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관련하여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것 중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토지이용계획원은 꼭 볼 줄 아셔야 합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개발 가능성이 확정된 아파트 같은 건물이 지어진 땅과 달리, 원형지 땅의 경우 대부분 다양한 규제로 토지이용개발에 많은 제약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장 무엇인가 지을 목적으로 땅을 매입하는 분들이라면 토지이용계획원을 반드시 잘 살펴보셔야 합니다. 그런데 투자 관점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토지이용계획원을 볼 줄 알아야 좋은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과 비례하지 않거든요. 이에 전문가가 하는 말을 절대적으로 받아들이시는 것은 투자에 있어서 큰 두려움으로 인해 더 높은 장벽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땅과 관련된 규제만 해도 수백 가지인데 그것을 다 알기 전에는 투자하지 말라고 한다면,  투자도 하기 전에 질려버리지 않을까요?

가령 토지이용계획원을 기준으로만 본다면, 규제가 많은 농림지보다 규제가 덜한 계획관리 혹은 자연녹지가 더 많이 올라야 하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어떤 지역에서는 최근 몇년간 농림지가 계획관리 혹은 자연녹지보다 훨씬 더 많이 올랐습니다. 심지어 계획관리 혹은 자연녹지보다 농림지가 더 비싼 곳도 있습니다. 과연 이것을 토지이용계획원만으로 어떻게 설명이 가능할까요?

한편 토지이용계획원상에 확인되는 규제를 기준으로만 본다면 개발제한구역은 아무도 사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가격도 절대 오르지 말았어야 합니다. 그런데 왜 어떤 지역에서는 개발제한구역임에도 불구하고, 5년 전만 해도 평당 20만 원대에 거래되던 땅이 최근 평당 6-7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을까요? 과연 이것을 토지이용계획원만으로 어떻게 설명이 가능할까요?

저는 지금 토지이용계획원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토지이용계획원 혹은 공법을 모르면 땅은 절대로 쳐다보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토지이용계획원 외에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시라는 말입니다. 땅 투자에서는 땅의 가치를 올리는 요인 중에 규제를 뛰어넘는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바로 기대심리입니다. 최근 저와 통화를 한 어떤 분은 들어가서 확인도 못하는 민통선 내에 있는 땅을 1,000평이 넘게 가지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토지이용계획원만을 기준으로 보면 이것은 어쩌면 정신 나간 투자 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규제에 대한 두려움을 뛰어넘는 기대심리 때문에 투자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얼마 전 남북관계가 한참 좋았을 때 민통선 내의 땅값은 몇 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좋은 땅을 사보겠다며 지금 두꺼운 공법책을 들고 지루한 공부를 하고 계시지 않나요? 그런 공부가 정말 재밌고 적성에 맞으신다면 열심히 하셔도 됩니다. 그러나 그와 더불어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례들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땅에 대한 진짜 공부 그리고 자신감은 얼마나 많은 사례들을 알고 있느냐에서 비롯되거든요.​

박보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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