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실칼럼] 그래미 어워드 BTS와 수상소감 APEC공식
그대로 읽자니 식상하고 외우자니 걱정되는 수상소감

새해를 맞이해서 감사해야 할 일이 많아진 분들이라면 공감할 거다.
감사한 마음을 제대로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개인적으로도 쉽지 않지만 공식적으로 많은 사람 앞에서 감사함을 전달하는 것이 어렵다.
특히, 수상소감을 해야 할 경우에는 더욱 생각이 많아진다.
미리 원고를 써놓기도 하는데, 그대로 읽으면 식상할 것 같고 외우자니 혹시 기억이 안 날까 봐 걱정이 앞선다.
수상 소감 멋지게 하는 사람들처럼 짧지만 존재감을 확실히 살리고 싶은데 많은 사람 앞에서는 눈앞이 캄캄해진다.

소감 스트레스에서 구원해준 소감공식 ‘APEC’

오랫동안 많은 대중 앞에서 강의해온 나조차도 수상소감을 해야 할 때마다 늘 긴장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 시간 이상 진행하는 강의와 5분 이내의 짧은 소감 전달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럴 때 마다 기억하는 4단계가 있다.
소감 스트레스에서 구원해준 소감공식 ‘APEC’이다.
APEC은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와
머리글자는 같되 의미는 다르다.

A(Attention) : 관심 끌기
P(Point): 핵심 주기
E(Example) : 사례 풀기
C(Conclusion): 정리하기

Attention : 관심 끌기 단계

칼럼니스트 대상을 수상했을 때 소감을 예로 들어보자.

A(Attention) : 관심 끌기
“정말 영광입니다. 제가 수상소감을 두 개 준비했는데요.
하나는 긴 것이고 다른 하나는 더 긴 것인데 어떤 것으로 할까요? “
이런 식으로 청중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관심을 끌었는데 반응이 괜찮았다.

Point : 핵심 주기 단계

P(Point): 핵심 주기
“칼럼을 진행하면서 저는 세 가지 매력에 빠졌습니다.
첫 번째가 배움의 매력인데요.
각 분야의 칼럼니스트 분들을 통해 세상을 보는 지혜를 배웠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성찰의 매력입니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칼럼은 제게 생각을 디자인하게 한 성찰의 공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소통의 매력입니다.
“독자 분들과 소통하면서 칼럼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Example : 사례 풀기 단계

E(Example) : 사례 풀기
“조회 수 5만 건이 넘는 경우도 경험하고 또 칼럼에 대한 생각을 메일로 보내주는 해외 독자 분들을 만나면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칼럼의 위력을 새삼 느꼈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빠른 해외 독자의 피드백은 뉴욕에 사시는 분으로 칼럼을 올리자마자 거의 3분 만에 메일을 주신 경우였는데요. 내용은 이랬습니다.

‘늘 칼럼 잘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옥의 티! 오타가 하나 있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읽기 전에 수정해 주실 거지요?
그리고 이 말도 꼭 하고 싶네요. 다음칼럼이 자꾸 기다려져요‘

Conclusion : 정리하기 단계

C(Conclusion): 정리하기
“독자분의 이러한 섬세한 소통의 매력이 제게 칼럼을 쓰게 하는 큰 원동력이 되었고, 새해에는 독자 분들께 더욱 매력적인 칼럼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이렇게 APEC 4단계를 기억하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라도 조금은 더 수월하고 흥미롭게 수상소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A(Attention) : 관심 끌기
P(Point): 핵심 주기
E(Example) : 사례 풀기
C(Conclusion): 정리하기

아울러 세계적인 시상식의 수상소감을 챙겨보면 좋다.
센스 있는 수상소감을 연구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열린 제 61회 그래미 어워드(2019 그래미 어워드)도 좋은 공부가 된다.

2019년 그래미 어워드에 시장자로 참가한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은 ‘페이크 러브’를 배경 음악으로 등장해서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 주요 부문 시상을 했는데 자랑스러웠다.
한국인으로서 그래미 어워드 참석은 최초라고 한다.
BTS의 소감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음악을 하며 그래미 참석을 꿈 꿔왔고, 오늘 꿈을 이뤘다. 그래미에 다시 오겠다””라고 했다.
APEC단계에 맞추어 살펴보면,

A(Attention) : 관심 끌기-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음악을 하며
P(Point): 핵심 주기- 그래미 참석을 꿈 꿔왔고, 오늘 꿈을 이뤘다.
E(Example) : 사례 풀기- 시간상 생략
C(Conclusion): 정리하기- 그래미에 다시 오겠다

짧지만 청중의 관심과 감성을 사로잡는 소감을 전했다.

APEC 4단계로 보는 레이디가가의 소감

“하나님께서 날 보살펴주셔서 감사하다. 가족들에게도 감사하다.
브래들리 쿠퍼도 함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영국에 있다. 그에게도 인사를 남긴다. 정신적인 건강 문제에 대한 영화에 참여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그런 문제를 겪고 있다.
주변에 그런 문제가 보인다면 모른 척 하지 말고, 스스로 그런 문제가 있다고 꼭 얘기하길 바란다!“
잘 보면 이 수상소감에서도 APEC단계가 보인다.

‘제61회 그래미어워드’에서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상을 수상한 레이디가가의 수상소감이다.
그녀는 배우 브래들리 쿠퍼와 함께 출연한 영화
‘스타 이즈 본’의 삽입곡 ‘쉘로우(Shallow)’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상을 받았다.
브래들리 쿠퍼 없이 홀로 무대에 오르며, 수상을 한 그녀의 수상소감이다.

짧지만 인상적인 수상소감은 힘이 세다

위트 있는 휴 로리의 색다른 수상소감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63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미국 드라마 < 하우스>로 유명한 배우 휴 로리의 수상소감에는 위트가 묻어 있었다.
감사한 사람이 많은 관계로 종이에 적어 와서 일일이 호명하는 것을 듣는 것은 관중에게는 곤혹스럽고 지루한 일이다.
그렇다고 감사를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휴로리는 고심 끝에 이 절차를 그만의 위트로 각색해서 웃음을 자아냈다.

위트있는 수상소감

“ 감사합니다. 제가 감사한 분을 적어보니 172명이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 분들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주머니에 넣어왔습니다.
그럼 일단 잘 섞어서 몇 개 뽑아보겠습니다. (주머니의 종이를 섞는 몸짓을 한 후)
먼저 첫 번째 당첨자는 스크립 슈퍼바이저 다음은 에이전시~
그런데 이것은 제 글씨가 아닌 것 같은데요!”하면서 짓궂은 웃음을 짓자 청중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소감은 비록 APEC 단계에 근거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스타일과 결이 있는 수상소감이었기에 박수를 받았다.

자신만의 결과 스타일이 있는 수상소감이 향기롭다

자신의 스타일과 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소감 스타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최소 10번 이상 거울 앞에서 몸짓과 함께 리허설을 해본다면, 감사함을 전하는 소감의 향기가 더욱 매력적일 것이다.
보수적인 ‘그래미 어워드’에서 BTS는 아시아 가수로서는 사상 최초로 ‘그래미 어워드’에 노미네이트되었고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다음 ‘제62회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방탄소년단만의 스타일과 결이 묻어난 멋진 ‘수상소감’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영실칼럼] 그래미 어워드 BTS와 수상소감 APEC공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