항이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주세요” 등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자신들과 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A국장은 처음에 인사부서를 원망하다가 결국은 <자신이 해결해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 변화의 출발점이었다. 순환보직이 회사방침이라면 자신이 어느 곳에서라도 최선을 다해 소속직원과 함께 성과를 올리면 되겠다고 다짐했다, A국장의 이전부서는 서울이 아니었고 지금은 서울의 모 지역 책임자이다. “이곳에 처음 와 보니 서울 직원들은 상황상 다른 지역 직원들과 다르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지역마다 책임자와 직원 간 소통이 다른가요?” 라고 다소 의아한 질문을 했다.

  지역에 따라 소통방법에 다른 요소도 있겠지만 책임자인 리더가 구성원을 어떻게 대하는가? 즉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소통의 시작점에서 그들의 감정을 어떻게 읽어주느냐에 따라 소통의 끝이 다르다. 구성원이 리더를 진정으로 존경하느냐가 관건이다. 우선 내가 소속직원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는가? 생각해야 한다. 자기 리더를 존경한다면 따르지 않을 직원이 어디 있겠는가?

  조언과 경청 관련 필자에게 감명을 준 이야기가 있다. “부탁받지 않은 조언과 충고는 비난이다” 코칭 전문가 김종명 코치의 말이다. 그는 “그저 들어주기만 해도 된다. 굳이 답을 주지 않아도 된다” 고 강조했다. 직원들이 리더에게 불만을 토로하거나 건의사항을 이야기하는 속내는 자기가 처한 상황에 공감해 달라는 이야기일 경우가 많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을 참는 연습을 계속하고 있습니다”는 A국장 말이다. 그가 잘 한 것은 소속직원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그들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를 살려준 것이었다. 그는 확신하고 있다. 연말이 되면 그가 원하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김영헌 / 경희대 겸임교수, 前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