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관할)
관할이란 “일반적인 개념으로는 어떠한 권한에 의해 지배하거나 그 지배가 미치는 범위를 일컫는다. 순화어로는 담당(擔當)이다” (위키피디아)

작년 추석 연휴에 경기도 광명시에서 만취한 음주운전 차량을 발견한 시민이 경찰에 신고를 합니다. 그리고 광명에서 부천까지 20분 넘게 만취 운전 차량을 쫓아간 용감한 시민은 만취 차량이 다른 차량을 들이받고 사고를 낸 후에 만취 차량을 붙잡았습니다.

경찰에 신고를 계속하면서 쫓아갔지만 광명에서는 이미 부천으로 넘어갔으니 자기 관할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붙잡은 부천시 소사경찰서에서는 광명 사거리에서 신고가 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사람이 다칠까 봐 위험을 무릅쓰고 쫓아간 시민의 분통을 터지게 했습니다.

 

#2 (거버넌스)
거버넌스(governance)는 일반적으로 '과거의 일방적인 정부 주도적 경향에서 벗어나 정부, 기업, 비정부기구 등 다양한 행위자가 공동의 관심사에 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국정운영의 방식'을 말한다.(위키피디아)

원래 거버넌스’는 ‘(키를) 조종하다 (Steer, Pilot)’ 등을 뜻하는 그리스어 동사 ‘Kubernan’에 어원을 두고 있습니다. 플라톤은 ‘키를 조종하다’는 뜻의 단어를 은유적으로 정부 통치에 적용하여 ‘통치체제의 설계’를 뜻하는 용어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 단어는 다시 ‘규칙 만들기’ ‘조종하기’ 등을 뜻하는 중세 라틴어 ‘gubernare’의 어원이 되었고, 이후 거버넌스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 정부(government)와 동의어로 언급되면서 ‘다스리는(gover-ning) 행위 또는 기구’ 등을 의미하며 정부를 지칭하는 단어와 거의 유사하게 사용되어 왔다고 합니다.

이렇게 정부와 동일시되던 단어가 1970년대를 지나며 세계 민주화의 급진적인 발전과 글로벌 경제의 비약적 발전으로 국가별로 대두되던 각종 사회적 문제가 과거의 경험으로 대처하는데 한계를 느낄 정도로 복잡해지면서 그 뜻에 변화가 옵니다.

복잡해진 사회구조에 각국 정부의 연이은 정책 실패가 겹쳐 나타나면서 지난 1990년대를 기점으로 점차 각국은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 기업은 물론 NGO와 같은 비 정부기구, 더 나아가 민간까지 참여를 확대시키면서 거버넌스의 뜻이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협업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그 의미가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시장 자체 기능만으로는 사회 공동체의 번영과 성장을 유지할 수 없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항상 참여자들 사이에 정보의 비대칭 상황이 발생되었고 그 결과 자원의 생산과 분배가 불공정하게 이뤄지면서 빈부의 격차는 갈수록 증가하여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면서 결국 시장 실패로 이어져 경제공황, IMF, 금융위기 등 각종 시장 체제의 실패와 시장 붕괴로 정권이 바뀌고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학습효과는 정부로 하여금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각종 규제와 법규 제정을 촉발하게 하였고, 제도를 통해 시장 붕괴 가능성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 규제와 제도의 수립 과정에 정부는 기업과 민간단체 등과의 소통을 통한 거버넌스로 완성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3 (계륵/鷄肋)
닭에는 모두 일곱 쌍의 갈비가 있어 닭의 폐와 심장을 보호합니다. 닭갈비 살은 닭이 숨을 쉴 때 갈비가 움직이도록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갈비와 갈비 사이에 있는 근육인데, 먹을 것이 거의 없는 부위입니다.

한자로 계륵(鷄肋)이라고 하는 닭갈비 이야기가 삼국지에 나오는데, ‘조조’는 전략적 요충지인 한중 땅을 놓고 유비와 오랫동안 전투를 벌이다가 전세가 불리해지자 더 이상 싸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후퇴도 쉽지 않은 난감한 심정을 계륵이라고 표현했다 합니다.

조조가 암호를 계륵으로 정했다는 말을 듣고, ‘양수’라는 부하 장수가 후퇴 명령이 내려지기도 전에 서둘러 짐을 꾸려 철군 준비를 했는데, 조조의 심중을 정확하게 꿰뚫고 먹자니 먹을 것이 없고 그렇다고 버리기에는 아까운 심정을 암호로 정했다고 해석하여 곧 철수 명령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변에 이야기를 하였고 양수의 설명에 다른 장수들도 모두 짐을 꾸렸는데, 이 모습을 본 조조가 군의 사기를 떨어뜨렸다며 양수의 목을 베어 처형했다고 합니다.

 

#4 블록체인과 정부

인류의 모든 신규 비즈니스는 자연발생적으로 탄생합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든 비즈니스가 세상에 나온 것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으며 이렇게 모든 신 산업과 비즈니스 모델은 사용자의 필요에 의하여 탄생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시장에 출현한 새로운 산업과 비즈니스 모델이 정부의 규제와 관리의 품에 안기기까지는 통상 수많은 사람들의 검증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신 기술의 등장은  예외 없이 버블의 생성과 소멸 과정을 거치고 오랜 시간이 지나야 가능해져 왔습니다.

마찬가지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사토시라는 익명의 개발자에 의하여 소리 소문 없이 태어나 십 년 가까이 특수 매니아들의 전유물로 존재하다가 ICO라는 자금 조달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어마어마한 투기 붐을 만들어 내면서 지난 2년에 걸친 미증유의 버블 생성과 소멸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의 태도는,

관련 법규조차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ICO를 전면 금지한다는 법무부 장관의 발표 하나로 중국과 더불어 ICO를 금지한 세계 2대 국가로 분류되었습니다.

