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R협회] 블록체인 매니지먼트 - 신뢰의 기술이 바꿀 HR의 미래

오늘날 기업은 고객, 주주, 사회, 구성원이라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둘러싸여 있으며 이들과의 신뢰 관계는 경영의 화두가 되고 있다. 고객은 기업에 수익을 만들어 주고, 주주는 기업에 투자하며, 사회는 기업의 활동을 지지해 준다. 구성원은 전문경영인 시대로 변화하는 기업 환경에서 경영활동의 주체이며 기업 그 자체이다. 이러한 다양한 이해관계자 속에서 기업은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신뢰를 확보해야만 지속 생존할 수 있게 되었다. 기업 내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각 기능 간의 정보 공유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자 전사적자원관리(Enterprise Resource Planning)를 도입하여 활용하고 있다. 기업의 전략적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기업을 구성하는 조직, 기능, 프로세스 등 다양한 요소들을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구성 요소 간의 관계와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기술한 정보시스템 체계를 엔터프라이즈아키텍처(Enterprise Architecture)라 한다. 이러한 엔터프라이즈아키텍처를 IT시스템 차원에서 구현한 대표적 사례가 전사적자원관리이다. 전사적자원관리는 인사, 재무, 마케팅 등 경영에 관련된 모든 정보뿐만 아니라 주문, 생산, 유통, 판매 등의 원자재에서 고객에 이르는 전 과정인 공급망관리(Supply Chain Management)를 지원한다. 하지만 전자적 자원관리는 솔루션 구축 비용에 많은 부담이 되고, 아직 정보 처리의 신뢰성과 업무 효율성에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신뢰를 담는 기술인 블록체인은 기업 경영에서 그 활용성과 효과성이 매우 크다.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신뢰성, 투명성, 익명성, 효율성의 특징을 지닌 기술이다. 모두가 검증하고 합의한 정보를 블록에 저장하고 한번 블록에 저장된 정보는 변경이 불가함으로써 신뢰할 수 있다. 블록에 저장된 정보는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유되고 기밀정보 및 개인정보는 암호화해 익명성을 유지할 수 있다. 블록체인상에서 공유되는 정보는 신뢰할 수 있고 중개자(Middle Man) 없이 실시간 활용이 가능하여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한다.


본 칼럼에서는 방대한 기업경영 중에서 정보의 신뢰성과 관리의 효율성이 무엇보다 필요한 인적자원관리(Human Resource Management)가 블록체인을 통해 어떻게 효과적으로 변화될 수 있는지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흔히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라고도 하지만 현실에서 답이 없는 것이 인사의 문제이기도 하다.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사람과 조직문화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 밀레니얼 세대, Z세대의 이질적인 세대 문화가 공존하는 과도기의 조직에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람과 조직문화 혁신의 딜레마에 빠진 기업의 해답을 블록체인 매니지먼트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일반적으로 인적자원관리는 입사 후 퇴직까지 채용관리, 육성관리, 성과관리, 퇴직 관리의 전 라이프 사이클에 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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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자원관리는 채용에서 시작된다. 고용 대란의 구직자 홍수 속에서도 기업들은 능력이 뛰어나고 충성도 높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큰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인체가 성장하고 유지되기 위해서 새로운 혈액과 세포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듯 기업이 존재하는 동안 수혈과 같은 채용관리도 멈출 수 없는 활동이다. 일반적으로 채용은 자기소개서와 인·적성검사를 통해 1차 필터링을 하고 2차 면접과 평판 조회를 거쳐 최종 선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우스갯소리로 자기 소설서라고도 하는 자소서와 자격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고 평판 조회를 하는데 많은 리소스가 투입된다. 또한 대졸자의 수학능력시험이라 불릴 법한 언어, 수리, 논리에 대한 적성시험 그리고 성격특성을 파악하거나 적응 부적격자를 판별하는 인성시험은 후천적으로도 학습효과가 높다. 지난 11월 실업률 3.2%로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에 실업률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인·적성검사만으로 그 회사의 장래를 짊어질 인재를 선발한다는 것은 거의 ‘마이너리티리포트’ 영화 속에서 벌어지지 않은 범죄를 예측하여 사람을 구분 짓는 것과도 같을 수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통해 그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해 준다는 솔루션이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한번 채용하게 되면 기업에 맞는 인재가 아니어도 여간해서 되돌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채용관리에 블록체인 기술의 신뢰성, 투명성, 익명성, 효율성을 적용한다면 채용관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그 사람의 학력, 자격, 경력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태도와 평판까지 살아온 행적을 신뢰성 있게 담을 수 있다. 인사 정보의 익명성을 보장하되 소유자가 필요로 할 때 특정 대상에게만 투명하게 제공 가능하다면 채용에 대한 패러다임은 변화하게 될 것이다. 구직자와 구인자는 스마트계약을 통해 번거로운 절차와 비용을 드리지 않고 정보를 공유하는 즉시 채용이 이루어지는 효율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채용 이후에는 기업의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인적자원개발(HRD : Human Resources Development)인 육성관리가 진행된다. 대부분 기업은 교육 부서 또는 분야를 두고 조직문화와 역량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구성원 육성을 위한 교육과정의 성과를 평가하는 선도적인 방법론은 두 가지가 있다. 커크패트릭(Donald Kirkpatrick)이 제안한 교육 만족도, 학습 성취도, 업무 적용도, 성과 기여도의 4단계 모형과 여기에 ROI(Return on Investment, 교육 투자효율) 단계를 추가한 필립스(Jack Phillips)의 5단계 모형이 그것이다. 하지만 실무 교육 담당자에게는 업무 적용도(3단계) 까지만 평가하는 것도 상당히 도전적인 과제이다. 다시 말해서 교육의 사업 기여도와 ROI 분석은 HRD 현업에서 거의 활용되기 어렵다. 하지만 사업의 재무적 성과에 기여하는 바를 정량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육성관리는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매우 중요하다. 블록체인기술을 가장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육성관리 분야이다. 기본적으로 교육과 평가 정보는 시간의 발생 순서에 따라 블록체인에 저장되고 누적되어 학습 이력 관리가 가능하다. 이 학습 이력 관리는 기업의 역량모델 기반 아래서 구성원 경력개발관리를 위해 필요로 하는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하고 이를 블록체인상에서 역량평가에 자동으로 반영되도록 할 수 있다. 또한 이를 업적평가 점수와 연계하고 시계열로 관리한다면 교육의 사업성과에 대한 기여도 및 ROI 예측이 자연스럽게 가능할 것이다.


