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핀다
우리들이 생각할 때
수세미는 운이 없게도
저 따갑게 살을 찌르는 철조망울타리에서
꽃을 피우고 수세미를 달리게 하는가 하겠지만



그건 이기주의에 빠진 인간의 계산일 뿐이다
오로지 이 세상에서 인간만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돼먹지 못한 우월감에 빠져 잘못 저지르는
우리 불쌍한 인간의 생각일 뿐이다



수세미에게는 저 철조망이 오히려 더 안전하고 천국일 것이다
철조망은 인간을 막기 위한 것일 뿐
수세미는 유유자적 철조망 사이로 줄기를 뻗고 꽃을 피운다
저기 철조망이 없다면 벌서 수세미는 사라졌을 것이다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무서운 적은 사람이다
동물에게 있어서 가장 무서운 천적은 사람이다
식물에게 있어서 가장 무서운 훼방꾼은 사람이다
사람은 이러나 저러나 가장 위험한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