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회사의 한 대표님 인터뷰를 보다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미국에서는 LPA를 수정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투자를 용이하게 돕고 있습니다.”

짧지 않은 인터뷰의 내용 중 이 말은 그저 ‘지나가는 한 마디’ 정도의 비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은 내가 본 연재를 시작하는데 큰 동기가 되었다. 혹시라도 누군가 이 인터뷰를 보고 영감을 받아 ‘미국처럼 LPA를 바꿔서 투자가 쉽게 하라’는 설익은 디렉션을 내릴까봐.

결론부터 말하면, 이 말이 가져올 두 가지 오해를 조심해야 한다. 첫째, LPA라는 것을 고쳐봤자 블록체인 및 각종 코인은 투자가 용이하지 않다는 것. 둘째, 미국이 코인에 포커스를 둔 블록체인 산업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는 말은 오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두 가지 모두 다시 Tax 이야기 이다.

LPA란 일종의 사적 (Private) 계약이다. 투자를 유치하는 쪽이, 투자를 고려하는 쪽에게, 돈(Funding)을 받으면 어떠한 방식으로 굴려주겠다는 약속, 그 굴리는 기간 동안 너는 이런 의무가 있고, 나는 이런 의무가 있다는 당사자 간의 약속 등을 기재하는 계약이다. 이 사적 계약의 내용이 불법적인 내용, 가령, 도박을 통해 돈을 불려주겠다는 등의 '법령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당사자 사이에서는 유효하다. 다시 말해, LPA만으로 즉각적인 유효성을 인정 받으려면, '법령의 테두리'가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 법령의 테두리에는 각 국의 세법(Tax)은 물론, 외국인 투자자와의 관계를 규율할 OECD Guideline, BEPS Rule등 국제조세에 관한 각종 법령도 포함 된다.

이제, 그저 LPA가 만능일 수 있는지 보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코인(Digital Asset)에 직접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각자의 사적 계약에서 열어 둔다고 해도, 당장, 투자의 의사결정으로 인하여 얻게 되는 이익의 성격이 어떤 성격의 수익인지 따질 수 있어야 한다. 투자자와 운용 담당자 사이에서 그 수익을 배분할 방법에 관하여 의사결정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코인(Digital Asset)의 양도 차익 등의 성격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세법에서 주로 다루게 되는데, 앞선 회차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서처럼 아예 처음부터 자산의 한 종류로 포섭하지 않은 국가도 있지만, 일단 가능성을 열어두되, 화폐도 아니고, 증권도 아니고, 일반 자산(Property)라는 정도로 뭉뚝하게 내버려둔 국가가 많다. 미국도 그 경우에 해당한다.

일단, 미국을 가정하자.

일반자산에 해당하는 투자로 인정될 것이다. 이 경우, 이 자산에 대한 원천징수는 최고세율(21%)에 해당할 것이다. 100을 벌면 79원이 일단 들어오게 된다는 것. 그렇다면, 미국 운용 담당자에 대한 LPA에 서명한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100을 벌 것으로 생각했는데 79를 벌게 되었으니, 79에 대해서는 더 이상 과세 당하지 않고, 오히려 모국에서 외국납부세액에 대한 환급 신청을 하고 싶을 것이다.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한 각종 조약(DTA) 등에 의거, 지극히 당연한 요청이고, 반드시 거쳐야할 수순이긴 한데, 그 과정은 험난할 것이다. 왜냐하면, 외국에서 일어난 코인(Digital Asset)에 대한 투자 자체가, 해당 국가에서 인정되지 않는 투자라면, 그 투자에 대한 환급을 인정해 줄 것인지 말 것인지의 문제는 일반적인 수순을 그대로 적용하는데 여러 가지 난관을 만나게 될 것이므로.

결국, LPA만 고친다고 투자가 장려되긴 어렵다.

일단 돈을 쏘더라도, 그 돈은 집행되기 어렵고, 그저 묶여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다보면, 본래의 투자대상범위를 수정해야 할 것이고, 궁극에는 코인에 대한 직접 투자를 포기하고, 그 대체투자대상을 물색하는데 많은 공수를 들이게 될 수도 있다. 결국,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에 활성화를 가져오기보다는, 기존 금융판으로 다시 돈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LPA보다 급한 것이 Tax (세법)란 말이었다. 세법적으로 틀이 마련되면, 마련된 쪽으로 돈이 돌고, 그 돈이 해당 국가의 블록체인 생태계에 큰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해당 국가의 큰 재원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장밋빛 미래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는 LPA라는 사적 계약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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