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퇴직 경영자의 눈물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앞만 보고 달렸다.
평소 연락이 없었던 A사장이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대기업 사장으로 잘 나갔던 그의 갑작스러운 전화에 잠시 망설였다.
‘왜 만나자는 것일까?’
특별히 만날 이유가 없었지만, 마침 특별한 선약이 없어 시간과 장소를 정해 만났다.
평소에 입던 옷이 아니고 얼굴도 왠지 우울해 보였다.
평소 A사장은 일에 있어 빈틈이 없었다.
꼼꼼하게 서류를 점검하고, 매일 오전에 각 사업본부장과의 화상회의를 하며
상황을 점검하고 지시를 내리며 일 속에 파묻혀 지냈다.
저녁이 되면 이런저런 술자리가 이어지고
귀가하면 곧바로 취침하는 것이 일상생활이었던 일 중독자였다.
A사장은 갑작스럽게 퇴직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전년도 성과도 높았는데 이런 결정을 내린 오너에 대한 불만이 대단했고,
후임으로 온 사장은 자신이 아끼던 1년 후배였는데,
퇴임식과 취임식을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할 정도로 자신에 대한 배려가 없었고,
퇴임 1개월이 지났는데 전화 한 통이 없었다며 서운해한다.
집에 있다 보니 할 일이 없었다.
가족들의 권유로 해외여행을 다녀왔지만, 내부의 심리적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내가 그 회사를 어떻게 만들었는데 이럴 수가 있나?’하는 분노와
‘단 한 명도 전화나 문자를 보내는 이가 없다’는 서운함이
더욱 자신을 힘들게 한다고 한다.
여러분이라면 무슨 말을 해주겠는가?
평소 직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대해 대단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잘할 수 있는 것과 좋아하며 해 보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일만 생각하고 앞만 보고 달려 자신이 퇴임한 후에 대해 준비한 것이 없다고 한다.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고 한 달 후에 연락을 달라고 했다.
헤어지면서 연락이 오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 있는 곳에서 잘해라
B사장은 평소 자신의 역할은 사업과 사람에 대한 방향 설정, 전략적 의사결정,
외부 주요 이해관계자에 대한 회사 이미지 제고라고 생각했다.
방향 설정과 의사결정을 위해 전문가 모임을 갖고 이들에게 조언을 듣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경영의 흐름을 배우고,
책임 경영을 통해 본부장에게 본부의 일을 완결하도록 했다.
매월 말 다음 달 만나야 할 대내외 사람을 정해
1~2명과 담소 중심의 저녁을 이어갔다.
가족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주말과 매주 하루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다.
B사장도 때가 되어 퇴임 통보를 받았다. B사장은 이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사무실을 돌며 그동안 고마웠던 직원들의 이름을 부르며 감사를 표했다.
후임자에게 자신이 그동안 생각했던 경영철학, 원칙,
사업의 방향과 전략, 해야 할 중점과제, 임원들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남겼다.
퇴임하여 B사장이 가장 먼저 한 것은 30년 넘는 직장 생활에서
자신이 배운 것을 정리하는 작업이었다.
사장으로서 방향 제시, 전략적 의사결정, 변화관리, 조직관리, 유형별 사람관리,
성과관리, 자기 관리 등의 영역을 나누어
경험과 사례를 포함하여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도록
기고와 강의 및 코칭을 실시하였다.
중소기업 중앙회를 통해 중소기업 사장들에게는 매월 1회 재능기부를 하였고,
신문에 ‘경영자의 하루’라는 칼럼을 쓰기 시작하였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머물렀던 회사 직원들을 만나게 되고,
이들이 신문 등을 통해 사장의 글을 보고 연락을 주는 직원이 늘게 되었다.
직원들의 마음속에 B사장은
‘내가 닮고 싶은 존경하는 롤 모델’로 깊게 자리 잡혀 있었다.

퇴임 후 존경받는 사람들의 특징
퇴임 후 퇴직 이전 연봉의 50%만 수익을 창출하는 사람은 성공했다고 한다.
이보다 갈 곳이 있고, 만날 사람이 있으며, 할 일이 있으면 행복하다고 한다.
이를 뛰어넘어 존경받는 롤모델이 되는 사람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가장 먼저 이들은 자신을 사랑한다는 점이다.
추구하는 바람직한 삶의 모습이 있고, 철학과 원칙이 있다.
길고 짧은 삶의 목표가 있다.
70대의 바람직한 모습과 목표가 있고,
100세까지 살아가며 해 보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다.
매년 자신이 해야 할 10개의 목표가 있고, 오늘 해야 할 6개의 목표가 있다.
이들은 실행의 중요함과 한 순간의 했다 주의가 아닌 지속적 실천을 중시한다.
해야 할 것을 미루지 않고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기록하며 실행해 나간다.
이들은 작은 성공 경험을 통해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고 보다 큰 도전을 이어간다.
실패에 굴하지 않고 이를 통해 배운다.
자신이 가진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한다.
이들에게는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기꺼이 공유하며 협력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혼자 잘한다고 성과가 높아지는 것이 아닌 함께 해야
더 배우고 성과가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부단히 자신을 점검하고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한다.
이들은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주변의 모든 이에게 귀감이 된다.

높게 오르기는 쉽지 않다. 더 어려운 것은 높은 곳에서 내려와도 존경받는 사람이다.
퇴직 후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불러 주는 일이 없어
속으로 눈물 흘리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퇴직 후 존경받는 사람들은 조그만 일에도 감사하며 부단히 배우며
아직도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