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발자전거
세발자전거


우리집은 내가 중학교 들어갈 때쯤까지 무척 가난했다

먹고 살기 어렵던 시절 식구들 모두 돈벌기에 나서던 때였다

그 시절 초등학교에 다니던 나

꿰멘 검정고무신에 책보를 둘러메고

학교공부 마치면 집안일을 도와야 했다







그 시절 못해 보고 자란 것이 어디 하나 둘이랴마는

아직도 나는 그리운 것이 하나 있다

세발자전거를 타고 놀지 못했다

오로지 먹는 것에만 매달리던 시절

가난한 부모님들은 세발자전거 사 줄 돈이 없으셨다

부자집 아이들이 타고 노는 세발자전거를 보면서

나는 각오했다 <이 담에 꼭 세발자전거를 타겠다>고






나이가 들어도 세발자전거만 보면 가슴이 아렸다

살림이 조금 나아져서 여섯 살 어린 여동생은 세발자전거를 타고 놀았다

열살 넘어서 여동생의 세발자전거를 탈 수도 없는 일이고

세발자전거는 그렇게 내 청춘의 뒤꼍으로 사라져갔다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 그 세발자전거가

나에게는 다가설 수 없는 엄청나게 커다란 욕망의 신기루가 되어버렸다









아주 어쩌다가 어쩔 수 없는 약속 때문에 인사동에 들러

씁쓸한 술 한잔 걸치고 귀가하던 중에

종로 길거리에서 리어카행상을 하면서 신기한 것을 만들어 파는 사람을 보았다

철사(연철)로 각종 소품을 요리조리 구부리고 접고 말아서 철사작품을 만드는 장수였다

아 ! 나는 기가 막히고 힘이 쭉 빠졌다

세발자전거 세발자전거 거기에 세발자전거가 있었다

오천원을 주고 세발자전거를 샀다

전체 크기가 찐빵만한 작은 소품이었다

소중하게 품고서 집에 와 내 책상 앞에 놓았다









이제는 먹고 살 만하다

먹고 산다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초월해 있다

육신은 풍족할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잃어버린 그 세발자전거의 꿈 때문에 늘 마음이 가난하다

내가 극복하지 못하는 그 사라져버린 욕망을 나는 보상받고 싶었다

나는 가끔 어떤 때는 시시때때로 어린 시절로 돌아가 세발자전거를 타며

어리광 응석도 부리면서 포근한 품에 안겨 상처를 달래는 꿈을 꾸었다







나를 생각하며 나를 달래주며 나를 외롭고 쓸쓸하게 만들지 않을 그런 사랑을 꿈꾸었다

서너살 그 어린아이의 잃어버린 꿈을 채워줄 사랑은 힘들었다

찾기도 힘들고 가꾸기도 힘들고 만들기도 힘들었다

다가설수록 채워지지 않는 욕망과 집착과 아집으로

휑뎅그르하게 텅 비워져버린 가슴을 추수르며

이제 또 세발자전거를 품에 안아본다









오늘도 어느 강가에 가서

쓰린 속을 달래가며 하모니카 한 자락에 술 한 모금 삼키면서

영혼 속의 세발자전거를 탈 것이다

하도 작아 내 가난한 영혼만이 탈 수 있는 세발자전거

달려라 내 작은 세발자전거야

가자 그 길이 멀고 험해도 가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