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의 톱다운 협상, 기대된다!

 

야구는 감독이 하는 것일까, 선수가 하는 것일까?

선수 기용이나 작전 지시 등 감독의 역할이 지대하다는 점에서 야구는 감독이 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반대 편에서는 공을 던지고 치는 것은 결국 선수가 아니냐며 맞선다. 작전야구와 자율야구로 불리는 두 관점은 각각 탑다운과 바텀업을 설명한다. 또 한 편으로 보면 야구 경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상황에 일일이 개입하는 감독은 거의 없다. 반대로 모든 것을 전적으로 선수 자율에 맡기는 감독도 없다. 대개는 게임이 잘 풀릴 때 감독은 선수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믿고 진행하지만, 위기가 닥치거나 게임의 흐름을 바꾸어야 할 때는 감독이 적극적으로 나선다. 그렇기 때문에 자율야구와 작전야구의 양 극단을 가는 감독이나 선수는 없다. 왜냐하면 야구는 선수와 감독이 같이 하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북핵 협상은 안보담당 실무진이 해야할까, 문재인-트럼프-김정은과 같은 각 국의 정상들이 나서야 할까?

이제는 대통령들이 나서야 할 때이다. 야구로 본다면 지지부진한 게임의 흐름을 바꾸어야 할 때이다. 이미 세 나라는 1950년부터 지금까지 평화를 위한 협상을 수없이 해왔다. 하지만 변화는 미미했다. 더 이상 실무진에 맡겨놓는다고 해서 진전이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물론 한국이나 미국처럼 어느 정도 민주적 절차가 공고하게 갖추어진 나라에서 대통령이 독재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지는 않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북한-미국 간의 세부적인 협상은 꽤 많았다. 그건 세부적인 절차가 문제가 아니라, 전략적 결정을 해야할 시점이라는 뜻이다. 야구로 보면 작전타임을 불러서 감독이 적극적으로 작전을 내야할 때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미국에 트럼프라는 성격급한 대통령이 있음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만일 우유부단하고 느긋한 성격의 대통령이라면 아마 지금처럼 서두르지 않았을 것이다. 또 미국으로서는 남한이나 북한처럼 서둘러야 할 이유도 많지 않다. 오히려 급한 것은 남북한이다. 그런 시점에서 트럼프가 ‘빨리 빨리’해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좀 더 세게 밀어 부쳐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남북한이 맞딱뜨리고 있는 경제적인 위기는 하루빨리 서로를 도와가며 새로운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이해야 하는데, 사회적 분열과 경제적 잠재력이 점점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기에는 탑다운방식이 필요하다.

그 동안 실무진들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수 많은 조항들을 서로 조화시키면서 양측의 불만과 요구조건을 맞추어야 하는 모순들에 접해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이 우리에게 위기가 아니라면 이런 세월아 네월아 하는 식의 협상을 지지부진하게 끌어가도 된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모두 위기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기업경영에서도 M&A와 같은 전략적 결정은 늘 사장이 결정을 내리고 강력하게 추진하는 탑다운(top-down) 방식이지, 담당자에게 세부사항과 추진계획을 세우고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실행하는 바텀업(Bottom-up)이 아니다.

북한 핵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들은 이미 남북한이나 미국도 다 안다. 그만큼 오래된 사안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검토하고, 연구발표한 사안들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정권을 잡은 이후에도 양 측의 실무진들이 검토하지 않은 사항이 없다. 이제는 그 사안들이 상충하는 것들에 대한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만 남았다. 그 일은 한반도와 미국의 관계는 물론이고 동북아시아 전체의 장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그 결정은 담당자들이 아니라 대통령들만이 할 수있다. 담당자들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최고 정상에게 주어진 역할이기 때문이다. 조직 최상층부로 갈수록 조직 전체에 대한 책임감의 차원이 다르고, 경험과 통찰력의 수준도 다르다. 조직 내 상충하는 이해 관계를 조정할 객관적 판단력이나 실행에 필요한 권위를 따져봐도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북한 핵에 대한 고민은 충분히 해왔다. 이제는 빠르고 즉각적인 실행이 더 필요하다. 탑다운이나 바텀업 모두 완벽한 의사결정 도구는 아니다. 하지만 완벽한 타이밍이나 놓친 타이밍은 있다. 그리고 그 타이밍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최고 경영자, 최고 지도자가 할 일이다. 지금이 북핵을 해결하기 위한 완벽한 타이밍이 아닐지는 몰라도, 적어도 적절한 타이밍을 놓칠 수 있는 기간이기는 하다. 더 오래 끌다가는 인도-파키스탄처럼 서로 핵으로 위협하면 실제적인 전쟁을 할 수있는 더 큰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어쩌면 트럼프, 문재인, 김정은에게 이런 탑다운방식보다는 담당자들이 잘 협의해주었으면 개인적으로 더 나을 수도 있다. 실패의 부담이 더 크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이 세 사람은 그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서 하고 있다. 그게 우리에게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리더십은 인기가 아니라 성과라는 말이 있다. 우리에게 완벽한 합의는 아니더라도, 차선책이라도 합의가 나오면 박수칠 일이다.

그 다음 어서 빨리 자리털고 일어나서 그들이 이루어놓은 일에 숟가락 얹을 방법을 고민하면 된다. 일은 남북한-미국이 했는데, 남이 먼저 퍼먹으면 배가 아플 일이다.

그 숟가락 얹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책으로 엮었습니다. 3월초 발간 예정입니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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