각 구성원의 성과를 공정하게 평가하는 성과관리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기존의 관료적인 기업은 무임승차, 성과 가로채기, 오랫동안 우리 기업에 고착되어 뿌리내린 학연 지연에 따른 공정하지 못한 조직문화가 있었다. 이러한 조직문화는 인재들이 조직 내에서 피해 의식을 갖도록 하고 조직에 몰입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기업을 무너뜨리는 가장 큰 독이 된다. 나는 밤낮없이 충성을 다해 일하는데 주변에서는 무임승차로 비슷한 대우를 받고, 열심히 일한 공로는 위로 보고되기는커녕 주변에서 가로채기 부지기수고, 처세술에만 능한 학연지연을 갖춘 동료들이 승진하는 회사라면 열정을 다해 회사에 애착을 갖고 일하기 힘들 것이다. 이러한 공정하지 못하고 신뢰받지 못하는 조직문화는 구성원들이 회사 일에서 자신의 리소스를 걷어드리고, 협력의 단절로 조직의 성과를 감소시킨다. 과연 블록체인에서 성과관리는 어떻게 가능할까? 블록체인을 성과관리에 적용하는 순간 투명하고 공정하며 신뢰성 있는 성과관리가 가능해진다. 성과의 평가는 보통 역량평가와 업적평가로 나뉘는데 역량평가는 앞에서 다루었으므로 업적평가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블록체인에서 업적평가는 역량평가와 달리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익명의 업적만을 평가하게 된다. 이는 사적인 감정의 개입 없이 익명성이 보장되는 업적의 양과 질만을 다수가 동시에 평가할 수 있다. 개별적인 Task 위에 여러 사람이 의견을 단 객관적인 평가는 가로채기와 학연 지연에 따른 부조리를 방지하게 된다. 또한 업적이 없는 무임승차는 업적평가의 누적점수가 낮아지게 되고 동료가 블록체인에 남기는 태도의 평판을 통해서도 자연스럽게 근절될 수밖에 없다. 채용 당시의 근로계약서를 바탕으로 한 스마트계약을 블록체인에 담는다면 구성원이 핵심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의 달성도에 따라 자동으로 연봉계약이 이루어지고 성과급이 지급되는 방식도 고려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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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퇴직 관리는 한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에서 마지막 단계이지만 개인의 라이프 사이클에서는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 퇴직은 창업 또는 영원한 은퇴가 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구직 즉, 인적자원관리의 순환적 고리에서 다른 기업의 채용이 시작되는 단계이다. 이직하기 전 기업에서의 활동은 대상자의 경력이자 평판이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퇴직 관리에 대해서는 소홀해지기 쉬우나 블록체인 기반의 인적자원관리에서는 이직이나 퇴직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으며 유종의 미를 거두는 퇴직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인적자원관리는 채용에서 퇴직까지 사회에서 한 개인의 라이프 사이클 정보를 관리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공교육을 시작한 이후로 이 사회에서 은퇴하기 전까지 성적, 성향, 태도, 학력, 자격, 교육, 경력, 업적, 역량, 평판 등의 다양한 개인의 인사정보를 끊임없이 생산하고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법론을 제공할 수 있다. 유출과 위변조 위험에 노출된 개인의 인사 정보는 블록체인에 안전하게 암호화하여 저장되고, 수요자와 공급자가 필요시에만 열람 및 공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블록체인 기반 인사관리의 차별성은 역량모델인 KSA(Knowledge, Skill, Attitude) 중에서 후천적으로 학습 및 변화관리가 어려운 Attitude와 조직문화를 정보통신기술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모두가 투명하게 나의 업적을 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누구도 감히 조직에서 무임승차를 취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그 기업의 문화와 맞지 않는 태도를 지닌 사람은 채용 단계에서 완벽하게 필터링 될 것이다.


박동국 공학박사(한국HR협회 HR칼럼리스트/ 現 SK네트웍스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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