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나무

 등꽃만 보면 정신없던 그 향수를 떠올렸다
지분냄새라고 자위하며 애써 외면했다
그 기억을 벗어날 즈음 흰등꽃을 보기 원했다
이래저래 등꽃만 보면 내 어리숙함 불쌍하다    등대꽃

  앙증맞고 아름답고 신기하고 향기로운 꽃
아무리 훌륭한 등대라도 필요할 때 있어야지
자주 볼 수도 없고 필요할 때 안 보이면
아무리 양귀비 클레오파트라라도 소용없는 법    등대풀

 포근한 요람 속 옹기종기 귀여운 등대풀
등대처럼 거기에 꼭 붙어 나무처럼 사는 너
네비게이션이 지천인 지금도 등대가 필요할까
21세기에는 등대도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등심붓꽃

 가녀린 몸매에 어찌도 그리 예쁜 얼굴이
나지막한 키에 단촐하고 단아하고 기품이 있구나
그 꽃 하루만에 피고 지는 하루살이라니
미인은 박명이라는말 틀리지 않나 보다    등칡

  참 묘하게도 생겼다
네 얼굴 생긴 것 네 몫이니 할말 없다만
수십만 가지 얼굴 중 절대 잊혀지지 않을 모습
멋지게 섹스폰 연주 한 곡 들려 주렴    딱지꽃

  아무 데서 아무렇게나 피고 지며 엮인 사랑
강물은 흘러가도 강은 남는 것
물처럼 세월 가고 추억만 남았으니
그 딱지마저 떨어지면 새살 난다 하더라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