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즈니스] 북한 고랭지 배추계약 재배
(110-69) 남북교역 : 고랭지 배추 계약 재배

배추는 호냉성 작물로 생육적온은 15~20℃로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작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여름은 온도가 보통 30℃ 내외로 배추재배에는 매우 어려운 기후조건을 가진다. 따라서 여름에는 기후가 비교적 서늘한 고랭지 지역에서 주로 배추를 재배하게 되는데 아무리 고랭지라 하더라도 한낮의 온도가 25℃ 이상 되는 경우가 많으며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거나 안개가 끼는 등 다습한 조건으로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초겨울 김장철에 거두어들이는 가을 재배가 일반적이다. 해발 600미터 이상 되면 한여름에도 배추가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온도가 낮다. 이런 지역을 고랭지(高冷地)라고 한다. 강원 태백은 그 지역 전체가 전형적인 고랭지이다.

북한에는 해발 600미터가 넘는 곳이 많다. 한 마디로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기에는 남한보다 더 좋은 기후 조건을 갖고 있다. 그럼 북한에서 배추 같은 고랭지 채소를 계약 재배하면 어떨까? 땅을 보유하고 배추를 재배하는 농가와 서울·부산과 같은 시장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중간상 간에 맺는 계약재배를 북한에서 추진하면, 여름에 날씨가 35도까지 오르는 남한에 비하면 더 유리하다. 대부분의 배추 농가는 계약재배 형태로 산지 유통인과 거래한다. 파종 전 수확량과 관계없이 3.3㎡(1평)당 일정 금액을 받기로 계약하는 것이다. 이 경우 작황 부진에 대한 리스크(위험)는 산지 유통인이 책임진다. 배추는 특히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농민들이 계약재배를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3㎡(1평)당 9천 원 선에서 계약이 이뤄졌다면, 포기로 따지면 대략 1포기당 1천 원 선이다. 3천300㎡(1천 평) 규모의 배추밭을 가진 농민이 계약재배를 하면 농사를 망치더라도 900만 원의 고정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고정 수입이 보장되는 대신 올해처럼 배춧값이 급등해도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추가 수입은 없다. 물론 이런 계약 방식을 북한 농민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북한 농민과 계약 재배를 한다면, 농사 원가의 최소한을 보장하는 정도의 계약금을 치루고 작황에 따라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받는 방식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북한 농민도 작황이 좋아지도록 노력할 동기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의 고랭지 배추 계약재배가 성사된다면 우선 중국산보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날 것이다. 관세청 등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중국산 김치 수입은 25만t을 초과했다. 이는 국내 김치 유통량의 약 30%에 이르는 수준이다. 특히 1조 원대 수준인 기업 간(B2B) 거래 업소용 김치의 경우 중국산이 85%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 시장을 남한 기업이 북한에서 계약 재배하여 물량을 확보하고, 이를 북한의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하여 김치공장까지 만든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게다가 늘 중국산 식품에서 나오는 갖은 유해물 등에 대한 염려를 덜 하여도 된다. 아무래도 북한산에 대하여는 중국산에 비하여 식품 안정성도 안심해도 될 수 있다. 배추재배가 성공한다면 아예 북한에서 김장용 절임 배추를 만들거나, 북한 금강산 물로 만든 ‘금강산 김치’의 브랜드화도 가능하다. 금강산, 칠보산 지역의 서늘한 기온, 물맛 좋기로 소문난 현지 지하수를 이용하면, 배추 맛과 물맛이 어우러지 프리미엄급 배추 생산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북한산 배추는 중국산보다 검역이 덜 까다로워도 될 것이다. 왜냐하면 같은 한반도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재배지역은 아무래도 운송 수단이 안정적인 곳으로 해야 한다. 철도로만 가능한데 북한 내륙 깊숙한 곳은 운송 도중 채소가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상, 육상 항로를 활용한다면 함흥, 원산 지역이 가장 접근성이 좋을 듯하다. 북한 서해안 지역에서는 역시 높은 산이 없고 고도가 낮기 때문에 고랭지 채소 재배가 남한처럼 어렵기 때문이다.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운송수단과 경로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남한 농민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배추 재배 농가는 중국산 때문에 시름이 깊다. 그런데 북한이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나온다면 지금의 강원도 고랭지 채소 재배 농가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 뻔하다. 그럼 정부에서는 고랭지 배추와 김치에 대하여 반입 금지를 할 수 있다. FTA 조약에 의해도 이런 경우의 시장보호를 위한 조치를 정부에서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