그 후 1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현재까지, 정부는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북핵에 매달려 시간을 보냈왔고, 이렇게 우리나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정부의 무대응 과정이 길어지면서 이 기회를 틈탄 수많은 다단계 조직들은 ‘단군이래 최대의 호황기’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폭 넓은 활동과 엄청난 자금을 끌어 모았습니다.

거기에 일부 발 빠른 기업들도 해외 법인 설립을 통해 무늬만 외국 기업으로 변신하여, 무차별 ICO를 추진하면서 암호화폐 버블 형성에 기여했으며, 이 과정에 편승한 일부 선각자(?)들의 횡재를 본 수많은 투자자들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마구 뛰어들어 과거 ‘바다이야기’ 저리 가라 할 정도의 거대한 투기판이 형성되었습니다.

현재는 이러한 ICO 투기판이 ICO가 주춤한 틈을 타 거래소를 중심으로 이전되어 마이닝 거래소라는 전대미문의 거래소까지 탄생시키며 빠르게 변질되어 고도화된 형태의 투기 판으로 전환되었고, 여기에 젊은 투자(투기)자들은 침식을 잊고 빠져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5 계륵으로 전락한 한국의 블록체인

국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기에 관(官)은 민(民)의 소리를 경청하고 민의 어려움을 해소해주기 위해 존재합니다.

기본적으로 민이 없으면 관은 존재할 수 없기에 관은 민을 위해 봉사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의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신 산업과 같이 자연 발생적으로 탄생한 모든 비즈니스에 그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관이 나서서 철저하게 관할을 따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모든 관료들은 가급적 불필요하게 복잡한 일을 맡지 않으려 필사적인 노력을 하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빽’ 있는 높은 분들을 동원하여 자기 영역에 자칫 독약이 될 수 있는 불필요한 업무의 유입을 방어하기 위해 온갖 로비를 하기도 합니다.

그 반면에 국가 예산의 확보나 목에 힘줄 수 있고 권력의 속성을 극대화될 수 있는 업무라면 죽기 살기로 끌어 안기 위해 공무원끼리의 로비도 마다하지 않고 노력하는 것이 관료 사회의 본질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과거 예산을 따내기 위해 기재부 공무원들에 대한 타 부서의 접대 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기 #1에서 거론한 음주 운전자의 사례는 전형적으로 귀찮은 업무의 하나이기에 당연히 관할을 따지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었으며,

블록체인 암호화폐의 경우는 계륵과 같은 존재로 정의되면서 이 역시 법무부와 금융위 그리고 과기부 간에 서로 관할을 따지며 책임을 미뤄 온 것 역시 사실입니다.

결국 관할을 따지며 시간을 보낸 정부의 방관에 의하여 가뜩이나 투기가 조장되기 쉬운 암호화폐 시장 생태계는 발 빠른 사기꾼들의 별천지로 변질되었고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해 냈습니다. (2019.01.18 추적 60분 참조)

필자는 작년 11월 경 여의도 세미나장에서 만난 한 정부부처 관료와 미팅을 하면서 저희 협회의 설립 배경과 향후 사업 계획을 설명했습니다.

협회장인 저로서는 협회의 활동 방향을 말씀드리면서 혹시라도 우리의 활동에 문제가 있거나 활동 방향이 정부의 정책과 크게 달라 불편한 점이 있을까봐 후일 발생 할지도 모를 마찰을 줄이고자 미리 조언을 듣기 위한 설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관료는 “내가 왜 당신에 협회의 사업계획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마치 계륵을 바라보듯 저를 바라보면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그리고 투자와 관련된 이야기에 행여 자신이나 자신의 부서와 연계될까 전전긍긍하며 가급적 멀리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분의 모습에서는 오랜 시간 정부 고위 관료들이 외쳐오던 민관 협력이나 거버넌스의 개념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저희 협회처럼 시장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스타트업의 미래를 위해 봉사하는 단체가 이런 대접을 받는 상황이라면,

일반 블록체인 사업자들이 부딪치는 관료들과의 접촉 현장이 어떠할지는 안 봐도 이해가 될 정도라 생각됩니다.

나라안에서 발생한 그 어떤 사안에 대하여도 해당 국가는 책임을 져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관료는 나라안에서 발생된 좋은 일이던 나쁜 일이던 자신에게 귀찮던 좋아하는 일이던 국민의 세금으로 살아가는 관료는 반드시 민간의 소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고 자신들이 도와주어야 할 사안이 무엇인가를 확인하고 최선을 다해 지원해야 하며 시장 내에 다툼이 있을 경우,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진행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만남을 통해 필자가 느낀 감정은,

오랜 관료 시대의 병폐가 전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의 확인과 민관 협력이라는 단어가 결국 국민들을 현혹하는 관료들의 미사여구에 불과할 뿐이라는 생각,

이렇게 현실은 관치를 앞세운 관민지도(官民指導)만 남아있는 현실을 확인한 만남 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울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희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됩니까?"라는 진심 어린 관료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깝고 씁쓸한 마음을 간직한 채 발길을 되돌려 나오며,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습니다.

우리나라 블록체인 산업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의 모든 분야를 가로막는 거대한 관료주의의 벽을 확인 한 하루였습니다.

계륵을 전락한 불쌍한 한국의 블록체인 !

당신은 어디로 가고 계십니까?

 

신근영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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